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보 헌터가 글을 쓰고 누나인 캐스린이 일러스트를 그려 자연을 담은 책 [낯선 고요]는 옐로 스톤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경험한 남매가 그려낸 멋진 책이다. 둘 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다. 잠시 멈추어 세상에 깃든 자연의 장엄함을 음미하는 쉼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펴낸 책인데 사진이 아닌 동식물 하나하나의 선들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늘 변하는 사계절은 산에 갈 때, 날씨가 급격히 변화했을 때야 자연을 생각하는 정도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꽃이 모여있는 곳에 잠시 가서 사진을 찍고, 눈이 오는 동안의 즐거움을 느꼈던 도시에서의 삶에도 언제나 자연의 경이로움은 곁에 있었는데, 그걸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을 뜨고 있어도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레이철 카슨의 말이 바쁘다는 핑계로 눈과 귀는 핸드폰의 저세상에 가 있고, 정작 내 앞의 자연의 신비에는 무감각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양분을 순환시키고, 꽃가루를 나르며 씨앗을 먼 곳까지 퍼뜨리는 곤충들, 질병을 옮기는 해충을 만찬으로 즐기는 거미들, 씨앗들, 뿌리, 열매와 잎들을 비롯해 눈을 들어 하늘을 도화지 삼아 눈부시게 그려놓은 구름과 무지개와 별들... 지구라는 경이로운 환경은 그 자체로 삶이 꿈툴거리며 지속해 나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멋진 세계임을 실감한다.
오늘부터 길을 걸을 때,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바라볼 때, 저 밖에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계속 순환하고 있음을, 그 자연을 앞으로는 조금 더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