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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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고민들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에 누군가 시원하게 내 고민을 풀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들은 자신의 고민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 해결 방안도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누군가의 조언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건 자신의 현재의 상황이 벽에 갇혀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심하고, 혼자 해결하는 성격탓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상담을 받아주고 조언을 해 준 적은 참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준 적이 많다. 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그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1일1선을 권장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1일1선을 한 내용을 일기로 적어서 1주일에 한 번씩 제출을 했다. 학기가 시작되어 처음 제출하는 일기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형식적으로 쓰게 되는데, 차츰 차츰 익숙해지면 일기장에는 자신들의 고민이 담겨지게 된다. 가정환경 이야기, 친구와의 관계, 이성친구문제, 학습에 관한 고민들이 쓰여지게 된다.

그중의 어떤 학생들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자신의 걱정과 고민을 담아서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다. 마치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고민상담편지처럼.

고민상담편지란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편지란 말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기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다보니, 지나간 추억 속의 한 학생이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인데, 가정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쾌활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늦동이 막내 딸이었는데, 초등학교 때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년이 지난 때였기에 가족들은 아버지의 재혼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 학생은 그 일로 상처를 받고 방황을 했었다. 그때 그 학생과 주고 받았던 것이 바로 상담편지였다. 어느날 복숭아 꽃이 활짝 핀 과수원을 지나 그 학생의 엄마 묘소에 같이 갔던 적이 있는데, 근처 저수지에 앉아서 저녁 노을이 질 때까지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복숭아 꽃이 피는 봄날이면 가끔씩 그 아이가 생각난다.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에 합격할 때까지는 연락이 되었는데,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와 동창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이렇게 나를 추억 속의 어떤 한 장소로 시간여행을 하게 해 준다. 그것은 이 소설이 30 여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동안 작품 활동이 왕성하여 1년에도 몇 권의 소설이 출간될 정도로 다작의 추리소설작가이다. 그렇게 많은 소설을 쓰는데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의 소설들은 소재나 기법이 다양하고 이야기의 내용이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들 중에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백야행>,< 탐정클럽>, < 교통경찰의 밤>, < 용의자 X 의 헌신>을 읽었는데, 작품들마다 섬뜩한 살인사건이 담겨 있었으며, 추리소설의 묘미인 기막힌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살인사건도, 이야기를 풀기 위한 추리도 담겨 있지 않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기 설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야기와 이야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치 흩어진 퍼즐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퍼즐 맞추기라면 우선 큰 그림을 알고 있기에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작은 조각들을 이리 저리 꿰맞추어 보고 안 맞으면 다른 퍼즐 조각을 다시 맞추어 가면서 큰 퍼즐의 판을 완성시키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각 장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다가, 방심하고 다음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이전에 이미 나왔던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모여서 큰 틀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30 여 년이라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는 일본 도쿄 근처의 작은 시의 한적한 곳에 있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시작된다. 이 잡화점은 이미 30 여년 전부터 굳게 문이 닫혀 있는 곳이다. 근처에서 집을 턴 좀도둑 3명이 이 집으로 피신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우체통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하게 된다. 그 편지는 달토끼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서 보낸 편지이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상담편지는 이미 매스컴에 보도될 정도로 근방에서는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미 할아버지는 그곳을 떠났다. 하룻밤 잡화점에 머물게 된 세 명의 좀도둑들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의논에 의논을 하여, 달토끼의 상담 편지의 답장을 보내 주기로 한다. 가방끈도 짧고, 악필에다가 자신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데, 의외로 상담자는 그들의 답장에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상담의 글을 보내게 된다.

"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 준 거.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야.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이라도, 어쩌다 결과가 잘 나온 것이라도, 우리한테 상담하기를 잘했다고 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 " (p. 81)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장은 상담자의 심리를 꿰뚤어 보면서 고심하고 고심하여 쓴 편지라서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고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좀도둑들이 쓴 답장은 에둘러서 쓰지도 않고, 말을 조심하거나 예의를 갖추어 쓰지도 않고, 직접적인 답변을 하였는데도, 의외로 그 편지를 받은 상담자들은 고마움을 전한다. 그 편지에는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답장 편지를 써서 가게 뒷편 우유상자에 넣으면 그 즉시 새로운 답장이 도착하는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그들이 알아 낸 것은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시간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이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시간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기에, 과거의 편지가 그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쓴 답장이 다시 과거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 과거란 1979년, 1980년 쯤이니, 도둑들의 답장을 받는 상담자들은 그들의 답장의 내용 중에 뭔가 생경스러움이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달토끼', '생선가게 뮤지션', ' 길 잃은 강아지', '폴 레논' 등의 편지 사연이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옴니버스 형식의 따로 따로의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교묘하게 모든 이야기는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상담을 했던 사건들끼리 연결이 되어 과거에서 현재로 연결된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는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피튀기는 살인도, 추리도 없다.

