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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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펴냄)

여름 소설로 제격인 소설을 만난 듯하다. 솔직히 이사카 고타로하면 왠지 청춘이라는 단어와 물빛이 연상된다. 그의 전작에서도 그러하고 말이다. 전체적으로 삶에 대한, 이웃에 대한 따뜻함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선입견 또한 있었던 것도 같다. 사실 세상을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닌데... 아직 뭘 모르는군...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글라이더와 엔진... 소설을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삶에 대해서 주도권을 갖고 문제를 하나 둘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뿌리를 두고 일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글라이더와 같은 삶을 꿈꾸기도 한다. 여기 취업 준비생인 마쓰시마가 나온다. 여자친구로부터 엔진이 없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 결국 기를 쓰고 우연히 이름있는 회사에 취업하고 하루하루를 재미없게 살아간다. 과연 그는 언젠가는 글라이더와 같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사카 고타로의 글 역시 대지진 전과 후에 달라진 듯하다. 아마 많은 일본인들의 삶이 그러했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은 이나와시로 호수를 다시 관광명소로 되살리기 위해 매해 개최되는 음악 축제인 오하라☆브레이크에서 작가가 한편씩 발표한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그러기에 소설 한편 한편에는 1년씩의 간극이 존재하고, 총 7년의 세월이 녹아있다. 아마 그래서 소설이 단편인 듯 장편으로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모든 글들은 한곳에서 만난다. 바로 이나와시로 호수에서 말이다.

책을 읽고 이나와시로 호수를 찾아보았다. 대지진 이전에는 각광받았던 곳이 이후 황폐한 도호쿠의 상징으로 되다니... 하지만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점차 활기를 찾게 되는 듯하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 보고 싶다. 그 푸르고 시린 이나와시로 호수를 말이다. 아마 그곳에서 왠지 글라이더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에이전트 하루토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의 문제를 갖고 있지만 글라이더를 꿈꾸는 모든 엔진들을 위한 책이다. 올여름에 읽기 참 좋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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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보 이판사판
리사 주얼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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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주의보』​​

리사 주얼 (지음) |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펴냄)

이 책을 읽기 전에 편집자님의 편지를 우선 보았다. 책과 함께 동봉된 글이었다. 그 속에서 리사 주얼이 얼마나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인지, 정말 소설이라는 것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 표준 작법서에 정통한 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아마 리사 주얼의 책이 그중 속하지 않을까 하는 것 등등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 책은 그냥 섣불리 읽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과연 왜 리사 주얼은 여기에 이런 대목을 넣었을까? 왜 이런 트릭을 심었을까? 이 주인공의 결핍은 과연 무엇일까? 등등의 것들...

지금은 소홀해졌지만 예전에 나는 팟 캐스트를 자주 들었다. 특히 범죄 관련 에피소드 등을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팟캐스트가 있는데, 지구상에 있는 이름 모를 범죄자 집단은 모두 나와있는 듯했다. 그중 가장 최악으로 무서웠던 것은 일본 한 가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어떠한 여성이 한 남성을 집으로 데려와서 그 남자에게 모든 가족이 세뇌를 당하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결국 살인이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이 책 [가족 주의보]역시 낯선 이들이 한 가족의 일원으로 찾아와서 어떤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된다는 면에서는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책의 인칭이 번갈아 가면서 바뀌고, 그 인물 자체가 어떤 인물인지 특정하기가 어렵게 책은 서술되어 있다. 오히려 그런 면에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면 안 되지만 (세상은 워낙 넓기에) 이런 사이비들이 침투 안 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만일 당신 혹은 주변 사람이 어떤 사이비를 만났을 때 경각심을 갖게 해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책 속에서 가장 이해 안 되는 인물은 헨리였다. 헨리는 책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가장 행동력 있고, 똑똑한 아이다. 다만 그에게는 한 가지 결핍이 있었다. 그 결핍은 핀에서 비롯된다. 어린 시절 그에게서 느낀 강렬함, 하지만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운명... 그 속에서 헨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했고, 또 살아남아야 했다. 안쓰러운 인물이다. 만일 그에게 버디나 데이비드가 같은 인물이 안 나타났더라면 어땠을까? 원래대로 고급 학교에 진학할 터였고(물론 집을 팔아야했겠지만), 그 속에서 많은 다채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만났을 터였다. 물론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도 이뤄지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안타까운 인물은 역시 헨리의 여동생인 루시이다. 아름답고 오빠처럼 영리하지만 어린 시절 갇혀지내며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유린당하게 되는 인물... 루시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까? 루시나 헨리나 어리지만 결단할 시기는 언제든지 있었다. 바로 이 집을 떠날 시기 말이다. 떠나서 도움을 구하던지, 아니면 다른 삶을 살던지... 어린 자식들을 지켜줘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에 방해되고 그들을 망치고 있다면 우선 그 삶을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 답이 보인다.

