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나라의 건축사를 바라보면 참 뚜렷하게 말할만한 양식사가 없음은 나도 동감한다. 서양의 건축 하다못해 중국이나 일본의 특징적인 건축양식에 비해 우리의 건축은 자연에 숨어있는 듯, 드러나면서 드러나지 않는다. 치기어린 시절에는 이런 우리 나라의 소극적 건축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배우다 보면 양식사의 부족은 당대 철학이 투영된 건축이기 때문에 뚜렷한 양식 보다는 자유로운 건축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이해하려면 매우 많은 노력과 또 감상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직 건축가이자 시인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옛집은 이래서 귀기울일 수 밖에 없다. 심오한 건축세계를 이해하려면 건축가의 공간을 보는 눈이 필요하고 또한 그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 역시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일반 건축책과는 달리 이 책은 이야기가 많다. 건축가의 친절한 도면이나 스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다못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 옛집들의 이야기를 할 때에 건축을 이해할 떄 필요한 평면도마저

과감하게 없어진 듯 하다. 그래서 책을 보기 위해서는 도면보다는 내 머리 속에서 다시 공간을 구성해야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위대한 학자들의 옛집이 평면도 없이 글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들이 성리학을 공부한 학자였기 때문이고  그 건축 기반이 우리의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건축이 각각 달라 보이는 것도 성리학에 기반을 둔 그들의 사상이 자연에 살포시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평면도는 문제가 아니다.


 흔히 기술을 천시했을 법한 당시 조선시대의 문인들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벗어나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 유배를 간 후에 지은 그들의 집은 고통을 잊기 위해 하지만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지어졌다. 자유로운 건축은 그 곳에서 나온다. 단순히 학문의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부조리한 정치사나 권력의 암투의 피해자들은 학문만이 아닌 건축가로 변해서 자신의 또다른 세상을 지었다. 


 이런 건축이 지금은 가능할까? 요즈음 만약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조선시대의 학자들의 철학이 담긴 옛집보다는 현란한 파사드와 구조에 압도당할 듯 하다. 아마도 그들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건축물을 만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우리는 조선시대 학자들에 대해 행동이 부족한 사람들이라 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사상을 건축물로도 훌륭히 풀어낼 수 있는 학자이자 또한 기본적인 건축가들이었다. 이상세계를 현실세계에 구현하려 했던 예술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런 철학이 담긴 그들의 건축은 단순히 집만을 보아서는 온전히 이해될 수 없다. 그 집이 위치한 자연을 보아야 하며 마을의 풍수지리, 산, 강, 개울을 모두 보아야만 이해가 된다. 자연을 집으로, 집 또한 자연으로 이해하는 그들의 놀라운 공간의 전이는 상상력이 부족한 양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건축물의 양식을 뛰어넘는 위대한 생각의 구체적인 대응물이다.


 회재 이언적이 위치한 마을은 勿를 닮았으며 후대에 이를 관통하는 도로가 놓일 때에도 이 글자가 血자로 변한다 하여 반대하였다고 한다. 꽤 재미있는 상상이다. 풍수지리라는 도가의 사상이지만 그렇게 성리학에 집중했던 학자들이 수용한 것도 신기하고, 단순한 한자의 형태마저 마을의 공간의 기본적인 배치도, 설계라고 생각하면 꽤 현대적이고 지금 기준에서 급진적이다.


 또한 이 책에 나온 옛집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집들은 자연과 근접하여 아니면 자연의 일부로 위치하여 지어졌다. 갯물 위에 물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정자, 또는 그들의 수양처는 그 장소, 그 자연이 아니면 아무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건축물 자체로 그 집을 이해하려는 기존의 생각을 깨고 자연이, 주위의 풍경이 어떻게 그 집에 놀러왔을 것인지를 상상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책은 침착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조용한 해설서이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당시 성리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성리학자들의 집이기도 하지만 당시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집주인들의 사상이 어떻게 공간에 반영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한국사 공부에 소홀했던 나를 탓하면서 다시 책을 펼쳐보아야 한다. 책을 읽기전에 이러한 단순한 준비운동 정도는 필요하다. 또한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마음에 드는 어떤 집이라도 직접 방문에 보기를 권한다.


