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와 미소시루 - 떠난 그녀와 남겨진 남자 그리고 다섯 살 하나
야스타케 싱고.치에.하나 지음, 최윤영 옮김 / 부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야스타케 싱고는 결혼을 앞두고 결혼할 여인인 치에에게 유방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암이라는 진단은 그의 결혼을 막지 못했다. 아이를 갖기를 소원한 그들의 소망은 목숨을 걸고라도 낳고 말겠다는 치에의 결심에 의해 너무나 소중한 하나를 얻는다.
8년간의 병간호동안 병원 치료와 함께 민간요법을 병행하게 했다. 우리의 병은 정말로 우리가 무심코 먹는 모든것에 기인하는 지도 모른다. 유기농과 우리나라에 있는 됀장 처럼 미소국 그리고 유기농채소와 단백질 섭취로 기운을 내며 완쾌되는 기적을 낳는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암이라는 녀석은 그 틈을 비집고 찾아오는가보다. 몇차례에 걸친 완치와 재발을 겪으며 결국 8년간의 암 투병을 끝내고 치에는 하늘나라로 떠난다.
종반에 가서 책을 읽으며 내가 울었던 것은 치에가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5살 하나가 엄마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미소시루를 끓이고 현미밥을 할 수 있도록, 그 작은 손에 부엌 칼을 쥐어주며 다독이며 사랑을 담아 교육했던 치에의 정성.
상상은 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힘든 8년간의 아내의 병치례를 꾿꾿하게 해온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울었던것 같다.
우리는 남의 눈 때문에 혹은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혹은 정말 모르기 때문에 아이에게 무조건 다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 자신 친구를 유방암으로 보낸 기억이 있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한 후로 한 달을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가족과 이별할 여유도 없고 자신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병원에 갖혀 온갓 호스를 몸에 부착하고 있다가 죽었다. 가족의 면회조차 거부되는 위급 환자로 분류되다 혼자 쓸쓸히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정말로 슬픈 일이다.
병원에서 죽는 것만이 병을 치료하려 그래도 노력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스트콘서트'라는 죽음에 관한 예쁜 내용이 생각났다. 하지만 병에 걸린 다는 것, 병간호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예쁜 죽음을 선사하지는 않는다는 것, 가족에게 온갓 모진 모습을 다 보이고, 모두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런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싱고와 하나에게 엄마의 모습은 항상 웃고 기운차려고 노력했던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게 사랑이고 그게 가족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