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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김시민 지음, 이상열 그림 / 리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시: 김 시민, 그림: 이 상열
저자는 어른들에 의해 가꾸어진 아이, 잘 살기 위해 일방적으로 양육되는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사물을 보는 법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웃음과 따스함이 넘쳐나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소망하고 있다.
나도 1등했다 -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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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륵, / 출발점을 벗어나 달리자마자 / 아이들 등만 보이고 / 차츰 뒤처져 뛰는데
호르륵 / 내 뒤를 출발하는 소리 / 나를 따라오는 뜀박질소리 / 나와 점점 가까워졌다.
꼴찌로 도착하는 순간 / 뒷줄 일등보다 간신히 빨랐다. / 앗, 그런데 /내 손등에
1등 도장을 찍어 주었다.
처음으로 / 달리기 1등 도장을 받았다. / 1등! / 둥근 도장에 / 1이 / 파랗게 빛나는 운동회였다.
지난 5월에 아이들 한마당잔치에 갔었다. 둘째가 달리기하다 힘들어 걸어가다시피 해 결국 꼴찌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힘이 달리는 애들에게 달리기 1등은 간절한 소망이리라. 어린 시절 가을 운동회는 온 동네 잔치였다. 그 중 이어달리기는 백미였다.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했던 운동회 생각에 한참을 머물렀다.
지각할 뻔한 날
막 뛰었어. / 가방은 등 뒤에서 촐랑 촐랑 / 내 마음은 두근두근 / 문방구도 쏜살같이 지났을 때, / 어이쿠 ! / 아무도 보이지 않아 / 교문을 막 지나는 데 / 그때, 운동장에 뛰노는 아이들이 보이는 거야.
아침에 세 아이를 깨우고 밥 먹여 하교 보내면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가히 아침은 전쟁이다. 두들겨 패다시피 아이들을 깨운다. 둘째가 그래도 가장 먼저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막내가 그 다음, 맨 마지막까지 큰 애는 늦잠을 즐긴다. 다급한 마음에 30분 앞당겨 8시다! 8시! 소리치지만 이제 아무도 믿지 않는다. 허겁지겁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밥상머리에 앉지만 변신 하품만 해 댄다. 온갖 협박과 잔소리를 듣고 큰 아이부터 막내까지 하나 둘씩 학교에 간다. 걸어서 10분 거리도 안 되지만 날마다 지각 소동이다. 그래도 아침 굶지 않고 다녀서 다행이다.
어렸을 적 날마다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 1시간 동안을 걸어서 학교에 다녀야 했던 우리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침부터 마라톤이 시작된다. 조금이라도 늦는 날이면 교문 앞에서 부터 토끼뜀으로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교실에 들어갔다. 아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었었다. 갑자기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떠오른다.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마음만은 아침이슬같이 맑았던 그들의 얼굴이 마음 가득해 행복하다.
봄비
비 온다. / 봄 비 온다. / 새싹들이 젖 달라고 쪽쪽쪽 / 꽃들이 젖 달라고 짭짭짭 /
하느님이 젖 준다. / 주룩 주룩 젖 준다. / 아 배불러, / 통통통 통통통통 / 부른 배에 젖 내린다.
동시는 항상 나를 어린 아이로 만든다. 때로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간밤에 우리 몰래 살짝 맺힌 이슬’을 ‘갓 시집온 새색시의 부끄러움’으로 표현했다가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놀림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처럼 시, 특히 동시는 나를 당황케 하지만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맑게 해 주어 좋다. 일 중심인 어른의 마음을 내려놓고 언젠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삶을 그려내고 싶다.
이 책이 일상에 묻혀 바삐 살아가는 현대의 도시인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리라 믿는다. 탁한 공기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에게 깨끗한 산소와 같은 동시들이 가득하다.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공급받으리라 믿는다. 말고 티 없는 웃음을 회복하고 간직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