고민상담자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잔잔하고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때론 포근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도 있다.

'달토끼' '생선가게 뮤지션', ' 길 잃은 강아지', '폴 레논' 등의 편지 사연에는 연인간의 사랑, 부모의 사랑, 환광원이란 곳을 중심으로 한 잔잔한 사랑, 나미야 할아버지의 사랑이 담겨 있다.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는데, 여기에 나미야 할아버지의 유언인 '나미야 잡화점의 단 하룻밤의 부활'이란 장치가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고민상담자들에게 최선의 답을 말해 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들이 과연 자신의 답장을 받고 그대로 실행을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그들은 할아버지의 말에 도움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33 번째 기일에 단 하룻밤 동안 고민상담 편지를 더 받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스틱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이 소설에 이런 장치들이 있었기에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서 기적과 감동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꽤 두꺼운 460 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책의 두께와는 상관없이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책을 덮을 수가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그리고 책 속에서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해 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항상 귀담아 들어 주었지만,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에 상담을 하면 좋은 답을 내려 주기가 힘들었다. 어느날 그런 이야기를 하니,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 꼭 어떤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야. 너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내 생각이 정리가 돼.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돼"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나미야 잡화점'과 같은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 (...)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 " (p. 167)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나미야 잡화점'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어떤 결심을 하여야 할 때에는 마음 속의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고민편지를 보내보면 어떨까.

시간을 거슬러... 시간을 뛰어 넘어... 우리에게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우리 마음으로부터의 답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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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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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쉬지 않고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따라 읽기가 힘들 정도로 다작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품은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읽으면서 실망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동급생>은 우연히 낡은 소설책을 발견하고 읽게 된 소설이다.


 


작가는 1985년에 <방과후>라는 소설로 제 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았는데, 그 소설을 잇는 학교에서 일어난 여고생의 죽음을 추적하는 3명의 동급생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유키코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쫓긴 듯한 행동을 보인 유키코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여학생은 임신중이었다. 학교에서는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잇고....

야구부 주장인 니시하하 소이치는 자신의 아이 아빠임을 밝히면서 유키코가 왜 죽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여교사가 유키코의 임신사실을 알고 그녀를 미행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여교사가 갑자기 죽게 되는데, 타살일까 아니면 자살일까....

그리고 여학생인 미즈무라 하로코의 살인 미수사건까지 일어난다. 그것 역시 살인미수일까 아니면 자살 미수일까.....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면서 사춘기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저자 후기에 나타난 작가의 교사에 대한 생각이다.

" 초등학생 때부터 교사들이 너무나 싫었다. 왜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아저씨, 아줌마들이 잘난 척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늘 불만이었다. 아무리 봐도 존경할 수 있는 구석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는데,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던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훌륭한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었다. " (p. 395)

아마도 교사뿐만 아니라 어른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너무도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2페이지짜리 후기를 남겼다.

이 소설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나누어질 것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들에게는 학원 추리소설이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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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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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방과후>로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전업작가가 됐다. 데뷔작이 발표된 이후에 약 5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도 1년에 신작소설이 1~2편은 발표되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을 알고, 그 책을 읽으려고 하면 어느새 새로운 소설이 나올 정도이니, 작가의 소설을 10편 남짓 읽은 나로서는 도저히 그의 소설을 따라잡아 가면서 읽기는 버겁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작가로 활동을 했으면 그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는 공개될 듯도 한데, 새로운 소설이 나와도 그 책의 작가소개글에는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이 그대로이다.

작가 사인회나 인터뷰 기사도 없으니 비밀의 장막 속에서 소설쓰기에만 전념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그는 때로는 도쿄의 긴자에 있는 바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하니, 은둔형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추리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작품은 쓰는 작품마다 주제가 다양하고 구성이 치밀하다.

