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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평점 :
[종교로 시작하다.
영국에서 종교개혁이 있고, 부패한 종교에 염증을 느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래서 미국은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그 안에서 살겠다는 지극히 종교적인 열망이 가득한 청교도인들이 이주한 탓에, 우리가 자유에 한계가 없는 대단히 관대한 나라라고 착각하는 미국의 뿌리는 참으로 종교적으로 엄하고 스스로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의 삶으로 시작된 나라다.
책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청교도, 그리고 그보다 더 급진적인 청교도인 퀘이커교등이 뿌리깊이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했던 탓에, 불행하게도 교리에 어긋나는 사람들이나 그에 못미치는 사람을 마녀로 몰아 마녀사냥이 횡횡하기도한 끔찍스런 곳이기도 했을것이다.
아서 딤스데일 목사가 자신의 죄를 사람들에게 고하지는 못하지만 매일밤 하나님께 죄를 고하며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한다고 하는 대목을 보아도 그 시대의 종교가 지금의 종교와 얼마나 다른지도 상상이 간다.
[그들의 죄
타고난 선함이 죄로 인해 허무하게 낭비된 여인 헤스터 프린, 그리고 그녀가 끝내 자신과 정을 통한 그 남자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던 그 장본인인 젊은 목사 아서 딤스데일의 이 이야기는 그들의 허락되지 않은 사랑으로 부터 시작된다.
분명 남편은 다른곳에 있다고 알려진 헤스터 프린의 임신으로 사람들은 또다른 죄인을 그녀에게 고하라고 하지만, 그녀는 딸인 펄이 7살이 될 때까지 입을 굳게 다문다. 하지만, 그녀가 가슴에 붙이고 다닌 간음을 뜻하는 A자가 무색하리만치 그녀는 사람들의 멸시 속에서도 절대 욕심내지 않았고, 없는 사람에게 배푸는 선한 행동을 하며 평판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끝내 감추고자 했던 상대인 목사 아서 딤스데일은 사회적으로 명망은 높아가지만, 자신의 죄를 사람들에게 숨겼다는 사실로 하루하루 말라가고 병들어 간다.
지금 시대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상대방이 성직자라고 해도 그리 대단한 죄는 아니지만, 결국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꺼리낄 것이 없었던 여자 헤스터 프린이야 말로 편하게 다리 뻣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는가 보다.
참으로 종교적인 책이기는 하지만, 지금 시대에도 아서 딤스데일처럼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많은걸 속이고, 조용히 소리죽여 기도 할때 하나님에게 용서를 빌면 모든것이 다 용서되는줄 아는 사람들 또는 성직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아서 딤스데일 목사는 그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 스스로 병들었지만, 지금시대의 하나님의 아들들은 그렇지도 못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고전을 읽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나, 연극체를 연상시키는 대화, 그리고 아무래도 너무 예전의 작품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백인우월주의적인 냄새는 참으로 짙다. 인디언을 야만인 처럼 묘사하거나, 너무나 청교도 적인 면등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이라는 것이 자신의 내면을 떳떳하게 한다는 변치않는 진리는 여전하다.
헤스터 프린의 전남편이 복수심에 의해 아서 딤스데일 옆에서 그를 괴롭히는 장면,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이 사람들에게 끝내 밝히지 말고 하늘나라로 떠나길 원했다는 걸 보면, 참으로 묘한 생각이든다.
사회적으로 명망 높고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 사람이 죽을 때 자신의 치명적인 죄를 고하려 한다면 지금시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은 무조건 말릴것 같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 또는 동료들이 가장먼저 말릴거란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지금의 사람은 양심이나 하나님으로 부터의 용서보다도 세상의 평판, 죽은 다음까지도 변하지 않을 명성을 더 높은 가치로 여기는 까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