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 6년 전에 조정래 작가 생활 사십년 자전 에세이인 <황홀한 글감옥>을 읽은 적이 있다. 조정래 작가는 1970년에 등단을 하였는데, 이 책을 쓴 2009년은 작가의 문학 인생 40년이 되던 해이다.

작가는 그동안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등의 대하소설을 썼기에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책 속에 담아 놓았다. 하루 16시간씩, 20년 동안 '글감옥'에 갇혀서 글을 썼지만 그는 그런 '글감옥'앞에 '황홀한'이란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집필활동이 힘들었지만 그 어떤 일 보다 황홀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작가의 구성노트가 소개되고, 등장인물에 대한 메모, 취재상황 등이 담겨 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사 IN' 인턴 기자 희망자들이 보낸 500여 가지의 글 중에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 84가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 질문들은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으로 구분되어서 실려 있다. 그렇기때문에 작가 인생 40년 동안의 문학, 자신의 작품, 인생에 대한 작가의 소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며,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모든 것이 다 풀릴 수 있으며, 작품이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이 책을 문학을 하려는 지망생이 읽는다면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작가의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이나 취재 과정, 집필 과정의 모든 것이 쓰여져 있기에 문학도들에게 좋은 책이 될 수 있으며,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그의 작품 세계와 그의 작품을 읽던 중의 궁금증이 풀리기도 할 수 있기에 작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와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일본의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다보니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감옥>이 떠올라서 그 책에 대한 짧은 감상을 앞에 써놓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 독자들도 좋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러시아, 유럽 등을 비롯하여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서 읽히고 있으니, 세계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좌표축 위에서 평가되는 작가이다.

작가는 1978년 센트럴리그 개막전을 보다가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소설이란 이런 것',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기성관념을 버리고 느낀 것, 머릿 속에 떠 오르는 것을 그 나름대로 자유롭게 쓰게 되는데, 물론 그것 역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가를 알게 해 준다.

"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p. 23)

" 소설가는 어떤 종류의 물고기와 같습니다. 물속에서 항상 저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서는 죽고 마는 것입니다. " (p. 28)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첫 작품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인데, 이 소설이 1979년 <군조> 신인문학상을 타게 되면서 등단하게 된다.

그러니 그는 이제 35 년 여를 소설을  쓰는 전업 작가, 책제목처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서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소설가로서 소설을 써나가는 상황 등을 정리해 두고 싶어서 틈틈이 글을 쓰게 되고 그 글들이 묶여서 한 권의 책이 됐다. 

"나로서는 내가 소설가로서 지금까지 어떤 길을 어떤 생각으로 걸어 왔는지,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적어두고 싶었을 뿐이다. " (p. 332,후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35 년 전에  소설을 쓸 때에 영어로 쓰고 일본어로 번역을 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고, 소설의 기법을 생각하고 글을 쓰지 않았기에, 그의 작품에 대한 평은 yes 보다는 no라는 평이 많았다. 소설을 번역한 것 같다든가, '이건 소설이 아니다.', '이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라는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소설을 쓰는 작업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잘못되지 않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시대나 어떤 세대에나 바귀지 않는 것은 각각 고유의 리얼리티가 있고, 소설가는 스토리에 필요한 소재를 꼼꼼히 수집하고 축적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장편소설을 쓰는 작업을 사례로 들어서 어떤 식으로 소설을 쓰는가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소설의 등장인물로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적은 2~3번 정도 있었지만 그때에도 그 인물이 누구인가를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이모 저모를 바꿔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공의 캐릭터를 등장인물로 설정하는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하도록 한다. 특히 소설이 1인칭으로 쓰여질 경우에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인물도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작품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 중에서는 한 번 쯤은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장편소설은 아니라도 단편소설을 구성해 보고 몇 단락 정도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에 쓰다가 그만 포기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소설가가 되고자 소설가 지망생들도 많을텐데, 이 책 속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가가 되기 위한 생각에서부터 첫 작품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 소설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35 년의 소설가로서의 이야기, 인생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동안 '하루키'의 소설, 에세이, 여행기, 르포 등을 수시로 접해 왔기에 책 속에 담긴 내용들 중에는 익숙한 내용들을 또다시 접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당한 결별 - 뉴 노멀 시대, 40대와 언더독의 생존 전략
김용섭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결별, 무엇과의 결별을 이야기할까?

