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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어령 글 김병종 그림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이어령 박사의 성경 시학을 접하게 되었다. 문학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의 책은 ‘지성에서 영성으로’ 으로 처음 접했다. 그리고 작년에 교과서 넘나들기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만났다. 80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저자의 창조적인 사고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그의 부드럽고 명쾌하게 풀어쓴 성경 시학을 보고자 한다. 특히 성경 구절구절에 나타난 비유의 특징과 문화적 배경을 잘 설명해 주리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저자는 빵이냐 떡이냐 아니면 밥이냐 에 대한 간극을 좁히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말합니다. 신학적 접근이나 교리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문학과 생활로 읽는 성경에 눈을 맞추어 글을 써 내려간다. 저자는 시를 읽듯이 소설을 읽듯이 성경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여기에 자신이 일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총 4부 그리고 21장에 걸친 그의 성경 시학은 성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준다. 먼저 그는 꽃으로 시작한다. 인류의 조상들의 화석에 나타난 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번역자는 반역자라는 새로운 사실(물론 나에게)을 제공한다.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의 번역의 차이를 통해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정확히 꼬집어 낸다. 그리고 성경에 많이 나타나는 제유법에 대한 설명과 신학과 시학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해 많은 비유를 통해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하늘나라의 통역사로 소개하고 있다.
2장부터 빵과 떡과 밥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경 전체에서 빵의 중요성에 대해서 저자는 풍성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6장에서는 탕자에 대한 비유를 릴케와 지드를 통해서 탕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성경에서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는 것을 정확히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9장에서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컴퓨터를 켤때 자주 사용하는 접속(access)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성경말씀을 비밀번호, 목사님을 마우스로 비유하는 것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12장에서는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며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성경은 피가 통하는 생명의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21장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직선과 수평선을 동시에 포함하는 점 곧 인간의 언어와 하늘의 언어가 동시에 만나는 점. 거기에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지구상에서 딱 한 번만 일어나는 일 곧 예수님의 부활이 일어났습니다. 저자의 컨텐츠 크리에이터다운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됩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주기도문 중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주옵시고...” 하는 대목에서 매번 막힌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용서의 사랑을 날마다 마음으로 깨달아 가는 거인을 오늘 또 한명 만나게 됩니다.
성경을 일상에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저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좀 더 폭 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신앙의 출발에 서 있거나 성경을 읽는 데 어려움을 가졌던 분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될 것 같다. 성경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해 가는 것이지만 아직 출발선에 있는 분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저자의 의도처럼 성경을 보는 새로운 아름다운 눈을 소유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