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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천국에서 온 편지
먼저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에 감탄한다. 점점 다리에 힘을 잃어가고 두 눈을 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머니에 대한 표현을 볼 때는 가슴이 아팠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기도가 아름답다. ‘주님, 어머니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돌아가시게 해 주십시오.’ 그가 해 줄 수 있는 효도는 기도해 주는 것임을 깨닫고 같이 기도하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다. ‘같이 합시다. 어머니. 기도합시다. ’
구석구석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묻어난다. 일찍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한 여인의 삶이 그려진다. 하숙을 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고 남편을 먼저 보내면서 다짐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설움과 아픔을 가슴에 묻었던 한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회고하며 통회하는 한 아들을 보았습니다. 아마 이 마음이 이 땅과 천국에 메아리치리라 생각이 됩니다. 자식 키우는 어미와 애비가 매 한가지겠지만 저자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싸 주시던 도시락 이야기를 할 때는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나도 어머니를 떠나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할머니와 동생들이 따로 나와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도시락 반찬을 거의 날마다 김치 하나로 통일하셨습니다. 특별히 잘하시는 요리도 없거니와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막내는 이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아침마다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도시락을 가지고 가지 않았고 할머니는 이런 그로 가슴 아파 하셨습니다. 도시락에 김치 국물이 흘러넘치고 책가방의 책들이 온통 찬란한 빨간색으로 물들여졌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그립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입관하면서 느끼는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또한 잠시 생각하게 합니다. 한편 저자가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한 문장이 온갖 처세술이 난무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 특별히 흑색 거짓말과 백색 거짓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다시금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이든지 악의의 거짓말이든지 당사자에게는 상처를 준다는 것이죠. 죄의식이 없는 백색 거짓말이 때로는 더욱 깊은 불신을 초래한다는 것이 다소 충격적입니다. 아주 섬세하고 따뜻한 글을 읽게 되어 상쾌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기억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이 하루하루 쌓여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