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 개정판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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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약, 세계사를 바꾼 감염병.. 뭐 이런 정도야 당연하게 여겼는데,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라니, 물고기가 어떻게 세계사를 바꿨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중세 유럽에서는 일 년의 절반 정도 기간에 생선을 먹고 살았다고 한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한 해의 반 가까이의 기간을 단식일로 지정해 두었는데 생선 먹는 것에는 예외를 두었기 때문이다.

“회유어인 청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갑작스럽게 이동 경로를 바꾸곤 하는데 이런 일은 오늘날에도 종종 일어난다. 아무튼 ‘소금에 절인 청어’가 주요한 경제적 기반이 되자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당대 유럽의 세력 판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뜨거운 고기’ 육류를 탐욕으로 치부했지만 ‘차가운 고기’ 생선은 피시 데이로 바꾸며 적극 권장하면서 생선 수요는 급증했다. 특히 청어와 대구는 대량 포획이 가능한 어종이었기 때문에 기독교 식문화에 중요한 식량원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청어와 대구는 중세 유럽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았다. 어획량이 엄청났고, 염장 기술의 발달로 오랜 시간 보관하며 유럽 전역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물고기가 부의 원천이 되고, 가공산업의 발달은 경제적 이득, 상업과 금융의 발달을 촉진했다. 이는 곧 국력과 직결되는 사항으로 어장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과 협력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염장법 등의 발달로 장기간 배를 타고 항해할 수 있도록 신대륙 발견에도 영향을 미쳤다. 청어의 경우 산란을 위해 특정 장소로 돌아오는 습성 때문에 역사가 바뀐 사례도 있었다.

바이킹이 침략해 식민지로 삼은 도시나 지역은 어김없이 청어잡이가 활발한 곳이었다.

청어를 가공하는 기술이 독보적이었던 네덜란드는 청어로 부를 쌓고 동인도 회사를 설립해 동아시아로 진출했다. 네덜란드에 있어 청어는 강력한 해상 강국으로 성장한 대표적 예시와 같다.

결국, 청어와 대구는 유럽의 경제 시스템을 움직이고, 해상력을 키우며,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게 하고, 심지어 종교적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서, 유럽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전략 자원'이었던 것이다. 세계사의 흐름은 단지 전쟁과 하나의 사건이 원인이 되는 건 아닌가 보다. 물고기가 이동경로를 바꾸는 건 잘은 모르되 어쩌면 기후와도 관련 있을 지도 모른다. 세계사의 변화가 인간이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흐른 것은 아닌 물고기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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