세상에는 많은 이데올로기와 사상들이 있다. 지금도 유튜브를 켜보면 다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미니멀리즘, 채식주의, 민족주의 등등 하지만 과연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적에서 오는 욕구들을 우리는 얼마나 받아들이고 인정하는가? 스스로의 안쪽에서 자그맣게 타오르는 욕구들 말이다. 무언가가 보여서 그것을 소비하고 남들이 좋다니까 그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무언가의 끌림은 무엇인가?

위험의 촉은 본능적이다. 헨리에게 그 본능은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에게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소설 너머에 있는 위험... 헨리에 다가가는 핀에게 느껴지는 위협... 핀에게도 본능은 있지만 과연 그것을 내칠 의지가 있을까? 헨리는 너무 강력해 보이니 말이다. 과연 후속편이 있을까? 소설의 여운이 지금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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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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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베르나르 베르베르 하면 으레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개미에서 시작한 작가 등등의 말이다. 하지만 이제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베르나르가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건 맞지만 왜 사랑받는지 그 원인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고 연구하는 자들은 무척 드문듯하다. 왜 그는 유독 인기일까? 그 이유를 난 이 자전적인 에세이를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베르나르의 책은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 역시 소설가의 글답게 전혀 에세이스럽지 않고, 뭔가 자전적인 소설 한 권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 유별났던 성장과정을 비롯해서 십 대 시절 그 어린 나이에 눈뜬 동양철학, 명상에의 탐구, 그리고 학창 시절 남보다 뭔가 다른 것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으로 시작한 그만의 화보 창간, 심지어 이 화보는 냄새와 함께 만화를 즐기고 음악을 즐기게 연구했다니... 베르나르만의 독특한 발상이었다. 그 후 그의 진로는 한 회사의 기자로 시작하지만 이것은 그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 연신 한 잔 더를 따라주는 마음씨 좋은 이웃들 덕분에 불콰한 얼굴로 기사를 넘기고, 또 다음 취재를 시작하고... 아마 이때의 경험들이 그에게 많은 소설들을 창작하는 영감이 되었으리라... 그 경험 외의 그전 경험으로도 그는 많은 작품들의 영감을 찾았으니 말이다.

에세이는 베르나르의 삶과 글쓰기를 묘하게 연관시켜놓고 있다. 그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왜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남보다 빠른 동양철학에 대한 호기심 어린 탐구, 그리고 명상을 통한 유체이탈?의 경험 등 그에게는 뭔가 새로운 차원에의 호기심이 존재했다. 그런 것들이 아마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성을 그에게 부여한 것이리라... 그 유명한 개미 역시 그의 놀랍고도 끈질긴 관찰과 상상력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니 말이다.

개미는 그의 나이 29살이 되던 1991년도에 출간되었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개미의 세계를 베르나르는 방대한 지식 저 머너의 세상으로 올려다 놓았다. 아무도 관심 같지 않던 그 조그만 사회는 베르나르로 인해서 급부상하게 된다. 그 이후 그의 행보는 다양하다. 각종 상상력이 놀랍게 발휘된 여러 종류의 SF 소설들을 출간하고, 그의 고양이를 관찰해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고, 이제 그의 신작 꿀벌이 날갯짓을 하는 중이다.

