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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 권력은 지우려 했고, 세상은 간직하려 했던 사람들
김만선 지음 / 갤리온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유배」를 읽고
조선 왕조 500 여년 역사 속에는 숱한 보이지 않은 경쟁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좋은 면에서는 발전의 기반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대립, 분열과 함께 쇠약의 형태로 이어져 온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바로 후자인 경우에 결국은 많은 인물들이 사형을 당하고, 유배를 가게 되는 것이었다. 그 먼 곳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없는 제약의 범위에서 홀로 정신적, 육체적인 고초를 겪어야 했던 많은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과연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그 많은 유배자 중에서도 이 책은 우리 전라도와 제주도 특히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한 22명의 유배자들에 대해서 간단한 경력과 유배를 오게 된 경위 그리고 유배지의 배경과 현재의 모습 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인물과 관련한 역사공부를 할 수가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은 간단한 표시석이나 흔적, 후에 마련해놓은 흔적들이 자리 잡고 있으나 바로 정신적인 유산의 위대함을 홍보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한양에서 그 멀리 떨어진 유배지에서 몇 년에서 많게는 이십 여 년 넘게 귀양살이를 하면서 나름대로 역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있으니 역시 대단한 우리의 역사적 인물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 유배지에서 18년 동안 [목민심서] 등 수많은 훌륭한 저작물을 남겼고, 추사 김정희는 제주에서 자기에게 연경에서 귀한 책을 제공해주는 제자에게 주기위해 그린 [세한도]와 [추사체]라는 독특한 필법을 남기게 된다. 또 손암 정약전은 14년간의 흑산도 유배생활을 통해서 서남해안에 서식하는 155종의 물고기와 해산물을 채집, 기록한 어류학 총서인 [자산어보]를 남기게 되고, 그 밖에도 대부분의 유배자들은 유배지에서 허송세월하지 않고,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바른길을 안내했거나 아동들이나 학문을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기 독서 활동이나 힘을 축적하는 시간을 보낸다. 왜냐하면 유배가 언제 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배가 풀리게 되면 다시 벼슬길에 나서게 되고 선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에 있어서 이런 유배활동은 어쩌면 정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심한 경우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도 가져보았다. 어쨌든 권력은 지우려 했고, 세상은 간직하려 했던 사람들, 즉 유배자들에게 늦게나만 동정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나 자신 가끔은 문화유산 답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유배 문화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사전 준비하여 한 번 개척하고 싶은 생각을 갖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