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언제부터 나타났을까? 그것은 인간의 탄생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라서 우리가 모를 수밖에 없다. 인류가 산의 역사를 이야기했던 것은 지금보다 150세대쯤전부터였다. 이전까지는 인간 존재라고 해봐야 미미했으니까. 어쨌든 수 세기 전부터 산의 역사는 기록으로 존재했다. 문명이 태동하던 때부터 인류의 조상을 놀라게 했던 대사건이 무수한 전설로 남아 있다.
슬펐다, 살아가는 일에 지쳐 버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계획이 무산되고, 희망도 물거품이 되었다. 친구라던 이들은 초라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들떠 싸우는 인간들이 추해 보였다. 가혹한 운명이다. 그래도 어차피 죽을 것이 아니라면, 정신 차리고 다시 기운을 내든 해야지,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p.6) _ 나의 은신처 중에서
아지랑이가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눈에 띄지도 않던 안개가 지평선에 모이기 시작할 때, 또는 기울어가는 해가 어둠에 의해 느슨하게 밀려날 때, 산은 정말 아름답다. 눈과 빙하와 피라미드 형태 모두가 하나둘씩 또는 단숨에 자취를 감춰버린다. 찬란하게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저 몽상과 어렴풋한 기억만 남길 뿐이다. (p.23) _ 산마루와 골짜기 중에서
아무튼 산의 구성요소는 몇 가지 안 된다! 그것을 단순히 조합할 뿐인데도 놀랍도록 다양한 모습이다! (p.32) _ 바위와 결정 중에서
이처럼 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지속적 현상의 줄기찬 순환과변동을 생각해보면 산을 창조의 여신이라고 했던 신화의 기원이나오래전 시인들의 노래를 이해할 만하다. 산이 평야에 비옥한 물과흙을 보내주었고, 태양의 도움으로 산에서 생물과 인간이 태어났다. 산이 사막에 꽃을 피우고 행복한 도시들을 퍼뜨렸다. 고대 그리스의 전설에 따르면 에로스 신이 땅을 빚고 산을 세웠다. 태초의 혼돈에서 처음 태어난 에로스는 항상 어린 신이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자연이야말로 영원한 사랑의 신이다. (p.64) _ 무너지는 봉우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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