베르베르는 성실한 작가이다. 한 작품을 남기고 사라지는 작가도 많은 현실이지만 그의 글은 끊임없이 주목을 받고 울림을 준다. 그리고 그는 관찰의 대가이다. 여러 가지 사물을 그만의 느낌과 생각으로 관찰 후 그려본다. 그리하여 독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여준다. 베르베르는 끊임없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어때? 이렇게 보아도 재밌지 않아? 이렇게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그에게 묻고 싶다. 책의 제목처럼... 오늘은 뭘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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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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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크세노폰 (지음)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오랜만에 재미있는 고전을 읽었다.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 대왕의 일대기... 흡사 영웅담스러운 이야기 같지만 제목을 또 교육으로 해놓은 것 역시 범상치가 않은 느낌이다.

크세노폰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로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고국을 떠나서 용병으로 페르시아 내전에 참전하게 된다. 그로 인해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대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고향인 아테네에서 영원히 추방된다. 그는 스파르타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럼으로 아마 그에게는 어떤 통찰력이라는 것이 생긴 것 같다. 고향을 몹시도 그리워했지만 그 그리움이 감정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고자 하는 고민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아마 이 책 [키루스의 교육]이 탄생했을 것이다.

크세노폰이 살았던 그 시절 그리스는 한 도시가 하나의 국가로 기능을 했다. 그만큼 하나의 국가 안에는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존재했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정치체제를 실험하고 창조할 수 있었다. 민주정이란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국가이고, 왕에게 주권이 있는 국가는 왕정, 소수의 유력자에게 주권이 있다면 과두정, 한 사람의 독재자인 참주에게 있는 국가는 참주정이다. 그 시절 고대 그리스는 여러 정치체제를 실험함으로 더 나은 것을 발휘하고자 하는 권력의 터전이었다. 크세노폰은 이때 키루스를 불러온다. 과연 키루스 대왕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수많은 이교도인들이 그를 섬겼으며, 또한 언어도 안 통하는 사람들 역시 키루스를 섬기면서 그에게 복종을 했을까? 어떻게 키루스는 자신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의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크세노폰은 이 책에서 자신의 탐구 대상 키루스를 소년 시절부터 그려나간다.

소년 시절 키루스는 말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키루스가 말이 많았던 까닭은 그 시절은 무엇이든지 결정을 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내비치면 거기에 걸맞은 이유를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망이 컸던 키루스는 아마도 배우고자는 열망으로 질문하고 또 질문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거기에 걸맞은 말들을 고르고 추렸을 터였다.

메디아 왕국에서 머물며 외할아버지인 아스티아게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후에 자신의 외삼촌인 키악사레스와 함께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멸망시킨 키루스, 마지막에는 아시리아의 왕인 벨샤자르를 죽이고 바빌론 성을 점령하여 바빌론 성안에 있는 왕궁에서 제국을 다스린다. 그 후 안샨 왕국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키루스 덕분에 바빌론에서 해방된 유대인들은 이교도의 왕인 그를 여호와의 목자라고 칭송하기까지 했다니 실로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왜 크세노폰이 키루스에 관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

키루스 대왕을 보면서 참된 리더가 꼭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들을 배운다. 군주는 너그러워야 하되 칼 같은 면은 있어야 한다. 정의라고 하는 것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다. 키루스는 공정하게 정의를 실천했고,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낸 반면 절제하는 면도 보였다. 아마 그의 민중의 모범됨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식민지 해방 후에 이런 인물을 지도자로 뽑고 그 인물이 나라를 이끌었다면 어땠을까? 역사는 다시 되돌릴 수 없지만 지나간 것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아직 청산이 안된 친일파의 역사는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 그 뿌리가 아직까지 한 나라를 뒤흔들 수 있다니... 세대가 바뀌었어도 생각은 여전히 머물러있는 느낌이 든다. 영화 자산어보를 보면 정약전의 말이 나온다. 주자는 힘이 세다... 왜 정약전이 그 시절 주자가 힘이 세다고 했는지 알만하다.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자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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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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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내가 아는 작은 생명들을 보여주고 이름을 지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필경 이야기도 만들어줄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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