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우려를 남들과 공유하여 상호 협조적인 상식 아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성장한 백작은 곧바로 비숍을 뒤쫓아 식당을 가로질러 복도로 나갔다. (p.561)

백작은 의도적으로 서두르지 않는 삶을 택했다. 약속 시간에 맞추고자 서두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시계를 차는 것도 경멸했다. 한가롭게 점심 식사를 즐기거나 강둑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세속적인 문제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친구에게 납득시킬 때최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어쨌든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맛이 좋아지지 않던가? 가구에 고색창연한 멋을 부여하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 아니던가? 결국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일들(가령 은행가와의 약속이나 기차 출발 시각에 늦지 않는 것 등)은기다려도 되는 것들이며, 반면 그들이 가장 사소하다고 여기는들(가령 차 한 잔이나 다정한 대화 등)은 즉각적인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들이었다. (p.613)

백작은 자신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절제력을 발휘하여, 부모로서의 충고를 두 가지 간단명료한 요소로 제한하였다. 첫째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몽테뉴의 격언이었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을 털어놓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감정을 억제하지 않았다. 그는 소피야가 없으면 자신이 얼마나 상심하게 될지 솔직히 털어놓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피야의 위대한 모험을 생각하기만 하면 자신이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혔다. (p.654)

"돌아켜보면 역사의 모든 전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그 말이 역사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여기서내가 말하는 사람은 예술이나 상업, 또는 사고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갈림길마다 매번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들이야. 마치 ‘삶‘이란 것이 그 자체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받을 요량으로 때때로 그들을 불러낸 것처럼 말이지. 소피야,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 이제까지 인생이 나로 하여금 특별한 시간에 특별한 장소에 있게 한 것은 딱 한 번뿐이었어. 바로 네 엄마가 너를 이 호텔 로비로 데려온 날이란다. 그 시간에 내가 이 호텔에 있었던 것 대신에 러시아 전체를 통치하는 차르 자리를 내게 준다 해도 난 절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p.656-7)

그토록 오랜 세월 고향에 돌아가기를 바랐던 여행자들이 귀향하자마자 다시 고향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에게는 사무치는 감정이 무자비한 시간의 영향과 합쳐져 실망만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고향의 풍경은 그가 기억하는 풍경만큼 아름답지가 않다. 고향의 사과 주스도 예전만큼 달콤하지가 않다. 예전의 건물들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모했고, 멋진 오랜 전통은 심란한 새로운 오락에 자리를 내주었다. 한때는 자기가 이 작은 우주의 중심에서 살게되리라고 상상했지만,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전혀없지는 않다 해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들은 옛집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 있으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p.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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