과거의 산업이 무너지고 새로운 산업이 상장하는 산업 재편기에 진입하면서 판이 바뀌는 뉴 노멀 시대가 됐다. 그럼으로 인하여 상시적인 위기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생존을 위해서는 지난날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필요한데, 상시적인 위험 상황에서 당당한 결별을 해야 한다.

과거와 결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결별은 뉴 노멀 시대의 기본적인 생존 방식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의 제조업 기반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 지금까지 믿고 있던 상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이런 혁명적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이 <당당한 결별>에 담겨져 있다.

산업의 변화, 시장과 소비자의 진화가 빨라지고 있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뉴 노멀 시대의 키워드인 언더 독 (Under dog), 생존 경쟁에서의 패배자, 낙오자, 사회적 부정이나 박해에 의한 희생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한국 사회에서는 이삼십 대가 여기에 속한다.

언더 독은 기본적으로 보다 더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 왔으며, 지배계급의 일원을 뜻하는 오버 독 (Over dog), 승자와 우세한 쪽을 의미하는 Top dog에 대하여 언제나 불리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체급, 자격, 관록, 경험, 자본의 과다와 상관없이 모두 열결된 무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두고 대결을 벌이게 되기에 언더 독에게는 기회요, 변화가 찾아 온 것이다.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 시대이다. 여기에서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나온 것인데, 그런 불평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더 독은 언더 독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질주해야 한다. 언더 독은 이해관계의 고리나 인맥을 지켜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우니까.

언더 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샤오미의 CEO인 레이쥔, 우버의 창립자인 트레비스 칼라닉을 들 수 있다. 여러 차례의 실패를 거듭하였지만 그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한 인물들이다.

언더 독의 도전 방식에는 불광불급 (不狂不及), 즉, 미쳐야 미친다는 방식이 있다. 한 분야에 깊이 빠져 미치지 않으면 그 분야의 탁월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도전이 절실한 사람들을 언더 독이라 한다면, 지금의 40대를 일컫는 영 포티도 있다.

영 포티란 지금 다가오는 구조 조정의 위기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세대이면서, 뉴 노멀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원동력의 사람들이다.

영 포티의 특징을 살펴보면,

*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는다.

* 이념보다는 합리와 상식을 더 우선시한다.

* 결혼과 출산에 대한 관성에서 자유롭다.

* 현재에 충실하다.

* 형식과 허울, 체면치레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 트렌드에 민감하다.

우리 사회가 가진 낡은 관심과 문제점으로 부터의 근본적인 결별을 위해서는 2030 언더 독과 40대 영 포티의 환상적인 조합이 필수적이다.

미래를 위해서 익숙한 모든 것과의 결별을 시작하자.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

지금은 언더 독의 과감한 도전과 영 포티가 꿈꿔 오던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사회와 경제구조를 위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쏟을 때이다.

<당당한 결별>을 읽기 전까지는 언더 독, 오버 독, 영 포티와 같은 단어로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언더 독과 영 포티가 변화하는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중그네>, <인더풀>, <스무 살 도쿄>, <오 해피데이>, <올림픽의 몸값>, <꿈의 도시> 그리고 <침묵의 거리 1,2>등은 내가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은 문체가 쉽고 간결해서 읽기 편하다. 구태여 행간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른 작품들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는 시니컬한 유머가 담겨 있기도 하고,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즐겨 읽게 된다.

특히, <침묵의 거리>에서는 중학교 학생의 추락사를 둘러싸고 이것이 사고사일까, 사건일까 등에 초점을 맞춰서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파헤치는데, 밝혀지지 않은 진실로 인하여 불안에 떨고, 분노하고, 상대방에게 화를 푸는 등, 힘겨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있게 그려졌다.

그 소설을 읽은 후에 또다시 읽게 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나오미와 가나코>이다.

