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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평점 :
“우리 몸이 세계라면” 제목은 초등 저학생이면 모두 아는 단어이다. 그런데, 이어진 세개 어절은 몸속에서 새겨진 그동안 몸을 둘러싼 주변의 세계와의 관계를 천착하려고 한다.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사회역학이라고 부른다.
권력/시선/기록/끝/시작/상식의 목차속에 차근차근 풀어간다. 머리글에 소개된 저자 이메일 아이디의 사연은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젊은 학자의 외침이자 다짐이다.
이 책은 크게 3가지를 이야기한다. 동서양의 역사와 과학을 줄기 삼아, 인간의 몸과 질병을 논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1)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2) 측정되지 않는 고통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3) 인간을 병들게 하는 가난과 인종차별에 대하여,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실내 적정온도 21도는 여성의 배제한 남성의 적절온도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암”을 둘러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와 가난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백화점 여직원에게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고 말하는 단순 계몽적 진단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겪고있는 구체적인 사람의 고통을 연구하려는 학자의 자세를 보여준다. 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동성애자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 뿐만아니라 한국사회의 노동자 지위 변화(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정내 가사노동과 스트레스 심화 연구는 수입 이론과의 차별성과 학문 연구의 방향을 보여준다. 해외저널 발표중심의 경직성과 대중과의 소통부재의 문제들(이런 대중교양서는 교수의 연구 및 학업 실적에 전혀 상관없음) 을 지적하면서도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지식을 위한 노력들이 보인다.
그리고 과학하는 자세(시작, 상식)편에 서양의학사를 소개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에세이 “의식의 강”에서 뇌신경과학자 후배들에게 "과학계에서는 예외적인 것에 주목하는 것, 즉 예외적인 것을 망각하거나 사소한 것으로 여긴 나머지 묵살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217쪽) 라고 한마디를 남긴다. 한편 저자는 “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이나 우리가 몸으로 경험해 얻은 직관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과학의 출발점입니다.”(316p)로 말한다. 두 과학자의 다른 언어이지만 “입장의 동일함”이라면 비약일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p. 328). 라고 하면서 마친다. 쉽고 평범한 단어가 강한 다짐으로 변신하고 있다. 1년후에 새로운 신간도서가 벌써 기다려진다.
<책속 한줄>
승리한 강자의 시간만 역사일 수 없다고, 지배받고 비참하게 통과한 시간도 함께 역사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