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지음 / 이학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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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는 요새 그야말로 잘나가는 저자이다.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철학에 대한 책을 쉴새없이 내고 있다. 이 책은 강신주의 저작을 몇몇 읽어보고 개인적으로는 아트앤스터디 강좌도 들어본 후에 듣는 것이라 딱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책이 갓 나온 당시에 읽었으면 더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

  

동양철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딴 저자는 장자의 사유를 자신의 이야기에 많이 반영하고 있다. 특히 사랑,가족 등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를 의문시하는 것에서 그는 '타자'를 강조한다. 타자를 인정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타자의 인정 없이는 우리가 마주치는 만남은 그야말로 절름발이 믿음이다. 타자를 향한 우리의 집착과 동질화는 <매트릭스>에 상대방을 자신으로 변화시키는 스미스 요원을 연상하게 한다.


 그의 장점은 역시 철학의 용어와 사상을 매력있게 그리고 쉽게 서술하는 것이다. 그가 글 도중에 소개하는 각 철학자의 소개는 철학자에 대한 지루함보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철학이 우리를 낯설게 하는 것이라지만, 이 책은 그의 다른 책들과 다른 차별성을 느낄 수는 없다.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그가 쓰는 책마다 삶과 철학의 소통을 늘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볼 만하다.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역시 읽으면 삶을 경험하면서 겪는 외로움과 괴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삶의 다른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할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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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함께하는 50일 - 동굴의 비유에서 죄수의 딜레마까지 꼭 알아야 할 철학 이야기
벤 뒤프레 지음, 이정우.임상훈 옮김 / 북로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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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뒤프레라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쳤던 이 저자는 철학적 개념을 알리는 데 20년 넘게 노력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출판사 북로드에서 다른 2권의 책 <위대한 사상>,<위대한 정치>는 지식 갤러리에서 나왔다. 3권의 책은 원래 연작도서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게된 이유는 나에게 익숙한 벤 뒤프레라는 저자의 책이기도 하고 역자가 파이데이아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아트앤스터디 인문학 강좌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친숙할)이정우씨였기 때문이다. 가끔 번역서를 보면 예기치 못한 오타로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는 등의 오류를 가지고 머리를 싸매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철학자가 번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별 고민없이 고르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철학의 주제별로 다룬 부분이 꽤 핵심적이고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심리철학의 문제가 담긴 PART 2의 정신의 문제들은 심리철학을 배우면서 동시에 읽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심리철학의 난제나 핵심을 꽤 정확히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흔히 예상하는 철학의 주제와는 달리 동물에 관한 철학적 문제도 2일이나 할애해야 하니 그리 고리타분한 책은 아니다.


 사회적 문제를 중시해서일까? 윤리학과 정치학을 다룬 두 PART가 분량이 가장 많다. 다른 철학의 분야는 꽤 오랫동안 핵심적인 논쟁을 추려가며 읽을 수 있지만 사회의 발전과 복잡성으로 인해 윤리와 정치라는 철학의 분야는 꽤 논쟁적이며 철학적 판단을 새롭게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떤 주장의 압도적인 우위보다는 우리 모두 비슷한 눈높이에서 함께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역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철학 입문서라면 난해한 철학적 개념들을 경험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한다. 또한 철학적 생각이 사치스럽거나 비효율적인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다. 


 나도 철학이 모든 사람에게 외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힘든 경험세계를 오히려 다른 학문보다 손쉬운 위치에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을 배우면 그걸 생각하고 철학함을 할 수 있는 것은 외부 제도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 자신이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쯤 몇 페이지라도 뒤적거리고 눈 감고 생각하다보면 그 생각의 질문이 따라가는 곳이 철학의 길과 겹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생각과 그로부터 떠오르는 질문과 경험세계를 이어주는 길잡이로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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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 - 인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후베르트 필저 지음, 김인순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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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초의 시도를 높이 평가한다. 경제학적으로도 인간의 사고를 움직인 최초의 패러다임, 애플사의 아이폰의 발명과 같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놓은 획기적인 시도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최초의 시도는 경제학적 가치 이외에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에 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최초의 것을 찾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언어와 사고를 붙잡아두는 문자 발명 이전 시대의 선사시대의 자취는 고고학적 유물의 흔적으로 역사가들의 상상력과 인간의 합리성을 염두에 둔 일종의 팩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최초의 것을 자신있게 설명하기에는 과학도 고고학도 엄밀한 정확성을 내보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점이 우리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저자인 후베르트 필저는 ‘타이스 고고학 저술상’을 수상한 세계적 고고학 저널리스트이다. 고고학적 설명을 제시해주는 그의 전문성은 「쥐트도이췌 차이퉁」의 경제 부문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잡지 「쥐트도이췌 차이퉁 지식」을 창간한 그의 이력에서 조금은 설명되는 듯 하다. 저자가 밝혔다시피, 주제의 성격상 일시적이며 불완전한 시도는 아슬아슬하게 우리의 상상력을 고고학적 유물과 과학이론으로 현실과 맞닿게 한다.


