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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평점 :
씁쓸하고 섬뜩하다...
차 사고로 절벽 아래로 굴러 차가 뒤집힌 상태에다 다리가 끼어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창밖으로 구두와 회색바지를 입은 남자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하지만 도움은 커녕 화만 돋우던 의문의 남자와 마주한다.
이제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탈출이 아닌 오직 그 남자를 죽여야 겠다는 생각만으로 자신의 다리를 절단하고 간신히 빠져나오는데...
그가 마주한건 나무에 목을 멘체 숨져 있는 구두를 신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가 정신이 혼미한 상테에서 마주한 세상은 불신과 무관심이 가득한 세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충격이었다.
중국에선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나몰라라 한다고.. 그것이 중국인들의 병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내 일이 아니면 세상이 끝나도 상관않는 현상은 중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듯하다.
마치 치명적인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번지는 이런 극단적 이기와 무관심엔 스스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될수 밖에 없지 않을까?..
첫 단편인 '남의 일'로 충격적이지만 흥미가 많이 동했던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뒤로 갈수록 뒤틀리고 미친세상의 미친 사람들이 등장해서 공포를 넘어 역겨움마저 느끼게 된다.
마치 하드코어 무비를 며칠 내내 본것 처럼 정신이 이상해질듯 괴로운 느낌이지만, 한 편 한편 정상이 아닌 가장의 모습,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자란 뒤틀린 영혼들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기도 한다.
우리집에는 괴물이 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편 '자식해체'도 끔찍하고 뒤틀린 가장의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어딘가에 이런 괴물이 한 가정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에 오싹해진다.
표지도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터라 지하철에서 읽고 싶어도 선뜻 꺼낼수 없어 집에서만 읽어야 하는 책이고 때로는 식욕을 잃게 만드는 내용이지만, 잘 만든 공포영화 한편쯤 보고싶을 때가 있는 것 처럼 끔찍한 인간세상의 미친 이야기가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