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 - 박원순의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
박원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은 이상을 꿈꾸면 현실을 모른다고 비웃는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려는 이상이 없다면 사회가 과연 지금같이 변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꿈꾸는 자를 비웃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바란다.


알튀세르는 러시아의 붉은 혁명(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그들이 품은 환상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은 환상은 아무 힘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불가능한 일이라도 환상이 그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주된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박원순이 말하는 꿈도 이와 같을 것이다. 박원순이 애초에 말하던 리사이클링 사업, 기부 사업, 헌 옷과 자재를 팔아 수입을 남긴다는 꿈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리고 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직접 수많은 사업을 했다. 그런데 남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기업은 연간 30억을 버는 기업이 되기도 하고 지속적인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다중지능'(하워드 가드너 저, 문용린 역, 2007)의 역자 문용린 교수에 의하면 지능은 사고를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라고 한다.(yes24 특별기획 인문학 가이드 참조)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생각하는대로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또는 문제해결능력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지능을 천재가 가지는 뛰어난 지능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용린 교수의 정의대로라면, 꿈꾸는 대로 현실을 바꾸는 이가 그의 재능을 제대로 실현할 줄 아는 지능 높은 자이다. 그래서 난 그를 1명의 천재의 재능보다 더 높게 평가한다. 그는 오래 걸리든 빨리 변화시키든 현실을 변화시키는 목소리와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한 오지랖이 참 넓다. 자기가 품은 꿈을 실현시키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참여연대, 조영래 변호사와 같이 하던 일들에 이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책속에서 공무원과 사회적 기업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품은 꿈과 이상이 그를 서울시장으로 또한 다른 곳으로 이끌어왔고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미리 품은 꿈이 없었다면 안철수 교수를 설득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


 어쨌든 2011년의 인물 중의 하나인 그가 말하는 천 개의 직업은 내 예상과는 달리 훨씬 구체적이었다. 1년 중 3~4개월을 남들이 보지 않는 변화의 현장에 가서 체험하고 정리한 일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좋은 변화의 씨앗을 그는 천개의 직업으로 정리했다. 상당수는 중복되어 보이는 일들도 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단순히 천개의 가짓수를 채우기 위한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읽어낸 앞으로의 메가 트렌드 중의 이미 현실화된 것도 있다. 꽤 정치적인 직업이지만 온라인 투표에 관한 직업도 설명해 놓았는데 이번 민주통합당 당대표 국민경선을 통해 그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도 확인이 된 것 같다. 생태나 마을에 관한 소규모 커뮤니티를 통한 직업도 앞으로의 사회 구조상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너와 내가 다르며 모두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토익을 잘보고 암기를 잘하고 기업에서 말하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로봇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내가 나로서 살고 행복해지고 오히려 예상외로 잘 살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왜 그동안 우리의 삶을 쪼개가며 부수고 없애야지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삶을 포기할수록 우리의 행복도 멀어졌다. 

 

 나는 이 책을 높게 평가한다. 일단 1000개나 되는 직업을 직접 고민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할까? 기업이라면 물론 궁극적으로 상업화하겠지만 이런 직종들을 독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재능이 다양한 각 개인들이 가진다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꿈과 현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너무 별 거 아닌 아이디어의 나열이라 비웃겠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꽤 인상적이다. 이런 대안있는 오지랖은 환영한다.


 이번에는 그의 꿈, 이상을 믿어보고 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비영리 기업이나 창업을 위해 어느 정도 인턴쉽이나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가 강조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을 이유중의 하나는 그가 말하는 세상을 바꾸는 직업들은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도 필요하고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행복으로 직접 전이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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