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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평점 :
남해로 유배를 떠난 김만중과 얽힌 열 개의 사건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저자가 역사 추리 소설을 많이 쓰는데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탐구해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한다. 김만중이 유배를 갔던 남해.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남해 12경 중 7경인 노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만중과 함께 유배지에 와 그를 돌보는 호우와 아미가 반상이 뚜렷했던 당시의 세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김만중과 함께 한 상에서 한 끼를 때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만중의 사람을 향한 의도를 작가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남해의 유력자인 나 문구 참판의 아들 나 정언 그리고 남해 현 관아의 수석 포교 박태수가 그를 도와 훌륭하게 사건들을 처리해 간다. 비록 유배지 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데 특히 그를 알아보고 자식을 맡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에게 한 수 배우고자 찾아드는 선비도 있고 될 성 싶은 자를 찾아 양육해 보고자 하는 스승의 모습도 김만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민초들의 삶과 그들을 괴롭히는 도둑들의 모습이 또한 이 세상의 작은 모습들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가 역사를 찾아 가는 이이기에 김만중의 아비가 김익겸이고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하여 김만중은 유복자로 자라 아비 없는 설움과 효도를 하지 못한 아픔을 평생 갖고 있음도 슬쩍 비춘다. 김익겸이 우리 나이로 23살에 죽었으니 그가 얼마나 큰 상처를 갖고 전쟁에 대해 생각했을까 짐작이 된다.
김만중은 정치가이지만 우리에게는 한글 소설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소설에서는 날카로운 탐정으로 나온다. 그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예리한 관찰력과 순발력과 추리력은 일개 문인의 모습이 아니라 대사헌을 지낸 품성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부록으로 김만중의 한글문학에 남긴 자취와 사씨남정기의 문학적 성취를 기록하고 있다. 한문소설을 주로 썼던 그가 유독 말년에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두 편만 왜 한글로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일찍부터 한글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저자는 사씨남정기가 홍길동전에 이어 두 번째로 쓰인 역사적 사실로서만이 아니라 소설로서도 어느 정도 틀을 갖춘 소설이기에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