인간의 삶, 현재의 우리를 만든 역사적인 최초의 것은 18가지이다. 이 중에 흥미로운 시도는 최초의 살인 무기, 이주자, 예술가, 가축, 수학자, 정착민, 관리, 푸른 눈, 스포츠 대제전, 컴퓨터 등이었다. 독일인이기 때문에 생각해낼 법한 최초의 맥주와 푸른 눈 역시 그들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우리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흥미롭다. 푸른 눈이 성적 매력을 지녀서 다양한 대륙 분포를 보인다는 점은 인구 분포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최초의 것을 따라가는 시도는 역사적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고고학이 밝혀낸 유물의 기원과 전문가의 이론, 세계 각지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최초의 것을 가리는 길은 현재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분명히 끼쳤다는 것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최초의 것을 인식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의 우리와의 관계, 최초의 것이 가지는 근원성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영향을 궁극적으로 미치는 지 그 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책을 덮은 뒤에 계속 할 일이다. 또한 우리가 저자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것을 행한 인류의 그 누군가는 저자에게도 우리에게도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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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심리코드 - 인류 역사에 DNA처럼 박혀 있는 6가지 인간 심리
김태형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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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역사를 인류 공동의 기억의 산물로 여긴다.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와 관계 없을 법한 그 누군가가 만든 발자취를 보면서 개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행동 방향과 미래를 예상해보기도 한다. 그동안의 역사 연구가 이러한 결과물을 분석하는 행위였다면 이 책은 거꾸로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인류의 행동 심리를 분석한다. 외재적 접근과 내재적 접근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저자 김태형은 심리학자로서 역사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사의 흐름에 나타난 인간 심리를 6가지 코드로서 분석하고자 한다. 동기, 감정, 사고로 이루어진 인간 심리 중에서 채택된 6가지는 기억, 탐욕, 통제욕, 우월감, 개방성, 종교이다. 언뜻 듣는다면 딱히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키워드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인간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각 단어와 대비되는 단어쌍에 흥미를 느꼈다. 탐욕과 함께 언급되는 자본주의, 그리고 탐욕을 위해 이용되는 폭력과 거짓말은 즉각적인 거부감보다는 역사적 사실속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의외로 적합하다. 또한 통제욕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욕구와 맞물린다는 사실 역시 저자의 설명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인간의 심리는 집단의 심리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우월감은 열등감과 함께하며 이 우월감이 가져오는 파괴적인 역사적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도 아픈 흔적을 남겼다. 굳이 자기 자존감이 충분히 높은 개인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강하게 표출하지 않는 것처럼, 집단도 역시 그러하다. 문제는 뿌리깊은 열등감을 지닌 집단이 보여주는 파괴적인 본성인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건강치 못한 증상으로 간주된다.


 개방성 역시 호기심과 관련하여, 또는 두려움이 없는 집단에서 보여주는 특성이다. 외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폐쇄적인 문화를 유지하려 한다면 고인 물처럼 썩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는 사상에서도 연관이 되는데 현재 종북사상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국가보안법이 제한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가지는 불안감의 정체를 이해할 수 있었따.


 책에 제시되는 역사적 사례 또한 세계사 시간에 혹은 간간이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것이라 어려움 없이 읽힌다. 오히려 세계사에 낯선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인간의 심리 속에서 표출되는 역사적 사실의 결과를 역추적해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벌어지는 현실의 역사 또한 6가지의 심리코드를 통해 분석해보는 것도 이 책을 새롭게 재해석해서 내면화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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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치킨 -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 자살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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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자살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쯤은 크나큰 괴로움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런 고통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막상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 '보편적인 아픔'을

내세우며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정도의 아픔이

그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이 아티스트는 자식 넷과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뜨게 된다.

홀연히 떠난 것은 아니다. 그는 더 세상을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만화는 이 예민한 아티스트 나세르 알리의 죽기 일주일 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흔한 이야기이지만 흔하지 않은 일들이다.


누구는 겨우 이런 일로 자살을 할까도 싶지만 그를 지탱해준 것들이

하나하나 무너져갈 때 누구나 그렇듯이 자살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의 버팀목이 그의 발 아래 놓여있었더라면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나세르 알리가 좌절했던 사실들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며 

그가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믿지 않았더라면

한 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그의 곁을 지키는 누군가의 기도를 알았더라면

그의 삶이 슬프지만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가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했고

한 가지씩 알게 되는 슬픈 사실들에 좌절했다.


별난 아티스트의 이야기라 공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너지게 된다면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면 내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무엇이 사라진다면

나도 삶을 과연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죽기 전에 오해하지 말고 주위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면

우울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란에서 태어나 파리에 거주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이름과 책은 처음 접해본다.

잔혹동화 같기도 한 그의 작품이 주는 감성이

남다르지만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우울한 누군가가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나의 시타르가, 혹은 기타가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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