이번에 읽은 <천공의 벌>은 676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 2권 분량의 길이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때는 1995년이다. 원전과 관련이 있는 이 소설이 발표된 1995년 12월에 원자로 '몬주'에서 실제로 나트륨이 유출되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6년 후인 2011년 3월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으니, 작가는 이미 이 작품을 쓸 때에 원전 사고와 관련된 생각들을 소설로 쓴 것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그동안에 느꼈던 원전과 관련된 불안감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도 나오지만 원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아무런 생각(?) 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막연하게나마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 정도....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원전시설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를 이미 우리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원전의 사례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20여 년 전에 원전과 관련된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천공의 벌>의 이야기는 니시키 중공업에서 자위대 헬기인 대형 헬리콥터 '빅 B'를 시험 비행하기로 한 날에 일어난다. 누군가에 의해서 헬리콥터가 원격 조정이 되어 고속 증식 원형로인 '신양'발전소의 상공 800 m의 위치에 떠 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 헬기에는 장난 삼아 탔던 어린이가 있으니...

만약에 헬기가 추락하게 되면 원전에 떨어져서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데, 범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전역의 원전 가동을 멈추라는 것....

범인들은 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헬기에 타고 있는 어린이는 구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소설을 읽어내려 간다. 그러면서 소설을 통해 시민들이 원전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 그가 알게 된 사실은, 일반인들은 대부분이 원전이라는 것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전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고,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조차 못 했다. 원전이 가동을 중단한들 큰 일이야 있겠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양초를 사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p. 176)

범인들의 헬기 원격 조정에서 사건이 마무리 되기 까지의 약 10시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이다.

범인은 이미 소설의 중반부에 밝혀지기에 그들의 범행 동기가 궁금해진다. "귀찮은 것은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침묵하는 군중'을 고발한 문제작" 이라는 책 뒷표지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원전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동안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침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까?


문득,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ㅣ 돌베개 ㅣ 2011>가 생각났다.

 


이 책은 우리사회의 많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들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글 6편이 실려 있다. 아주 짧은 글들이다.

당시 프랑스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들.

즉,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 민영화된 은행은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액수에만 관심을 가지는 상황,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 심화,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적 사회,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등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책 속의 글 중에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분노하라>이고, 저자가 젊은 날에 레지스탕스 투사였기에 과격한 의미의 '분노하라'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폭력을 거부했다. 창의적 저항의식의 실천은 참여에 있다고 말했다.

요즘의 우리 현실에서 꼭 맞는 말이 아닐까. 침묵하지 않는 참여...

소설 속의 범인들은 '천공의 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 '천공의 벌'이  마지막에 일침을 가한다.



" 다시 한 번 말한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의 존재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라.

어린아이는 벌에 쏘이고 나서야 벌의 무서움을 안다. 이번 일이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다이너마이트가 항상 열 개에 그치리라는 보장은 없다. 천공의 벌" (p.p. 674~675)

만약에 지금 이 순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무겁게 다가오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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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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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한 지 30주년을 기념해서 출간된 소설이며 통산 80번 째 단행본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작의 작가이기에 어떤 언론에서는 '한 작가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적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분류한 것을 보면, 소설의 주제도 다양하다. 과학 의학 분야, 가족관계, SF적 소도구 차용, 범죄의 심리, 사랑의 비극, 복수의 고통, 서스펜스, ....

아마도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추리소설을 쓰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플라스의 마녀>에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라플라스 이론 등 물리학, 수리학과 관련된 내용, 뇌의학에 의한 미래 예측 인간의 탄생, 황화수소를 이용한 살인사건이란 평범하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책제목에 나오는 '라플라스'는 프랑스 물리학, 수리학자의 이름을 일컫는데, 물리현상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이 출현하는데, 이를 라플라스의 마녀라 한다.

이야기의 발단은 마도카가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에 갔다가 토네이도를 만나게 되고, 마도카는 극적으로 살아나지만 엄마를 잃게 된다. 마도카의 아버지는 저명한 뇌의학자로 황화수소를 이용하여 자살을 한 가족 중에 겨우 살아난 소년의 수술 때문에 화를 모면하게 된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후에 황화수소에 의한 사고가 온천지역에서 일어나게 된다. 아카쿠마 온천에 여행을 왔던 부부 중에 영화 프로듀서인 남편만 황화수소 누출사고로 죽게 되고, 도마테 온천에서도 같은 원인으로 영화배우 모리모토 고로가 죽게 된다.

대학교수인 아오에는 황화수소 중독 사고에 관한 내용을 밝히기 위해서 이곳을 오게 되는데, 우연히 두 장소에서 마도카를 만나게 되고, 온천 지역에서의 황화수소 중독 사고에 의문을 갖게 된다.

