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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 - 인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후베르트 필저 지음, 김인순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최초의 시도를 높이 평가한다. 경제학적으로도 인간의 사고를 움직인 최초의 패러다임, 애플사의 아이폰의 발명과 같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놓은 획기적인 시도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최초의 시도는 경제학적 가치 이외에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에 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최초의 것을 찾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언어와 사고를 붙잡아두는 문자 발명 이전 시대의 선사시대의 자취는 고고학적 유물의 흔적으로 역사가들의 상상력과 인간의 합리성을 염두에 둔 일종의 팩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최초의 것을 자신있게 설명하기에는 과학도 고고학도 엄밀한 정확성을 내보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점이 우리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저자인 후베르트 필저는 ‘타이스 고고학 저술상’을 수상한 세계적 고고학 저널리스트이다. 고고학적 설명을 제시해주는 그의 전문성은 「쥐트도이췌 차이퉁」의 경제 부문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잡지 「쥐트도이췌 차이퉁 지식」을 창간한 그의 이력에서 조금은 설명되는 듯 하다. 저자가 밝혔다시피, 주제의 성격상 일시적이며 불완전한 시도는 아슬아슬하게 우리의 상상력을 고고학적 유물과 과학이론으로 현실과 맞닿게 한다.
인간의 삶, 현재의 우리를 만든 역사적인 최초의 것은 18가지이다. 이 중에 흥미로운 시도는 최초의 살인 무기, 이주자, 예술가, 가축, 수학자, 정착민, 관리, 푸른 눈, 스포츠 대제전, 컴퓨터 등이었다. 독일인이기 때문에 생각해낼 법한 최초의 맥주와 푸른 눈 역시 그들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우리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흥미롭다. 푸른 눈이 성적 매력을 지녀서 다양한 대륙 분포를 보인다는 점은 인구 분포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최초의 것을 따라가는 시도는 역사적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고고학이 밝혀낸 유물의 기원과 전문가의 이론, 세계 각지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최초의 것을 가리는 길은 현재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분명히 끼쳤다는 것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최초의 것을 인식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의 우리와의 관계, 최초의 것이 가지는 근원성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영향을 궁극적으로 미치는 지 그 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책을 덮은 뒤에 계속 할 일이다. 또한 우리가 저자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것을 행한 인류의 그 누군가는 저자에게도 우리에게도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