이 소설 역시 이야기가 속도감있게 전개되는데, 서스펜스 스타일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오미와 가나코는 친구이다. 나오미는 미술관 큐레이터를 꿈꿨지만 백화점 외판부에서 주로 VIP를 관리하면서 구매를 촉진시키는 업무를 한다. 어느날 중국인 VIP와 함께 중국인이 떼를 지어 매장에 오게 되고 소란스런 상황에서 값비싼 시계를 도난당하게 된다. 범인을 알고 찾아가지만 중국인의 뻔뻔스러움에 질색을 하게 되는데.... 그 중국 여인은 소설 속에서 비중있게 다루어 진다.

일본인이 보는 중국인에 대한 시각도 소설 속에서는 중국 독자들이 읽으면 기분이 나쁠 정도로 비하 내지는 폄하되어서 표현된다.

나오미는 어느날 친구인 가나코를 방문하게 되는데, 가나코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가 가정폭력을 저지르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가나코의 남편을 살인할  ‘클리어런스 플랜(clearance plan)'을 짠다. 살인... 아니 제거라는 표현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이 책은 나오미 이야기, 가나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책을 펼쳐 볼 때는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나오미의 시각에서, 가나코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닐가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처음에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짤 때까지는 나오미가 주축이 되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살인 과정과 처리 그리고 도주 등의 뒷처리 과정에서는 가나코가 주축이 되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나코의 폭력 남편인 다쓰로를 어떻게 이 세상에서 제거할 것인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은폐할 것인가?

나오미와 가나코의 계획은 실행 전 단계에서는 그녀들에게는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되지만 허점이 있어서 너무 많다. 막상 실행을 한 후에는 여기 저기에서 허술한 부분이 계속 튀어 나온다.

요즘 많이 일어났던 유아들의 폭행, 죽음, 사후 처리 과정에서 CCTV가 매우 큰 역할을 했는데, 그녀들은 CCTV의 존재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다. 은행원인 다쓰로가 횡령을 저지르고 상하이로 도망간다는 설정도 너무 빈약하다.

그런데, 이런 허점들이 작가가 소설 속에 깔아 놓은 복선이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설정이고 막판 반전의 묘미를 가져다 준다.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는 "결말을 어떻게 할 지 작가도 마지막까지 망설인 소설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주인공들과 함게 조마조마 두근두근 즐겨 주세요." (p 493)라고 쓰고 있다.

이 소설은 "유머와 페이소스를 장착한 최고의 스토리텔러 '쿠다 히데오' (...)가 고도의 서스펜스 스타일로 새롭게 변신을 시도한"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라는 평을 받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나오미와 가나코가 무사히 위기를 빠져 나갈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게 되기는 하지만, 만약 소설이 아니라면 결코 어떤 이유에서든 살인은 방조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물론,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인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어쨋든 작가 조차도 결말에 고심을 했다고 하니,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머릿속에서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선명하게 스쳐가는 그런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한 지 30주년을 기념해서 출간된 소설이며 통산 80번 째 단행본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작의 작가이기에 어떤 언론에서는 '한 작가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적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분류한 것을 보면, 소설의 주제도 다양하다. 과학 의학 분야, 가족관계, SF적 소도구 차용, 범죄의 심리, 사랑의 비극, 복수의 고통, 서스펜스, ....

아마도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추리소설을 쓰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플라스의 마녀>에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라플라스 이론 등 물리학, 수리학과 관련된 내용, 뇌의학에 의한 미래 예측 인간의 탄생, 황화수소를 이용한 살인사건이란 평범하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책제목에 나오는 '라플라스'는 프랑스 물리학, 수리학자의 이름을 일컫는데, 물리현상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이 출현하는데, 이를 라플라스의 마녀라 한다.

이야기의 발단은 마도카가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에 갔다가 토네이도를 만나게 되고, 마도카는 극적으로 살아나지만 엄마를 잃게 된다. 마도카의 아버지는 저명한 뇌의학자로 황화수소를 이용하여 자살을 한 가족 중에 겨우 살아난 소년의 수술 때문에 화를 모면하게 된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후에 황화수소에 의한 사고가 온천지역에서 일어나게 된다. 아카쿠마 온천에 여행을 왔던 부부 중에 영화 프로듀서인 남편만 황화수소 누출사고로 죽게 되고, 도마테 온천에서도 같은 원인으로 영화배우 모리모토 고로가 죽게 된다.

