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남자 - 개정판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김현우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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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은퇴한 도서 비평가 오거스트 브릴은 딸 미리엄과 카티아라는 손녀와 살고 있다. 그의 아내 소니아는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사위는 5년 전에 딸을 버리고 떠났고, 손녀의 남자 친구도 이라크에서 죽었다.

로즈 호손의 전기를 집필하는 일에 빠져있는 딸과 영화 공부에 빠져있는 카티아 그리고 도서 비평가였던 브릴.

남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딸 남자친구의 끔찍한 죽음을 목도한 손녀, 떠난 아내를 매일 그리워하며 꿈으로 다른 생을 엮는 브릴 세 사람이 한 공간에 있지만 이들은 서로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다.

오거스트 브릴이 자신의 방에서 현실을 잊고 빠져 지내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브릭이라는 남자다. 어느 날 잠든 곳과 다른 곳에서 깨어난 그가 깨어난 곳은 9.11 테러도 이라크 전도 일어나지 않은 2007년 미국이다. 이미 내전이 4년째 이어지고 있고 브릭에게 임무가 주어지는데 전쟁을 일으킨 오거스트 브릴을 암살하라는 지령이 내려진다. 그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는 살인을 할 생각은 없이 어서 아내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

현실이라는 것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야. 많은 현실이 있는 거야. 단 하나의 세상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세상이 있는데 그것들이 서로 평행하게 달리고 있어. 세상과 반(反) 세상, 세상과 그림자 세상. 각 세상은 다른 나라에 가 있는 누군가가 꿈꾸고 상상하고 저술하는 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각각의 세상은 마음의 창조물이라, 이 말씀이야.


현실과 상상이 오묘하게 뒤엉켜 무엇이 내 공상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는 독특한 미스터리 형식을 갖고 있다. 각자의 상처 속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조개껍데기 안에서 침잠하다 하나씩 문을 열고 나와 어찌어찌 다시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에서 하나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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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 개정판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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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오래된 코미디를 보다 그는 웃고 말았다. 가족을 모두 잃고 희망도 없이 살던 그였는데... 그는 단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자신을 웃게 한 코미디언 헥터 만의 모든 영화를 찾아보기에 이른다. 중반부터 묘사되는 헥터 만의 인생 이야기는 데이비드 짐머 교수만큼이나 독자 또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무성영화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생전에 12작품을 남겼던 그는 29세가 되던 해에 홀연히 살아졌었다. 온정신으로 살 수 없었기에 편집증적으로 세계 곳곳에 흩어진 헥터 만의 작품을 보고 또 연구한 후 그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뉴욕에 아파트를 얻었다. 3개월간 영화를 보고 그의 영화에 대한 글을 9개월간 쓴 후 다시 밀려온 그는 친구의 부탁으로 번역 작업에 몰두하는데 그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 후 자신이 헥터 만의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인의 초대장을 받게 되고,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핵 터 만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 듣는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브리지드를 미치게 만들고 임신시키고, 그녀의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한 핵터 만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름도 바꾸고 떠돌다 브리지드의 고향으로 가 그녀의 아버지의 가게에 취업하게 된다. 그의 이런 행동은 자신이 고통받아 마땅한 위치에 있으려는 생각의 결과였지만, 브리지드의 동생 노라가 그에게 빠지게 되고, 편지를 남기고 또다시 길을 나선 그는 잠깐 동안 포르노일도 하게 된다. 그가 자살을 시도하던 와중에 은행에서 여인을 인질로 잡은 강도에게 무작정 뛰어들어 큰 사고를 입게 되지만, 인질이었던 여인 프리다와 결혼해 뉴멕시코에 정착한다.


“내 삶을 구하려면 그 삶을 파괴하기 직전까지 가야만 한다.”

p.223

[달의 궁전]에서 포그의 삶을 통해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 구도를 뒤엎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몰락과 횡재를 그렸었는데, [환상의 책]도 믿기 힘든 구조지만 독자에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꾼임을 증명하는 작가라는 걸 확인한다.

폴 오스터만 특유의 재능이 아니면 불가능한 거침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1930년대 영화산업이 변화하고, 대공항 시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삶이 믿기 힘들면서도 푹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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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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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셧다운 상태를 유지하던 때가 바로 몇 년 전이어서 감염병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인지할 수 있는데, 어쩌면 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감염병이 불러온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것은 세균, 진균, 기생충, 바이러스 등 네 종류다. 진균은 곰팡이균과 같은 균이고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세균의 1/50 수준으로 작다.

보건 기구에서는 1급부터 4급까지 감염병의 종류를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다. 전쟁보다 더 공포스러운 감염병이 만연하는 사회를 다룬 SF 나 재난 영화들을 볼 수 있는데, 의학이 발달했어도 여전한 감염병에 대한 우려는 사람들이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더 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14세기 유럽의 패스트의 위력이나 세계대전 때 스페인 독감으로 수천 명의 인류가 사망했다는 역사적 감염병에 대한 내용이 다 예전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안일한 대처에 대한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우리는 감염병이라는 말만 들어도 과하게 대응하게 된다.

벼룩, 쥐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페스트는 보통 사람 근처에 서식하는 쥐 가운데 10%가 감염되면 인간에게 본격적으로 전염된다고 한다. 유럽인 구의 1/3을 죽음으로 몰고 간 14세기의 페스트를 우리는 페스트 감염병의 전부라고 알고 있지만, 인간이 농사를 지은 이래 사람이 모여살고, 벼룩과 쥐가 공존하면서 페스트는 인류와 함께 존재했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대유행을 했던 페스트는 6세기, 14세기 그릭 19세기 등 3차례 발병했다고 한다.

