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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정식을 참 좋아한다. 한꺼번에 맛있는 많은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찬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평소에는 맛보지 않는 진귀한 재료는 미각을 통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먹는 것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듯, 하물며 우리의 지식은 그렇지 않을까"
최재천 교수가 제시한 '기획 독서'는 그래서 의미 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편향되어 취미로 읽는 독서를 겨냥해서 계획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이야기를 코스 요리로 만드는 쉐프가 되었다.
나 또한 많은 분야의 책을 즐겨 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에 읽은 책들을 보니 너무 인문 분야, 거기다가 조금 예술분야의 책에 한정된 것을 알 수 있었다. Yes24 올해의 책에 당선된 책들을 보더라도 과학 분야의 책들이 있을까? 몇 년 전에 겨우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KAIST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이외에 이슈가 된 과학 분야의 도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수십 년간 꾸준히 글을 써온 과학자가 차려주는 만찬은 기대된다. 세상의 많은 것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지식이 과학적 지식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직접적인 과학지식을 이해하고 이 지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에는 나부터도 두려움이 많다
식탁은 부담없이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어리든지 나이가 먹든지 심지어 음식을 차린 요리사 본인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멀리 있는 식탁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옆 사람과 이야기해야 하고 또는 맛있는 요리의 즐거움을 함께 만끽할 수도 있다. 그렇게 가볍게 즐거움을 위해서 이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많은 분야의 지식을 권유하는 이유는 앞으로 우리가 90년이상을 살게 되면서 90살까지 일할 수도 있으며 한 가지 분야의 지식으로 평생을 살 수 있기보다는 5~6가지 혹은 7~8가지 직종의 변화를 겪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가진 우리가 다양한 분야를 알수록 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반드시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우리의 긴 시간을 자유로운 생각의 넘나듦으로 채우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비행기만 타면 우리는 지구의 그 어느 곳으로도 어렵지 않게 넘나들게 되었다. 우리의 생각은 그보다 더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그 곳에 머무를 수 있다. 그 이전에 저자가 권하는 요리를 맛보자. 그 요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문득 또다른 요리를 맛보고 싶어질 것 같다.
그의 요리는 다윈의 이론 하에 동물로 이해함으로써 이루어진 진화생물학부터 노자의 도덕경, 총,균,쇠, 마틴 루터 킹의 자서전까지 저자의 추천 메뉴는 그 폭이 다양하다. 인상깊은 이야기는 파파야를 집어 든 침팬지과 석양의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고 파파야를 놓고서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이야기가 있는<인간의 위대한 스승들>이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처럼 인간은 단지 영장류의 하나이면서, 인간만이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자연을 향한 경이는 아마 모든 생물의 것이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의 또다른 책 <과학자의 서재>에 못 다 실은 그의 책들을 내놓은 책이다. 과학자의 서재가 사람들을 더 위로할 수 있는 그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 책은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그의 책의 제목이 <통섭의 식탁>이 된 이유는 랭엄의 <요리 본능>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인간만이 요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다양한 저자의 요리된 지식을 맛보는 일이 남았다. 먹다가도 다음 요리가 더 끌린다면 더 먹어봐도 되고 요리된 이후는 다 우리들의 몫이다. 그리고 매 챕터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훌륭한 요리 솜씨에도 감탄한다. 책을 읽어보니 실제로는 아들의 요리 보조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