그들의 집에 가면 자연과 벗하는 그들의 집을 직접 볼 수 있고 또한 주인은 세상을 떠나가고 건물을 낡았어도 아직도 생명력이 가득한 아름다운 자연이 보여주는 과거의 주인들의 모습 또한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정자에 직접 올라가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들으며 괴로움을 잊고 꿋꿋하게 선비의 기개를 지키려 했던 옛집의 건축가들이 되어보기를 바란다. 그들의 옛집을 방문해서 각자가 담아올 수 있는 게 사진이건 공간을 채우는 자연의 소리 또는 스케치든지 책을 뛰어넘는 사상을 구현하는 철학이 담긴 옛집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리딩의 중요성?


 리딩, 저자가 말하는 리딩은 더 구체적으로 인문고전을 읽는 리딩을 말한다. 그래서 책 제목을 다시 말한다면 '인문고전으로 리드하라'가 된다. Reading이 Leading이 되는 언어유희를 한글로 써서 더욱 아리송한 제목이 되었다. 그래서 호기심을 유도하고 알면서도 책을 넘기게 된다.

 왜 인문고전을 독파해야하나? 가뜩이나 그냥 책 넘기기도 힘든 보통의 독자들은 책 앞에 정신을 맑게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에너지와 집중력을 요한다. 하지만 이해가 되는 책을 읽는 것은 질質의 향상,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경제학적 논리로 이야기하자면 고전은 수천년간의 지혜가 녹아든, 수많은 천재들에 의해 검증된 책이다. 과외도 수십만원 주면서 받는데 지식, 지혜를 리딩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다니 꽤 솔깃한 소리다. 그 외에는? 그렇게 해서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까?


계획을 세워놔야 하는 이유는?

 

 수많은 책들이 리딩을 매우 강조해왔지만, 저자의 리딩은 상당히 목적이 분명하다. 단순히 지식을 얻어서 열반에 가까운 희열을 느끼는 소수의 독자들과는 달리 수준의 도약이라고 여겨진다. 다른 저자의 책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독서를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서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바보와 같던 몇몇의 유명한 인물들이 독서를 통해 마법처럼 변화한다. 독서가 과연 마법일까? 마법의 매력은 쉽게 변화하고 순식간에 벌어진다는 점이다.(저자의 다른 책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참조해 보길 바란다) 쉽게 순식간에 벌어지는 마법과는 달리 우리가 그 변화를 얻기 위해서는 어렵게 그리고 오랫동안 행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꽤 치밀한 독법을 계산하고 남들이 구체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던 독서 계획과 전략도 설명해 놓는다. 이 책은 꽤 친절하다.


[리딩]과 [성공] 그 시너지 효과는?


인문고전을 리딩하는 저자의 몇 가지 전략은 꽤 시간이 들고 또한 괴롭다. 저자 또한 그러한 괴로운 과정을 겪었다고 말한다. 나는 꼭 이렇게 해서 고전을 읽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동기부여 안된 독자를 위해 저자는 성공한 인물,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세종대왕 등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들을 통해 성공신화를 보고 리딩을 하게 하며, 0.1%의 천재라는 말로 우리를 움직이려 한다.

 이런 주장이 우리를 몰입하게 하고 리딩으로 리드하는 마법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순진하게 마법을 보고 감탄을 할 수 없다. 독서가 아주 고결한 행위라고 찬양은 하지 않겠지만, 순순하게 책을 읽고 느끼는 감동은 꼭 인문고전에만 해당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리딩이라는 행위는 성공의 촉매가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지루하지만 벅찬 행위이다. 단순히 누군가에게는 경제논리로 침범받기 싫은 재미일 수도 있다. 저자가 선한 의도로 글을 썼다는 것을 인정하나 성공신화의 불씨라는 시발점만으로 정의내리기 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정식을 참 좋아한다. 한꺼번에 맛있는 많은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찬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평소에는 맛보지 않는 진귀한 재료는 미각을 통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먹는 것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듯, 하물며 우리의 지식은 그렇지 않을까" 


 최재천 교수가 제시한 '기획 독서'는 그래서 의미 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편향되어 취미로 읽는 독서를 겨냥해서 계획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이야기를 코스 요리로 만드는 쉐프가 되었다. 


