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 마음이 따스해지는 31가지 생일 이야기
소고 유카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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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은 어느 날일까?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결혼식날일 수도 있고, 첫 아이가 태어나는 경이로운 날일 수도 있고,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에 도달한 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는 날은 아마도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이 아닐까.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누구에게나 생일에 얽힌 에피소드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일이 모든 이들에게 기쁘고 축복받은 날은 아닌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초라하고 슬픈 날이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사람을 멀리 떠나 보내 사람들에게는 그 날이 한없이 가슴 아픈 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와같이 누군가에게 특별했던 생일에 관한 에피소드가 31가지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소고 유카리'는 3인조 팝 밴드 '밍크존'의 보컬인데, 길거리 라이브를 통해 팬들이 늘어나면서 2011년에는 미니 앨범 <종이 피아노>를 발표하면서 데뷔한다. '밍크존' 밴드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생일 에피소드'를 발표하게 되는데, 그것을 모아 놓은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다.

모두에게 기쁜 날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생일 에피소드는 가슴 아프도록 슬픈 이야기, 어깨가 축 늘어진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준 흐뭇한 이야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깜짝 파티와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끔씩 가정 폭력을 휘두르다가 이혼을 하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혼후 아내는 1년에 하루, 딸의 생일에 아버지인 것을 밝히지 말고,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그에게는 그 날이 가장 행복했던 날인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아내는 더 이상 딸과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생일날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생일 선물을 보내주었는데, 그것도 딸이 중학생이 되면 그만 두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생일 선물을 보낸다. 그런데,어느날 자신 앞으로 온 하늘색 넥타이 핀과 메시지 카드.

" 늘 멋진 생일 선물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보답하고 싶은데, 생일을 몰라서 (삐질삐질) 오늘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드실까...? 모르는 아이 드림. "

생각해 보니, 그날은 아버지날이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가슴이 아픈 것인지,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멍해진다.

다른 이야기로는, 어릴 적에 할머니가 생일 마다 초밥을 사주셨는데, 그때마다 새우초밥을 즐겨 먹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친구들과 생이를 보내고 싶었는데, 어느 해 생일에 할머니가 초밥을 만들 재료를 준비해서 찾아 온다. 할머니가 만든 초밥은 밥도 질퍽하고, 식초를 너무 많이 넣어서 맛이 없었다. 그것을 눈치챈 할머니는, " 별로 맛이 없었지? 할미가 실패했네, 미안해" (....) " 내년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 줄께"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질 수가 없었다. 이듬해 할머니는 지진으로 돌아가셨다. 조금은 시큼하고 할머니의 손길이 닿아서 뜨뜻미지근했던 새우 초밥의 맛을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생일에 불단 앞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엄마.

가난했던 어린시절 생일날 엄마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 그 위에는 케첩으로 '축하래'라는 글이 쓰여졌었는데, 힘든 일을 겪은 그녀에게 언젠가 그 이야기를 들었던 직장 동료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 위에는 '힘내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으니...

선생님의 진심을 모르고 힘들게 했던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색깔로 짜온 목도리의 조각을 모아서 만든 알록 달록 목도리 선물.

31편의 생일 에피소드는 미사여구가 들어가지 않은 솔직하고 간결하게 쓰여진 짧은 글들이다. 그러나 글 속에는 그 어느 해의 생일을 기억하는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어서 감동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생일에 생겼던 일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때론 기쁜 날로 기억되기도 하고, 때론 슬픈 날로 기억되기도 하는 그 어느 해의 생일을.

그런데, 요즘은 생일에 대한 생각들이 다소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아내의 생일이, 여자 친구의 생일이, 자녀들의 생일이 무서울 수도 있지 않을까.

깜빡 잊고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가는 아마도 1년이 괴로울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생일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해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옆구리를 찌러서라도 특별한 날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 의미있는 선물이 아닌 명품을 기대하는 사람들. 그래서 생일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있다.

가족끼리 한 끼 식사를 하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생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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