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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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주제로 보면 김훈선생의 ‘공차는 아이들’이 생각나고, 여성 “운동(스포츠)” 참여 관점에서 보면 이영미작가의 ‘마녀체력’이 생각나고, 책속 교훈을 보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생각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고려하면 ‘싸울수록 투명해진다’가 생각난다.

작가의 톡톡티고 유쾌한 글쓰는 재주가 휘발성이 강한 이 시대에 어울릴 수도 있지만,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텍스트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종이신문’의 칼럼 같은 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맨스플레인(?)의 특징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이런 글은 웹이나 앱의 연재가 적절한 형태로 보인다. 오히려 팬시적 요소를 가미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런 책의 흥행 자체(내용대비 비싼 가격, 단행본 출판사의 마케팅 요소)가 국내 출판의 악순환을 여지없이 보여준 비극의 한 유형이 아닐까 싶다.


<책속>


그날 이후 회사나 일상에서 맨스플레인하려 드는 남자들을 볼 때마다 주장의 슛이 떠올랐다. 살면서 본 가장 의미심장한 슛이 아니었을까? 거기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명확했다. ˝나의 킥은 느리고 우아하게 너희들의 ‘코칭‘을 넘어가지.˝ 느리고 우아하고 통쾌했던, 잊지 못할 로빙슛! 러빙슛! (p. 60)


축구뿐 아니라 유니폼을 입고 하는 모든 팀 스포츠들이 그렇겠지만, 때로 유니폼의 커다란 가시성은 그 안의 개인을 지나치게 비가시화한다. 한 사람의 개성이나 인격이 유니폼에 박힌 번호 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p. 196)

일 나가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어떻게든 일상에 축구를 밀어 넣는 이 여정 자체가 어떻게든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어야 하는 하나의 축구 경기다. 기울어진 축구장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모두들 최대한 모두의 일상에 축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몰아주고 공간을 터 주고 리듬을 맞취 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팀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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