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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의 개념사회 -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신경민의 개념사회
신경민 지음
‘개념’ 이란 단어가 새롭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도대체 몇 살인데 아직도 ‘개념’ 타령이나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나오는 것은 짜증이요 한숨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요 나의 모습이란 생각에 끝까지 붙들고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20~30대 젊은이들과 우리의 사회에 대해 대화하며 토론했던 것을 토대로 적어 나간 것이라고 한다. 언론인으로서, 지식인으로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이 사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자세하게 적고 있다.
저자는 먼저 우리나라가 인연에 기초해 큰 벽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라도 사람들을 벌레 취급하는 영남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비판적이거나 자기 줄에 서지 않는 사람을 전라도 사람, 빨갱이로 몰아 빗질해 버리는 기득권층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인적자원이 철저히 왜곡되고 우리나라 전체에 기형적으로 형성된 인맥이 주류를 이룬다. 어릴 적부터 이루어지는 영남 사람들의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교육(세뇌)은 정상적인 사고를 막고 있다고 한다.(‘우리가 남이가’라는 말 한마디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그들의 몸에 일부가 되어 거의 반사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결정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향이 탈색되고 주민등록이 세탁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저자의 경험담이요 취재하면서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이라 더욱 전율케 한다. 비단 전라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강원도, 충청도에게도 적용되는 논리들이라 우리에게는 온통 색깔이 덧칠해 졌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MB정권에 의해 드러난 학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고대에 대한 특별한 학연이 우리나라 전체를 학연으로 묶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원칙을 지키고 살아가기 힘든 사회가 되어 버린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보이지 않게 형성된 사회의 계급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신분상승에 목숨을 건 싸움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어린 학생들에게도 강요되어 새벽부터 심야까지 이리저리 붙들려 다니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나 소통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이 또 한 번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론이 정권의 하수인노릇을 하고 독재정권보다 더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보의 차단은 우리의 귀와 눈이 멀게 한다.
우리는 MB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민주주의와 소통, 정치 지도자의 자질 그리고 선거와 유권자의 책임 등 우리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5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 우리가 많은 표를 주고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나’ 만을 생각하는 데서 ‘우리’라는 사회와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만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자신의 직업과 사명에 충실한 장인의 자세가 느껴졌다. 그 기개와 용기가 대단하다.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적나라해 부끄럽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만 저자의 냉철함이 많은 위로와 힘을 준다. 이런 그가 이제 현실의 정치에 뛰어 들었다. 지금까지 바깥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어떻게 현실에 녹아나는 지 지켜보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좋은 앵커들을 몇 번 만났다. 그들이 다만 좋은 스피커만이 아니라 실제 좋은 음질을 생산하는 앰프이기를 바랐지만 기대에 그쳤다. 이제 그를 클로징멘트로서가 아니라 삶에서 직접 우리와 함께 하는 한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좋은 책을 읽으면서 오타가 조금 많아 꼼꼼히 체크하며 읽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점만 고려하면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