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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성에서 영성으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기 고집이 강해지고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삶의 노하우가 쌓여 자기만의 영역과 주관 등이 뚜렷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리라.
70이 넘은 나이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의 깊은 세계로 나아가는 이어령님의 변화가 참 놀랍고 신선하다. 저자는 암과 시력장애 그리고 아이 문제로 고통당하는 딸 민아씨를 지켜보면서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깊은 자기 절망과 아픔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 민아씨에게 피와 살을 물려준 육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하늘의 아버지께서 딸의 문제를 고쳐 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민아씨가 실명의 위기에 놓였을 때 처음으로 기도한다. “ 하나님, 사랑하는 딸에게서 빛을 거두지 않으신다면 남은 삶을 주님의 자녀로 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자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기도의 응답을 받고 이 땅에서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축복신앙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 기적을 체험하고 다시 살아나도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세계를 향해 그의 신앙의 세계를 열어간다. 시간적으로 보면 회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와 가족, 민족과 국가를 뛰어 넘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 온 세상을 향한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을 통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뚜렷한 선교신앙을 갖고 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저자는 높은 지성의 세계를 뛰어 넘어 풍성한 영성의 세계로 나아간다. 곧 지금까지 형성해 온 지성의 세계를 다 백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지성을 포함하여 더 높고 넓은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 그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의 풍성한 감성과 지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객관적이고 친숙한 방법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 들이는 것을 느낀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 임한 은혜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통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겨우 포도밭에 왔는데 나에게도 똑같이 품삯을 주시는 하나님, 뒤늦게 왔는데 앞장서는 하늘나라, 이런 횡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늦게 왔지만 하나님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그동안 못한 일을 열심히 하면 틀림없이 그 포도원지기처럼 저에게도 깊은 은혜를 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의 말처럼 뒤늦게 얻은 횡재하는 삶, 땅 끝까지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는 포도넝쿨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것이 처음과 끝이 좋아야겠지만 신앙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처음보다 끝이 좋지 않은 경우를 자주 보게 돼 가슴이 아프다. 반면 저자처럼 인생의 끝이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깊은 여운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부디 사도 바울처럼 훌륭한 복음의 증거자가 되시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