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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치킨 -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 자살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자살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쯤은 크나큰 괴로움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런 고통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막상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 '보편적인 아픔'을
내세우며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정도의 아픔이
그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이 아티스트는 자식 넷과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뜨게 된다.
홀연히 떠난 것은 아니다. 그는 더 세상을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만화는 이 예민한 아티스트 나세르 알리의 죽기 일주일 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흔한 이야기이지만 흔하지 않은 일들이다.
누구는 겨우 이런 일로 자살을 할까도 싶지만 그를 지탱해준 것들이
하나하나 무너져갈 때 누구나 그렇듯이 자살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의 버팀목이 그의 발 아래 놓여있었더라면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나세르 알리가 좌절했던 사실들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며
그가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믿지 않았더라면
한 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그의 곁을 지키는 누군가의 기도를 알았더라면
그의 삶이 슬프지만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가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했고
한 가지씩 알게 되는 슬픈 사실들에 좌절했다.
별난 아티스트의 이야기라 공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너지게 된다면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면 내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무엇이 사라진다면
나도 삶을 과연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죽기 전에 오해하지 말고 주위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면
우울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란에서 태어나 파리에 거주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이름과 책은 처음 접해본다.
잔혹동화 같기도 한 그의 작품이 주는 감성이
남다르지만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우울한 누군가가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나의 시타르가, 혹은 기타가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