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루스 노부스 진중권 미학 에세이 2
진중권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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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봤을 때는 수많은 개념어들의 혼란 속에서도 사뭇 감동받았다. 물론 마지막 장인 앙겔루스 노부스(1920, 파울 클레)에 관한 발터 벤야민의 해제가 실린 그 장을 읽은 순수하지 못한 미적 체험이 나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멍청해보이는 천사, 아무 힘도 없어보이는 천사에 대한 감동을 전해준 진중권의 이 책이 그래서 내게는 최고의 책이 되었다.


 다시 읽고 나서는 이전 9장들의 이야기도 잘 듣게 되었다. 철학사 곳곳에서 들려오는 미학에 대한 이야기는 파편화된 것 같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흥미를 일으킨다. 이 책의 장점은 도한 사진이 과감하게 큰 사이즈로 편집되어 있다는 것인데, 원작을 직접 마주해서 얻는 아우라만큼은 아니더라도 독서를 통해 얻는 작품의 감동치고는 꽤 크게 다가온다.


 포스트모던을 해석하는 수많은 이론 중에 그가 설명하는 존재미학으로서의 포스트 모던의 가치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과거 미메시스 중에서 감각의 대상화, 없던 대상을 새롭게 생성하는 대상화는 단순하게 모방으로 축소되어 그 가치가 망각되었다. 


포스트모던의 감성과 상상력은 무엇보다도 시대의 고통을 예민하게 느끼는 진보적 감수성, 그리고 그 고통 극복의 실천적 방안을 찾아내는 창조적 상상력이어야 한다. ...

우리의 삶 자체를 예술론적으로 조직하도록 이끌어주는 영감의 원천이어야 한다. 미메시스 예술작품과의 존재론적 닮기. 이것이 포스트 모던의 정신이다 (p.149)


 닫는 글에 실린 '닮기의 놀이'에서 예술이 자기 삶을 하나의 작품화하여 필요한 영감을 주며 또한 에토스가 갖는 독단성을 미학으로 벗어나게 한다고 한다. 미는 개성적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모던이 제시하던 전체주의, 획일적 독단성을 타파하기 위해 예술을 강조했던 수많은 사상가들의 이야기가 비로소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저마다 미적 가치를 갖는 수없이 다양한 삶들이 서로 교호작용을 할 때, 비로소 사회는 폭력적 독단성과 무정형의 천박성에서 동시에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p.204)


 나는 예술이 가지는 무정형의 모습에서도 불안감을 느낀다. 과연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정도의 큰 힘을 가질 것인가? 하지만 예술을 통해서 우리들이 서로 대화를 해나간다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서서히 변화해 간다면, 또한 이성의 힘은 그때서야 발휘될 것이고, 소통을 전제로 한 인간들의 보편적 능력인 이성이 그 원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예술을 통해서 느끼는 감수성과 상상력이 조금 더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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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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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나에게는 난적이다. 그림을 좋아하기는 하나 뜻하지 않은 추상화만 그려댈 뿐,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학원에 가서 취미미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주위 사람들의 일취월장하는 실력 때문에 주눅이 들고 애처로운 나의 손에 안타까움만 들었다.


 저자는 현직 순수예술 작가이다. 그러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같이 한지도 10년이 되가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아웃라이어>에 의하면 10년동안 열심히 일하면 전문가가 된다지 않던가? 아무튼 저자는 작가이기도 하면서 선생님으로서 전문성도 갖춘 셈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너무 기법으로서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고 그림을 그리기 이전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이야기들, 본인의 기억들을 내보여준다는 것이다. 작가의 그런 친절함을 글을 읽으면서 나도 스케치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용기를 내게 해준다. 실력 좋은 선생님일 뿐 아니라 따뜻한 눈을 가지고 봐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 장에서는 여유-그리다, 만끽-그리다, 자유-그리다/로 드로잉의 단계를 약간 구분이 되었다. 첫 부분은 기본기에 대한 저자의 드로잉과 에세이들, 그리고 약간의 팁들이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빠르고 실용적인 부분에 대한 드로잉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은 창조적인 드로잉을 하면서 상상하고 창작을 통해 직업을 꿈꾸는 이에게도 도움이 될 이야기와 팁들을 알려준다. 


 보통은 취미미술이라고 해서 이런 부분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데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건축 설계사, 카피라이터, 동화 작가 등 전문가를 꿈꾸는 이에게도 코멘트를 한다. 이래서 꽤 친절하다고 느꼈다.