사고 장소에 나타났던 마도카가 찾는 어떤 청년, 그는 누구일까?

물론, 황화수소 중독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재해는 아닌 듯한데....

이를 밝히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난해하기만 한 과학 이야기, 뇌의학 이야기를 미스터리 소설로 만들다 보니,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몇 번에 걸쳐서 자신이 쓴 원고를 파기시키려고 했다는 후문이 있으니,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이 소설의 말미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 이 세상의 미래 말이야.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

" 그건요, 모르는 게 더 행복할 걸요?" (p. 515)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정말 진실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건 아마카스 사이세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어떤 사고를 중심으로 그 진실을 밝혀 나가는 추리소설은 읽으면서 범인을 찾는 재미가 있지만, 이 소설은 사건의 진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사건 속에 감춰져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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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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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이자 다작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사생활이 거의 노출되지 않은 작가이다. 데뷔작 이후 20여 년에 걸쳐서 50편 이상의 작품을 썼으니 그의 작품을 따라 읽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교통경찰의 밤>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작가의 '10년만의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이 간행된 것은 약 10년전이다. (...) 어떤 작품을 써도 팔리지 않고 찬사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여러 분야에도 도전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보다 소재거리를 찾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한심한 짓을 하기도 했다. <교통경찰의 밤> 중에서 p.268

지금은 꽤 잘 알려진 추리소설 작가에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에야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겠지만 당시의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교통경찰의 밤>에는 6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데, 작가 자신이 자동차 부품 회사 엔지니어였던 경험과 교통사고라는 주변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소름이 끼치도록 섬뜩하게 다가온다. 처음에 한 두 편은 결말을 예상해 보기도 했지만 이내 섣부른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이 가게 된다.

그의 작품들 중에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백야행>,< 탐정클럽>, < 교통경찰의 밤>, < 용의자 X 의 헌신> 등을 읽었는데, 작품들마다 섬뜩한 살인사건이 담겨 있었으며, 추리소설의 묘미인 기막힌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살인사건도, 이야기를 풀기 위한 추리도 담겨 있지 않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기 설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야기와 이야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치 흩어진 퍼즐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퍼즐 맞추기라면 우선 큰 그림을 알고 있기에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작은 조각들을 이리 저리 꿰맞추어 보고 안 맞으면  다른 퍼즐 조각을 다시 맞추어 가면서 큰 퍼즐의 판을 완성시키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각 장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다가, 방심하고 다음 이야기를 넘어가서 읽다보면 그 이전에 이미 나왔던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모여서  큰 틀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30 여 년이라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마도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힐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소설에 따라서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과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인하여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소설은 너무도 흔한 내용과 급조한 듯 결말을 짜맞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모든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 조력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건 한 작가가 그렇게 왕성하게 작품을 쓰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가 추리소설작가이기는 하지만 본격 추리소설만 쓰는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틀 속에 학원물, 서스펜스, 패러디, 엔터테인먼트, 로맨스 등의 다양한 장르를 가미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에 베일에 가려진 작가에 대한 사생활이 그런 추측을 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의 소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백야행>, <용의자 X 의 헌신>이 있어서 비록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작품은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출간된 <몽환화>는 앞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재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편소설이다. 혹시 노란색 나팔꽃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나팔꽃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아버지가 심어 놓은 장미와 라일락, 사루비아, 봉숭아, 과꽃 사이에서 덩굴을 따라 살짝 얼굴을 내밀면서 뻗어나가는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곤했다. 꽃이 지면 황금색에 가까운 씨가 맺히는데, 그것을 벗기면 까만 씨가 몇 개 나오곤 했다.

그래서 낯익은 나팔꽃, 나팔꽃은 청자색, 분홍색, 흰색 그리고 테두리는 흰색이고 가운데는 분홍이나 청색이니 분명 노란색 나팔꽃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노란색 나팔꽃이 있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란색 나팔꽃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한다. 사라진 노란 나팔꽃을 소재로 쓴 <몽환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독자들은 이미 노란 나팔꽃의 추척하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2개의 프롤로그가 심상치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차 상당부분을 읽을 때까지 감(感)을 잡을 수 없다.

첫 번째 프롤로그는 도쿄 올림픽이 일어나기 2년전인 어느 여름날, 평범한 건설회사 직원인 신이치는 출근길에 누군가가 휘두른 일본도에 찔려서 죽고, 그의 아내인 가즈코는 가까스로 생명을 구하게 된다.

