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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는 이탈리아 중세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의 작품 『신곡』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서사시 중 하나로 꼽힌다.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귀향하지 못한 채 떠돌던 단테는 이 기간 동안 『신곡』을 완성하였으며, 그로부터 7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선과 악의 심판을 다루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하고 단테 연구를 해온 박상진 작가는 2021~2022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우리 시대 단테 읽기’를 토대로, 단테가 다룬 16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선별해 다시 정리했다. ‘만남’에서 ‘구원’까지 이어지는 이 16가지 주제는 『신곡』의 내용과 단테의 삶을 함께 조명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문학적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단테의 언어는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정치적이며 논리적이고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독자에게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그의 작품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아직도 읽히는 것 같다.
『신곡』에서 단테는 지옥에서 대식가 죄인들을 만난다. 많이 먹고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형벌은 단순한 배부름을 넘어서 ‘몸이 맛의 노예가 되면 마음은 빈곤해지고, 식탐이 커질수록 영혼은 신에게서 멀어진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신이나 영혼을 믿지 않아도 이러한 과식이 몸뿐 아니라 지성을 해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옥에서는 대식의 죄인들이 깨끗한 물과 맛있는 과일을 보면서도 먹지 못하는 형벌을 받는데, 이는 지옥의 벌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묘사된다.
단테가 지옥에서 말한 ‘폭력’의 죄는 살인자, 강도, 자살자, 낭비자 등 다양한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흥미롭게도 국가 영웅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기에 지옥에 있다고 단테는 묘사한다. 단테가 지옥에서 만나는 과거 영웅들조차도 이승의 영광이 전부가 아니며, 올바른 삶을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전한다.
『신곡』의 지옥에 가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신의 뜻에 반하는 악행과 죄악인데 부절제, 폭력, 사기 등의 죄를 저지른 자들이 대상이며, 이성에 반하는 죄를 특히 엄중히 다룬다.
스트레스 때문에 과식을 한 경험이 있고, 건강을 위해 24시간 단식을 시도해 본 적도 있는 입장에서 ‘대식’ 파트가 흥미로웠다. 또한 현재 주식과 부동산 등 자본이 확장되는 시대에 머리를 써서 돈을 벌고 노동으로 인정받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며, 단테의 생각도 지금에 맞게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1300년대와 21세기의 죄와 구원의 개념이 많이 다를 수 있으나, 단테는 여전히 인간의 문제를 직시하며 불완전한 우리 존재가 고결한 품성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