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학 세계명저 30선
마쓰바라 류이치로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경제학 세계 명저 30선
저자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고전들을 해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에 관한 책들이 특정한 학파나 계보에 의해서 왜곡된 면이 많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최대한 저자의 의도를 충실히 드러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시장경제’ 와 ‘자본주의’ 대비를 통해 경제학 고전을 서술하고 있다. 경제를 화폐와 상품의 연쇄교환으로 볼 때 시장경제는 상품과 상품을 교환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는 화폐가 보다 많은 화폐를 가져 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유로운 세상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이 지혜나 덕을 좇지 않고 경제적인 안정과 지위를 좇는 것을 본다.’ 고 정곡을 찌르는 애덤 스미스와 미국인들의 과시적 소비를 꼬집는 19세기말의 소스타인 배블런을 만날 수 있었다(그는 과시적 소비를 야만적인 대량 소비사회라고 비판했다.). 집권자들이 사회심리를 명확히 관찰해 사회 심리의 동요를 막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조언하는 스튜어트의 말도 인상적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조건들이 주어져 버린 경우, 먼저 부와 권력을 얻어 좋은 교육기회를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고 거대한 기업만이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사회를 비판하는 나이트의 주장에 동감한다. 경제가 심리적 요인이나 문화 그리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변하겠지만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많은 것을 왜곡시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학자나 경제인들은 돈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지만 돈에서 거리를 두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현대 경영학의 시조라는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도 만날 수 있다. 포스트 모던 경제의 서막을 여는 그의 저서라고 한다. 매니지 먼트로 시작해서 기업가, 세계화, 다원화, 지식의 단절을 예고했던 그를 저자는 관찰자로 표현했다. 드러커 자신이 스스로를 사회 생태학자로 표현했던 것처럼 깊은 관찰자로 끝까지 경제를 보고 있다. 경제의 중심이 물건에서 정보와 시장, 지식으로 변화되고 사람과 사람사이, 집단과 사회, 국가와 국제사회를 주체로 보는 경제학이 아직은 틀이 잡혀져 있지 않지만 물건이 생산되어 이윤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변혁으로 이윤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놀랍다.
복지주의의 논리적 근거를 찾아가는 존 롤스의 ‘정의론’ 도 만날 수 있다.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를 부정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시민에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의 자유(시민권)를 공평하게 주어야 한다는 제 1 원리와 이러한 자유를 근거로 활동하여 생긴, 그 이외의 기본 선(재)에 대한 불평등이 환경이 가장 열악한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고 기대되는 한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제 2원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불평등이 동기를 유발시키고 고양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동시에 가장 불리한 사람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직무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고루 주어져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이에 대한 로버트 노직과 마이클 샌델 그리고 아마르티아 센의 의견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마르티아 센의 ‘불평등의 재검토’ 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조국 인도의 경우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통해 종래의 경제 분석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언급하고 있다. 즉 소득에 대한 적합한 활용 능력이 없는 자들에게 이익만으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소득이 있어도 생활의 개선에는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한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소득과 자원의 평등, 즉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이것을 활용하는 능력에 개인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에게 주어진 ‘잠재능력’, 곧 ‘개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 폭’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빈곤은 저소득이 아니라 어떤 제약 때문에 잠재능력이 모자라게 된 상태를 말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간관계와 기초 교육과 초보적인 의료, 기본적인 수입 보장 등을 공공기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방대한 지식을 짧은 시간에 습득은 아니더라도 맛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러한 내용을 소개하고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준 저자에게 감사의 말을 글로 전한다. 여전히 진행형인 이러한 문제들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서로를 바로 보아야 함을 새삼 느낀다. 숙제를 떠안고 하교하는 학생이 되어 잠깐 생각에 잠길 수 있어 행복했다. 잠시 바쁜 일상을 접고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