저자의 글은 자연스럽게 읽힌다. 드로잉의 방법이나 약간의 익힘을 요하는 부분에서는 더 집중력을 요하지만 담백하게 쓴 글이나 드로잉 작품들, 간간이 나오는 여행 이야기나 저자의 경험을 읽을 때는 공감하게 되고 드로잉에 대해서 시도해보고자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스케치에 대한 책들, 드로잉에 대한 책들이 꽤 인기가 있나보다. 이 책은 순수예술을 하는 작가로서 어느 정도 경험도 많은 작가가 따뜻하게 설명한 책이다. 슬럼프에 빠진 이들, 그림이라는 벽을 한 번쯤은 넘어보려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저자가 들려준 많은 이야기 중 마지막 페이지처럼 시작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늘 저자의 말과 스케치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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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만드는 책
칼 필립 모리츠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박원영 옮김 / 아이들판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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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제목만 보고 교보문고에 들르니 아이들 논술 교재에 겨우 발을 들여놓은 이 책은

18세기인가 당시의 철학자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써놓은 책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도 다시 읽을 수 있는 고전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한국의 논술 교육의 목적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그 서가에 꽂혀 있어서

아이러니를 느꼈다.


 이 책은 정말 삽화도 현대적이긴 하지만 내용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진리와 모습을 전해주지만

문득 흔히 하지는 않았던 생각의 발상과 전환에 

나도 이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9~12세 용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정작 자랄 때,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삶의 여백과 본질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는가?

 맹목적으로 시험만 잘 보는 것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지금도 강요받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가 나는 전율이 오기도 하고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했다.

짧은 에세이집이라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 듯 싶다.

말의 힘은 어려운 개념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툭툭 던지는 질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삶속에서 무시할 뻔 했던 질문들을 던지면서 각자 생각을 만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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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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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라는 거대하고도 이름 모를 것들에 대해 색다른 시각과 열병을 안겨다 준 책이 아닌가 싶다. 미술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정말 서양의 것에 더 감탄하고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우리 것이 촌스럽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알지 못해서 아름다움을 못 깨달았던 것 같다.


신문을 보다가 병산서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건축가가 나눈 대담을 보게 되었는데 

그 건축가의 대담과 멋진 사진에 홀려서 꼭 가봐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움직이기까지는 어쨌거나 1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아름다움을 꼭 책으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자세한 디테일의 감성은 미리 알고 감탄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이 책 저 책 막 보았다.


설마 이 책까지 보게 되리라고는 몰랐는데 역시 유홍준 교수의 병산서원을 설명하는 솜씨는 남다르다.

여행기라고도 볼 수 있고 답사기라도 볼 수 있는 이 책은 한 번 글귀를 보고서는 꼭 그 곳에 방문해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주게 된다. 개정판이 출간된 후의 책은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삽화가 많지 않아도

상상하며 그리는 그 장소의 모습이 기대된다.


 완전히 책을 정독한 것은 아니라 세세하게는 못 쓰겠지만 이 나라에 살면서 한 번 쯤은 우리나라의 미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나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우리나라의 미를 먼저 알아 본 한 외국인의 인터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미는 자유분방함인 것 같다고 한다.


 병산서원의 평면도가 기억에 안남고, 윤증 고택을 가던, 하회마을의 충효당에 가던 보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 파사드가 아니라 내가 그 공간에서 체험하는 모습과 풍경이다. 주위를 병풍처럼 바라보게 하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옛 사람들의 시선과 숨겨진 의도를 직접 방문해서 간직하는 것이 이 책의 미묘한 목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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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 있을게 웅진 세계그림책 120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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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본 동화책이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초등학생 때 어린 사촌동생을 돌보면서 본 동화책이 생각난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라는 책이다.


삽화도 재미있었고, 억울한 마음을 풀러 

이리저리 헤매는 과정도 재밌다.

나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동화책이다.


이 책은 그 책의 삽화가가 직접 글과 그림을 만든 책이다.

원제는 독일어로 'Ente, Tod und Tulpe'이다. 직역하면 

'오리ㅡ 죽음과 튤립'이다. 한국어의 상냥한 

'내가 함께 있을게'가 절대 아니다.


이 책을 산 이유는 죽음을 가장한 해골이 나와서

독특하다고 생각해서이다. 하지만 꽤 결론도 마음에 든다.


가끔은 동화책을 사게되는데 어려운 말로 장황하게 써놓은 말보다

이 책에서 죽음이 말하는 내용처럼 간단한 말로 표현되는 생각이

마음에 더 크게 다가온다.


꼭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한 번 쯤은 봐야한다고 여기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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