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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2009년 봄 나란히 우리 곁을 떠났던 영문학가 장영희님과 서양화가 김점선의 그림을 통해 12달의 시를 소개한다.
12달의 시를 읽으며 마치 일년의 각 월들이 인생의 한 지점처럼 느껴저 12월로 다가갈수록 아쉽기도 하고, 주옥같은 영미시들이 이제 몇 편 남지 않았다는 마음에 안타깝기까지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3월의 시를 읽으면서 부터 나는 오롯이 이 책에 빠지기 시작한것 같다.
3월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걸 보니.
그래서 3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어요?
아, 3월님,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
비교적 읽기 쉬웠던 영문을 이 시부터 소리내어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영시에 푹 빠졌다.
머릿 속에서 내 나름 번역하는 낱말들이 장영희선생의 발끝에도 못미치겠지만, 영어 원문을 읽으면서도 원 시의 감동이 밀려오는걸 느꼈던게 이 시부터였다.
12달에서 8월 쯤이면 아직 한창 여름을 즐길 때이지만, 8월에 소개된 '찻집'을 읽으면서 나는 우울해 졌다.
The girl in the tea shop
Is not so beautiful as she was,
The August has worn against her.
She does not get up the stairs so eagerly;
Yes, she also will turn middle-aged.
The glow of youth that she spread about us
As she brought us our muffins
Will be spread about us no longer.
She also will turn middle-aged.

8월을 찻집의 저 아가씨가 예전 처럼 그리 예쁘지 않고, 이제 층계도 예전처럼 힘차게 오르지 못하고, 이제 곧 중년이 될 그녀를 표현하고 있다.
8월이면 아직 한창이라고 계속 우기고 싶은 나에게 조금은 쓸쓸함을 안겨준 시를 만나고 우울해 할때 11월의 '아름답게 나이들게 하소서'가 없었으면 책을 덮을 때까지 쓸쓸해 했을 것이다.
아름답게 나이들게 하소서/ 수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듯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없나요.
잠시 떠나있고 싶지만, 영원히 떠나고 싶지않은 곳이 세상이라고 했다. 이 시는 나이를 인생을 계절을 인간을 말하며 바쁜 일상에서 잠시 떠날수 있게 해준다.
짧지만, 아주 귀한 책으로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