나 또한 많은 분야의 책을 즐겨 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에 읽은 책들을 보니 너무 인문 분야, 거기다가 조금 예술분야의 책에 한정된 것을 알 수 있었다. Yes24 올해의 책에 당선된 책들을 보더라도 과학 분야의 책들이 있을까? 몇 년 전에 겨우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KAIST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이외에 이슈가 된 과학 분야의 도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수십 년간 꾸준히 글을 써온 과학자가 차려주는 만찬은 기대된다. 세상의 많은 것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지식이 과학적 지식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직접적인 과학지식을 이해하고 이 지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에는 나부터도 두려움이 많다


 식탁은 부담없이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어리든지 나이가 먹든지 심지어 음식을 차린 요리사 본인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멀리 있는 식탁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옆 사람과 이야기해야 하고 또는 맛있는 요리의 즐거움을 함께 만끽할 수도 있다. 그렇게 가볍게 즐거움을 위해서 이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많은 분야의 지식을 권유하는 이유는 앞으로 우리가 90년이상을 살게 되면서 90살까지 일할 수도 있으며 한 가지 분야의 지식으로 평생을 살 수 있기보다는 5~6가지 혹은 7~8가지 직종의 변화를 겪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가진 우리가 다양한 분야를 알수록 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반드시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우리의 긴 시간을 자유로운 생각의 넘나듦으로 채우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비행기만 타면 우리는 지구의 그 어느 곳으로도 어렵지 않게 넘나들게 되었다. 우리의 생각은 그보다 더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그 곳에 머무를 수 있다. 그 이전에 저자가 권하는 요리를 맛보자. 그 요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문득 또다른 요리를 맛보고 싶어질 것 같다.


 그의 요리는 다윈의 이론 하에 동물로 이해함으로써 이루어진 진화생물학부터 노자의 도덕경, 총,균,쇠, 마틴 루터 킹의 자서전까지 저자의 추천 메뉴는 그 폭이 다양하다. 인상깊은 이야기는 파파야를 집어 든 침팬지과 석양의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고 파파야를 놓고서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이야기가 있는<인간의 위대한 스승들>이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처럼 인간은 단지 영장류의 하나이면서, 인간만이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자연을 향한 경이는 아마 모든 생물의 것이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의 또다른 책 <과학자의 서재>에 못 다 실은 그의 책들을 내놓은 책이다. 과학자의 서재가 사람들을 더 위로할 수 있는 그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 책은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그의 책의 제목이 <통섭의 식탁>이 된 이유는 랭엄의 <요리 본능>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인간만이 요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다양한  저자의 요리된 지식을 맛보는 일이 남았다. 먹다가도 다음 요리가 더 끌린다면 더 먹어봐도 되고 요리된 이후는 다 우리들의 몫이다. 그리고 매 챕터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훌륭한 요리 솜씨에도 감탄한다. 책을 읽어보니 실제로는 아들의 요리 보조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 - 박원순의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
박원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은 이상을 꿈꾸면 현실을 모른다고 비웃는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려는 이상이 없다면 사회가 과연 지금같이 변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꿈꾸는 자를 비웃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바란다.


알튀세르는 러시아의 붉은 혁명(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그들이 품은 환상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은 환상은 아무 힘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불가능한 일이라도 환상이 그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주된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박원순이 말하는 꿈도 이와 같을 것이다. 박원순이 애초에 말하던 리사이클링 사업, 기부 사업, 헌 옷과 자재를 팔아 수입을 남긴다는 꿈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리고 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직접 수많은 사업을 했다. 그런데 남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기업은 연간 30억을 버는 기업이 되기도 하고 지속적인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다중지능'(하워드 가드너 저, 문용린 역, 2007)의 역자 문용린 교수에 의하면 지능은 사고를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라고 한다.(yes24 특별기획 인문학 가이드 참조)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생각하는대로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또는 문제해결능력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지능을 천재가 가지는 뛰어난 지능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용린 교수의 정의대로라면, 꿈꾸는 대로 현실을 바꾸는 이가 그의 재능을 제대로 실현할 줄 아는 지능 높은 자이다. 그래서 난 그를 1명의 천재의 재능보다 더 높게 평가한다. 그는 오래 걸리든 빨리 변화시키든 현실을 변화시키는 목소리와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한 오지랖이 참 넓다. 자기가 품은 꿈을 실현시키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참여연대, 조영래 변호사와 같이 하던 일들에 이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책속에서 공무원과 사회적 기업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품은 꿈과 이상이 그를 서울시장으로 또한 다른 곳으로 이끌어왔고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미리 품은 꿈이 없었다면 안철수 교수를 설득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