대학교수인 아오에는 황화수소 중독 사고에 관한 내용을 밝히기 위해서 이곳을 오게 되는데, 우연히 두 장소에서 마도카를 만나게 되고, 온천 지역에서의 황화수소 중독 사고에 의문을 갖게 된다.

사고 장소에 나타났던 마도카가 찾는 어떤 청년, 그는 누구일까?

물론, 황화수소 중독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재해는 아닌 듯한데....

이를 밝히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난해하기만 한 과학 이야기, 뇌의학 이야기를 미스터리 소설로 만들다 보니,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몇 번에 걸쳐서 자신이 쓴 원고를 파기시키려고 했다는 후문이 있으니,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이 소설의 말미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 이 세상의 미래 말이야.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

" 그건요, 모르는 게 더 행복할 걸요?" (p. 515)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정말 진실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건 아마카스 사이세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어떤 사고를 중심으로 그 진실을 밝혀 나가는 추리소설은 읽으면서 범인을 찾는 재미가 있지만, 이 소설은 사건의 진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사건 속에 감춰져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년의 내공 - 내가 단단해지는 새벽 공부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눈을 뜨기가 겁날 정도로 '시절이 하 수상하다.'

'여기까지가 끝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끝이 아닌 또다른 비리가 터져 나온다. 까도 까도 또 까지는 양파라고나 할까.... 아니 양파는 겉껍질만 까면 먹을 수 있는 껍질이 나오기나 하지...

모처럼 아주 유익한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담긴 글들을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한 구절만이라도 읽었으면, 읽고 그 중의 한 구절이라도 마음 속에 새겨 놓았다면 이런 엄청난 파국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돈과 권력, 외모에 치중하지 않고 독서를 통하여 내공을 키울 수 있었다면 마음 속의 탐욕을 이길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천년의 내공>은 중국의 국학대사인 지셴린이 중국 최고의 고전에서 뽑은 소중한 글들 148 구절의 명구 중에서 <말공부>의 저자 조윤제가 90여개의 문구를 뽑아서 해설을 붙여 놓은 책이다.

<논어>, <맹자>, <사기>, <시경>,<당시> 등 100 여 권의 고전에서 뽑은 글들인데, 학창시절에 한문 교과서에 나왔던 문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친근한 문구들도 만날 수 있다.

명문구들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나 어떤 상황에서 이런 문구가 사용되는가를 알려주고, 그 명구가 최근에는 누가, 어떤 때에 사용하였는가도 밝혀준다.

이 책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리더는 현재 겪고 있는 일의 의미를 정확하게 읽어 이를 통해 상황을 다스리고 부하를 가르쳐야 한다.

리더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 보다는 어떤 인재를 휘하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승패가 결정된다. 또한 리더는 전공지식, 교양지식을 뛰어 넘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햐 한다. 세상과 사람을 읽는 통찰력과 오랜 경험과 수련으로 쌓아온 호연기지가 있어햐 한다. 바로 이것이 내공이다. 

책 속에는 중국 역사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 어느 때 접해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한 마디의 말이 큰 일을 그르치고, 한 사람의 힘이 나라를 바로 세운다.' 말은 내면의 힘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말 속에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격(格), 치(治), 기(氣)이다.

(格) :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어른의 경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치(治) : 주변을 장악하고 길을 제시해 주는 깊이

기(氣) : 단 한마디로 가로 질러 제압하는 단단한 힘

책 속의 명문구 중에서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 겸청즉명 편신즉암 (兼聽則明 偏信則暗 )

   겸허히 여러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편벽되게 한쪽의 말만 믿으면 아둔해진다. - 宋 사마광 《자치통감》

" 군주가 현명해지는 것은 여러 방면의 의견을 두루 듣기 때문이며, 아둔해지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 몇 사람의 말만 듣기 때문입니다. (...) 군주가 여러 방면의 의견을 널리 듣는다는 말은 듣기 싫은 소리까지 든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쪽으로만 치우쳐 듣는 태도는 달콤한 의견만 듣는 것이다. 이런 군주에게는 충신이라고 해도 직언을 할 수 없다. 목숨을 걸어야 하기 대문이다. 위증의 간언에도 나오지만 귀를 열고 널리 들었던 임금들은 천하를 잘 다스리고 역적들을 내 칠 수 있었지만, 몇몇 잘못된 신하들만 믿었던 군주는 자신도 죽고 나라도 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여씨춘추>에서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을 할 수 없다. (亡國之主 不可以直言)고 경고했다. " (p.p. 54~55)

