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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라는 제목의 이어령의 책이다. 우리 시대의 대표 지성인이며 창조의 아이콘이다. 그가 사랑하는 딸과 손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고백을 하고 있다. 모두가 이 땅이 아닌 저 천국에 먼저 가 있지만 그는 아직도 이 땅에서 그들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그들의 아름다웠던 삶들을 돌아보며 우리에게 딸에 대한 사랑과 인생, 그리고 삶을 노래한다.
항상 수석만 했던 딸의 간증이 그를 너무나 슬프게 하였다고 한다. 유명인이던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 싫었던 공부를 억지로 했다는 딸의 고백 앞에 얼마나 그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을까? 운전면허 시험까지도 만점을 맞고서 ‘만약 필기시험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미국 대통령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는 딸의 말을 돌아보며 그가 흘린 눈물은 얼마나 될까. 굿나잇. 이 바보 딸아. 아빠의 사랑을 그렇게 믿지 못했느냐. 이제 시험지를 찢고 어서 편한 잠을 자거라.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들이 얼마나 될까. 그의 딸의 고백이 머리에 맴돈다. ‘나는 시험을 치는 전날이면 공포와 불안에 늘 머리가 아팠어요. 시험 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는데도 열심히 시험을 치고 높은 점수를 받았지요. 우수한 시험기계가 된 겁니다.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그랬어요. 딸이 바보라고 하면 아빠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거니까요.’ 우리의 딸들이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한다. 열심히 공부하되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기를.
딸을 이기는 아빠는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말에서 지지 않았던 그도 딸의 첫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는 졌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지요. 그러나 나는 그 첫 사랑이라는 게 사랑의 연습도 아니고, 잘못 낀 단추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할 때의 그 순간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지요. ~ 첫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후회하는 것이 옳은 가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첫사랑을 완성시켜 한을 남기지 않은 것이 옳은가요.’이혼하고 돌아왔을 때도 그는 져 주었다. 또한 손자의 인생관에도 손을 들었다. 16살 먹은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삶을 말한다. ‘나 열여섯, 열일곱이잖아요. 할아버지, 이때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인생의 피크인 셈이죠.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직장을 구하고, 여자를 만나 결혼해 봐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처럼 나 같은 애 낳아봐. 정신없어요. 자유로운 젊음을 그냥 보내면 영원히 못사는 거야. 나는 열일곱 살 먹은 아이처럼 살고 싶은 거야. 공부하다가 그냥 보내긴 싫어요. 공부하는 건 지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똑똑한 딸과 손자를 먼저 보낸 그의 아픔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더 좋은 곳에서 자기의 꿈을 펼칠 그들을 생각하며 그는 오늘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하나님 아버지를 배우고 그 삶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이렇게 자기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보통 집안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주관이 뚜렷하다면 자기 인생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을 먼저 하늘 아버지께 먼저 보내고 다시 만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이 인생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가 유난히 아름답게 전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