1330년대 중국에서 시작되어 몽골제국이 구축한 무역망을 따라 유럽까지 오게 된다. 뚜렷한 이유를 모르던 사람들의 패닉 상태는 종교에 기대거나, 마녀사냥, 특정 인종 박해 등 질병 자체 보다 더한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지식혁명, 인쇄술 발달, 종교개혁 그리고 마침내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등 인류가 발전하는 데 영향을 준 것도 패스트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패스트,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 등 인류를 큰 위기에 빠뜨리며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한다.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제목에서처럼 감염병은 고통이었지만, 인류가 이를 통해 발전하고 더 옳은 방향, 미래로 향하는 계기가 된 감염병에 대한 세계사여서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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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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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경과학자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 애던 지먼의 뇌과학 이야기이다. 그는 아판타시아(Aphantasia):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을 상실한 환자 와 하이퍼판타시아(Hyperphantasia):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극도로 생생하게 느끼는 환자의 개념을 최초로 규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애덤 지먼이 쓴 [상상하는 뇌]에 따르면, 상상은 인간 사고의 핵심 특징이고, 지금의 현실은 우리 상상력의 산물이다. 상상과 지각은 지식과 예측, 뇌의 자율적 작동으로 예측된다. 또 상상은 지극히 사회적인 인간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상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런 인간의 상상력은 뇌가 질서를 부여해 만들어내는 조율된 상상(제어된 환각)으로 상상의 역할, 뇌의 기능, 그리고 상상이 과도화된 환각의 세계까지 다룬다.

‘나’는 곧 ‘내 뇌’라고 유시민의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상상이 단순히 공상이나 허구가 아닌 우리 자신의 뇌를 만들고 의식을 구성하기에 궁극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완성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과 상상하고 그려내는 것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 둘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더 나아가 꿈, 창조, 히스테리나 몽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상과 관련한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과, 공룡, 천둥소리...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할 때, 뇌는 실제로 그 상황을 경험할 때와 유사한 영역들을 활성화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면 침이 고이거나, 무서운 상황을 상상하면 심장이 빨리 뛰는 것처럼. 이는 뇌가 상상과 현실을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하며, 상상력이 곧 우리의 현실 인식과 감정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는 전두엽을 중심으로 상상력을 이용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각 시나리오의 결과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그려보며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 즉, 상상력은 우리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뇌를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2010년 하버드에서 2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체로 평소 활동하는 시간 중 1/4에서 절반 정도는 몽상에 잠겨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누구보다 상상을 많이 하는 듯하다.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다른 상상을 하며 다른 곳에 가 있는 시간이 많다.

“심상이란 감각 자극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마치 그것을 지각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떠올리는 정식적 표상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심상은 장단기 기억, 미래에 대한 생각, 창의력, 문제 해결, 정서 측면에서 중요하다. ”


반면 갑자기 죽은 사람이 보인다거나 하는 등의 환각 형태는 본질적인 결핍에 기인한다고 한다. 평소에 들어오던 감각 입력이 갑자기 사라지면 마음과 뇌는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유사한 자극을 찾게 되고 상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상상이 어떻게 세상을 직조하고 '나'를 완성하는 힘이 되는지를 또 상상이 인간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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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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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집안 내력인 암과 단명, 부모님을 일찍 잃고 고모에 의해 길러진 화자가 이제 암으로 병원을 오가는 고모를 돌본다. 고모에게도 딸이 있었지만, 엇나가다 지금은 연을 끊고 산지 오래다. 자신을 친딸과 구별하지 않으며 키워준 고모에게 감사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은 절대 친딸이 될 수 없다는 묘한 서운함, 엇나가는 딸을 욕하며 없는 셈 친다고 말하지만, 가슴 한편엔 언제나 친딸에 대한 염려가 있는 고모의 헛헛한 마음을 느끼는 화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함께 황톳길을 걸으며 사실이든 아니든 딸이 잘 있다는 것을 자신이 안 것으로 다 되었다는 고모의 어쩌면 체념 같은 마음이 느껴지면서, 키울 때면 화자를 절대 자신의 딸이 아님을 굳이 밝혔던 고모가 이제는 화자를 대하는 마음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 없는 셈 치고 (김유담)

철물점을 운영하는 근성의 이야기 [후보]는 한 곳에서 오랜 삶을 살며 쌓인 추억을 뒤로하며 걷기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 밖에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 돌연사해 버린 언니의 강아지가 어느 날 찾아오면서 전개되는 임선우 작가의 [유령 개 산책하기], 산책과 글쓰기를 하며 중년의 삶을 사는 이의 잔잔한 이야기 임현 작가의 [느리게 흩어지기] 등 잔잔하면서도 삶의 한때를 되돌아보며 천천히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유령 개가 한참 만에 느티나무 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조용히 물었다. 하지야, 왜 나에게 돌아왔니?”

p.126

  

맨발로 걷던, 내 게 찾아온 영혼과 걷던, 걷기는 어쩌면 또 하나의 명상이다. 걷기 좋은 계절, 풀냄새, 나무 냄새, 바람 냄새를 간간이 맡으며 오솔길을 걷고 싶어지는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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