*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 《맹자》<진심상>

" 그러므로 많은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고,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 제후가 사직을 위태롭게 한다면 그 제후를 바꾸어 세운다. (...)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겁을 줄 수도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모로써 속일 수도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곧 떠나가 버린다. 떠나고 따르는 데 털끝만큼도 용납지 않는다. 나라의 근본이 곧 백성이라는 정도전의 정신이 잘 나타난 글이다. (...) 신하의 충성을 받는 것은 군주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신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복심이 될 수도 있고 철천지원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노자는 자신의 세 가지 보물로 자애, 검소, 그리고 겸손을 들었다. 이 세 가지를 갖춘 리더에게 힘이 있고, 그가 다스리는 조직이 놀라운 일을 이룬다. " (p.p. 75~77)

* 종선여등 종악여붕 (從善如登 從惡如崩)

선을 따르기는 산을 오르듯 어렵고 악을 따르기는 담이 무너지듯 순간이다. 《國語 》

" 올바른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을 바르게 해야 함은 물론 꾸준히 바른 길을 따라야 한다. (...) 하지만 악을 따르는 일은 너무나 쉽다. 선을 따르는 것과 같은 인내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유혹이 강렬하다. 따라서 선을 포기하고 악을 따르는 것은 담이 무너지는 것처럼 한순간에 일어난다. 산으로 비유하자면 발을 헛디뎌 절벽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 잠깐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바르지 못한 길로 빠지게 되면 조직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결국 자신의 삶 역시 조직과 함께 무너지고 만다.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 (任重而道遠) 《논어》<태백> 에서 공자의 제자 증자는 이와같이 바른 공직자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맡고 있는 일과 직책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세가 아니라, 나라와 조직을 위해 져야 하는 무거운 짐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체감할 때 본분을 다할 수 있다. (...) 또한 한 사람의 부패한 개인은 쉽게 다른 사람들을 물들여 조직을 무너뜨린다. 사람을 이끄는 이들이 끊임없이 바른 품성과 도덕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 (p.p. 160~162)

* 승거목단 수적석천 (승거목단 수적석천)

 노끈으로 톱질해도 나무를 자를 수 있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낸다. 《漢書》<매승전>

"'작은 잘못을 저지를 때 바로 잡지 않으면 도덕적 불감증이 생겨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뜻으로, (...) 어떠한 작은 부정도 용납될 수 없다는 단호한 척결의지를 나타낼 때 되새기면 좋다. (...)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조직에게 귀감이 되는 명언이다. 또한 비느니스 상대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자리라면,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 일을 통해 엄청난 발전과 이익을 상호간에 누릴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며 인용할 수 있는 말이다. " (p.p.333~335)

부와 권력의 유혹에 취하면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들이다. 도덕 불감증이 이 정도까지 됐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사상누각',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예수 팔아먹은 유다가 되란 말인가'...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던 말들이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역사를 알고 있다면,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명문구의 유래와 그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세상과 사람을 읽는 통찰력과 오랜 경험과 수련으로 쌓아온 호연지기, 즉 내공. 우리에겐 세상과 인간을 똑바로 꿰뚫어 볼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책임을 지는 내공을 갖춘 사람을 어른이라 한다. 우리는 지금 이 책을 통해서 천년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 책임감있는, 도덕적인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새벽에 혼자 읽는 90개의 명구절이 담겨 있다. 왜 새벽에 읽어야 할까?

그 이유는 새벽은 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말은 내뱉는다고 다 말이 아니다. 말에는 격이 있다. 말에는 격이 있어야 한다. 치가 있어야 한다. 기가 있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 문구씩, 두 문구씩... 읽어가다 보면 내공이 쌓이지 않을까. 이 책은 한꺼번에 읽으려는 생각 보다는 곁에 두고 조금씩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혼란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우리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그건 바로 우리의 세태를 너무도 잘 반영해 주는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