 어쨌든 2011년의 인물 중의 하나인 그가 말하는 천 개의 직업은 내 예상과는 달리 훨씬 구체적이었다. 1년 중 3~4개월을 남들이 보지 않는 변화의 현장에 가서 체험하고 정리한 일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좋은 변화의 씨앗을 그는 천개의 직업으로 정리했다. 상당수는 중복되어 보이는 일들도 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단순히 천개의 가짓수를 채우기 위한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읽어낸 앞으로의 메가 트렌드 중의 이미 현실화된 것도 있다. 꽤 정치적인 직업이지만 온라인 투표에 관한 직업도 설명해 놓았는데 이번 민주통합당 당대표 국민경선을 통해 그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도 확인이 된 것 같다. 생태나 마을에 관한 소규모 커뮤니티를 통한 직업도 앞으로의 사회 구조상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너와 내가 다르며 모두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토익을 잘보고 암기를 잘하고 기업에서 말하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로봇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내가 나로서 살고 행복해지고 오히려 예상외로 잘 살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왜 그동안 우리의 삶을 쪼개가며 부수고 없애야지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삶을 포기할수록 우리의 행복도 멀어졌다. 

 

 나는 이 책을 높게 평가한다. 일단 1000개나 되는 직업을 직접 고민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할까? 기업이라면 물론 궁극적으로 상업화하겠지만 이런 직종들을 독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재능이 다양한 각 개인들이 가진다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꿈과 현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너무 별 거 아닌 아이디어의 나열이라 비웃겠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꽤 인상적이다. 이런 대안있는 오지랖은 환영한다.


 이번에는 그의 꿈, 이상을 믿어보고 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비영리 기업이나 창업을 위해 어느 정도 인턴쉽이나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가 강조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을 이유중의 하나는 그가 말하는 세상을 바꾸는 직업들은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도 필요하고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행복으로 직접 전이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춘을 만난 이후의 두 인물


 박경철이라는 인물은 책이 출간될 당시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 했던 안철수 교수와 함께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후보와의 만남 후에 안 교수의 양보 이후에 흘린 눈물 역시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대중이 그를 주목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시골의사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유명한 비주류 경제학자였다.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공자들과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했으며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란 책으로 많이 알려져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안철수와 함께 한 <청춘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전국 곳곳에 있는 청춘들과 만난 이후의 그 역시 변화한 것 같다. 청춘을 만난 이후에 깨달은 사회구조의 모순 속에서 한 명은 직접 행정을 변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서울시장이 되려는 의도를 내비쳤으며, 한 명은 자기의 느낀 바를 책으로 말했다.



우리는 꼭 혁명을 해야 하는가? 


 그들이 만난 청춘들의 이야기가 어땠는지 우리는 잘 안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무능력함이라고 하기에는 수치상으로 너무 지나친 암울한 상황들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다 아픔을 지니고 있다. 어떤 저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우리를 위로했다. 박경철은 우리의 아픔을 듣고 난 후에 <자기 혁명>이라는 메세지를 던졌다. 조금 과격한 말로 들리는 그의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변화에 대한 것이다. 일단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세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투사의 주장과도 같다. 청춘들이 꼭 혁명을 해야 하는가?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운동


 서문에 보면 한 시골 고등학생의 자괴감 섞인 질문에 고뇌해야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는 기회의 균등함이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져있다는 것을 저자도 잘 안다. 하지만 그가 혁명을 주장하는 것은 내 삶을 내가 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다소 이 책은 철학 이야기도 나오고 수많은 사상가와 사회학자들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단순히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에는 무겁고 또 경쾌한 목소리만은 아니다.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변화를 갈구하는 청춘들에게 외치는 것이다. 사회 구조도 탓할 만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사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에게 외치는 인생 제안서이다. 


청춘의 말을 들어준 그가 남긴 이야기

 우리가 그의 책을 찾는 이유는 그가 성공한 한 사회인의 전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의사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 내린 진단은 혁명을 이룰 정도로 주체성을 찾고 배움을 통한 발전으로 사회의 연대를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마치 동양철학자의 자기 수양을 강조하는 일화를 듣는 듯 하다. 이런 의견은 지금 이 시대에 먹히는 메세지이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앞서는 팁을 내놓지만 인생마저도 그런 팁이 아닌 묵직한 철학자의 원론도 필요한 법이다. 같은 말이라도 그가 하면 조금 먹혔다. 이유는 그는 우리의 비참함을 목도하고 들어준 몇 안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외침이 과연 많은 이들의 인생의 혁명으로 돌아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