두 번째 프롤로그는 첫 번째 프롤로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은 이야기로 다이토 구 이리야에서 칠석에 열리는 나팔꽃 시장 순례 이야기이다. 가모 가족은 연례 행사로 나팔꽃 순례시장을 가게 되는데, 14살 소타는 가족 행사로 나팔꽃 순례를 하던 중에 이바 다카미를 만나 첫사랑을 하게 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급진전이 되어서 소타 집안과 리노 집안의 이야기로 바뀌게 되는데....

올림픽 수영선수였던 리노는 갑작스럽게 사촌인 나오토의 자살을 접하게 되고, 얼마 안 있어서 홀로 살던 할아버지가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된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전에 리노는 식물을 연구하던 할아버지가 많은 꽃을 재배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것을 블로그에 올려주는 작업 중에 할아버지가 은밀하게 키우는 노란꽃 화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살인 사건 이후에 그 노란꽃 화분이 없어지니....

원자력 공학을 공부하던 소타는 리노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그의 형이 노란꽃에 관심을 가지고 사건 형사인 하야세와 접촉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피웠던 노란꽃, 그러나 세상에 알리기를 꺼렸던 노란꽃. 그 노란꽃을 노리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리노의 사촌인 나오토의 죽음과의 연관은?

그 노란꽃은 에도시대에 번성했으나 지금은 없어진 노란 나팔꽃.

" 짙은 노란색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카로니토이드 계열의 색고사 꼭 필요해. 이것은 현존하는 나팔꽃에는 포함되지 않아. 그래서 환상의 꽃인 거지." (p. 217)

"  어떤 꽃은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쫒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 몽환화?"

" 몽환(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 뒤를 쫒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그렇게 얘기했어. " (p. 220)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퍼즐 맞추기 그리고 씨줄과 날줄의 만남이 이 소설의 결말에 도달하게 해준다.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소설 속의 이야기를 분류할 수 있는데, 한 축은 리노와 소타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알아내는 이야기, 그리고 한 축은 소타의 형인 요스케와 이 사건을 맡은 형사인 하야세가 노란꽃의 진실을 찾아 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분명 어떤 연결도 감지할 수 없었던 독자들은 MM사건이 결말에 이르는 힌트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마릴린 몬로의 팬이었던 사람이 그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일으키게 되는 살인사건, 그리고 나팔꽃의 진실만을 찾던 독자들은 노란 나팔꽃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된다. 전혀 감지 할 수 없었던 노란 나팔꽃, 그런데, 과연 꽃 자체에 결정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었던가...

여기에 이 소설이 가지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한 방이 있다.

몽환화, 몽환, 환각... 마성의 식물.

작가는 이 작품을 이미 10년전에 <역사가도>라는 잡지에 연재하였는데, 당시에 작가는 자신이 역사물에관련된 소설을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집필을 꺼렸지만 편집자가 권유해서 썼다가 다시 그 틀만 남겨 놓고 다시 쓴 소설로 긴 기간이 약 10년이 걸렸다.

<몽환화>를 읽게 되면 홍보글에는 '에도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역사적 사실은 거의 이 소설에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노란 나팔꽃을 다시 재배하기 위한 식물학자의 이야기 속에서 식물에 관한 이야기와 소타가 자신이 전공한 원자력 공학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더 심도있게 다루어진다.

그렇다면 <몽환화>를 통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몽환화인 노란 나팔꽃이 없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대비하여 원자력 발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원자력은 분명 인간들에게 이로운 점이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해(害)가 존재한다. 그래서 소타는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원자력 발전, 그건 지금에 와서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지금까지 보다 더 높은 기술이 요구되니.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이 소설을 새로 쓰기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군." 다카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모른 체해서 없어지느 거라면 그대로 두면 되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잖아? " (p. 409)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p. 420)

<몽환화>는 처음에는 얽히고 설킨 이야기의 매듭을 풀기가 힘들어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많이 드는 이야기이지만 한 겹, 한 겹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 존재를 잊어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사라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에, 그리고 사라진 것을 다시 존재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원자력과 관련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부각시키고 싶었던 이야기임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책의 말미에 크게 깨닫게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하지만 범인 색출에 집중되는 그런 추리소설이 아닌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추리소설이기에 <몽환화>가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탄탄한 구성과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그 어느 추리소설 보다 돋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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