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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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한민국 미술 대전'이라고 칭하지만 1941년부터 1981년까지는 국전이라고 하는 미술 전시회가 해마다 가을에 열렸다. 국전은 미술계의 신인 공모를 위한 것으로, 여기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화단에 들어 갈 수 있는 등용문의 역할을 했다.

서양화, 동양화, 조각, 서예 등의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수작을 뽑아서 상을 주고, 그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해마다 국전을 관람하는 것은 연례행사였다. 전시된 작품을 보기 위해서 몰려드는 관람객은 상당히 많아서 줄을 서서 전시장에 들어 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했는데, 그것이 나의 미술 작품에 대한 안목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후에도 국전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전시회, 외국 유명 미술관 소장의 작품 전시회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 가곤 했다.

여행을 갈 경우에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들려 보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의외로 좋은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지창조>나 <최후의 만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고흐, 피카소, 르느와르 등 유명화가의 미술작품을 볼 때는 정말 입이 딱 벌어져서 닫히지 않을 정도로 황홀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주로 화가에 대해서,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작품이 발표될 당시의 상황이나 반응, 화풍 등에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특히 서양 미술을 감상할 때는 신화나 성경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동안에 출간된 미술관련 서적들은 이런 관점으로 작품 해석을 한 책들이 많다.

그런데, 그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동서양의 미술 작품을 매개로 하여 인문학, 고전으로까지 심화해 나가는 그런 시각으로 쓴 책이 <미술관 옆 인문학>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인 것이다. 미술작품 감상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경험에 대한 문제 의식을 사회적, 철학적으로 확장하는 영역까지 다룬다는 것이다.

미술 작품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거울은 거울인데,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 오목 거울, 볼록 거울, 깨진 거울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미술작품 속에 숨겨진, 아니면 투사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 작품을 해석해야 하고, 그것은 일반인들로서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는 6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미술작품을 먼저 보고 그것과 관려뇐 인문학, 고전에 접근해 본다.

그래서 미술관 옆에는 인문학이 있다.

인문학만으로도 어려운데, 미술관에서 인문학으로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꽤 어려운 책이겠구나'하고 읽기를 포기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많이 보아온 작품들, 처음 접하는 작품들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무진장 많이 나오는 것이다.

코로는 풍경을 주로 그리던 화가인데, 후기에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아마도 책읽는 여자를 가장 많이 그린 화가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책읽는 여자를 많이 그린 이유는 책을 읽는다는 지적인 호기심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상의 사실적인 모습에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조선시대의 윤덕희도 <책 읽는 여인>을 그렸다. 윤덕희의 할아버지가 윤선도이기에 그는 아마도 집안에서 많이 접하던 여인이 책읽는 여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패옥 대신 책을 든 여인. 이 작품을 통해서 외모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여성들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양과 동양의 같은 주제의 미술작품. 그리고 이 작품들을 보면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이라는 어려운 책 속의 내용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현대 여성해방 운동의 교과서라고 불리우는 책이니, 미술작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할스의 <유쾌한 술꾼>,< 류트를 켜는 광대>는 웃음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웃음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야기한다.

조선시대의 회화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느낌을 주었던 최북의 <풍설 야귀인도>는 처음 보는 작품인데, 최북은 한국의 반 고흐라고 할 정도로 기이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미술의 특성 중에 독창성이 뛰어나서 성공한 작품으로는 조영남의 화투그림들을 들 수 있다.

그는 정말로 튀기 위해서 화투라는 소재를 선택했다고 한다.

화투그림을 통해서 도박과 투기 천국이 된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빈부 격차때문에 일어난 현상임을 상기시킨다.

미술작품이란 개인의 생각만을 반영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집단적인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창(窓)이라고 하니, 미술작품 속에서 인문학적 고찰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작품들 속에서 또다른 인문학적 고찰을 한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미술작품만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발상을 가지고 작품을 대하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아니라면 이런 시도를 할 수 조차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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