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끈을 풀고 도망쳐, 불의는 참을 수 있어도 불이익은 참지 못하며, 4년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고, 5년마다 누구를 찍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 따지는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지 않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인지. (p.138)
결국 이러한 싸움이 종결되지 않는 것은 논리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 그 자체이지 않을까? 그 시절의 기억 중 유리한 것, 고통스럽지 않은 것, 내게 좋은 것들만이 편취되어 남고, 내가 직접 겪지 않은 고통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거나 망각해버린 결과 ‘그때 그 시절‘과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향수에 더욱 젖어들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p.2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