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예쁘지
이행내 지음, 조장은 그림 / 톨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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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금의 할머니들의 세대에서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 중의 하나가  "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권이 될거다." 라는 말을 많이들 하신다.
그만큼 할머니 세대들은 가난했고, 남편들의 사랑도 받지를 못했고, 자녀들을 키우느라고 희생하신 세대들이기 때문에 그 분들의 삶이 한으로 남아 있기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세대들은 전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래서 평탄한 삶을 살아 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40대 중반 이후의 세대들도 학창시절에 굶주리기도 했고,  한국 전쟁후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힘겨운 젊은 시절이 있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행내'는 5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중년의 가정주부이다.
저자가 살아온 시대도 전반적으로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여, 학비 걱정을 해야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때이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대학을 간다는 것도 포기해야 했던 많은 여자들이 살아 왔던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부모 잘 만나서 고생없이 돈 많이 드는 미대를 다닐 수 있었고, 일본 유학까지 꿈꾸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 꿈을 이룰 수는 없게 된다.
이 당시만해도 여자들이 대학을 나오면 결혼을 하는 것이 하나의 수순이었기에, 그녀는 결혼을 하게 되고, 자녀들 키우게 된다.
IMF시절 남편의 사업이 잘못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힘들게 살아오지도 않았던 것같다.
물론, 전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따랐겠지만, 카페와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소소하고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엄마인 이행내가 글을 쓰고, 딸인 조장은이 그림을 그린 에세이집인 것이다.
딸은 오랫동안 일기를 쓰는 엄마의 일기 장 속에 담긴 내용들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엄마의 일기에 18 점의 '엄마라서 예쁘지' 시리즈의 그림을 겉들인 것이다.

    

  
 
책의 내용은 '내가 아이였을 때', '소녀시대'.... 이렇게 살아온 삶의 자취들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담고 있다.
처음에 '내가 아이였을 때'을 읽기 시작하다가 잠깐 이 책의 저자가 도대체 엄마인가, 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의 내용이나 필치가 어느 학생의 일기를 들어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성장기의 이야기니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의 이야기들도 그리 마음에 와닿는 어떤 것들이 전혀 없는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에세이의 종류에 따라서 이런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도 너무도 개인적인 저자 자신의 삶의 자취인 것이다.
가족 문집이라면 몰라도, 세상에 내놓고 독자들에게 읽히기에는 아무런 느낌도 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라고나 할까.




 
50대 중반에 접어드는 저자라면 삶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삶의 여운이 있을 법도 한데, 많은 아쉬움을 가져다 주는 책이다.

" 앞만 보고 달리다 아름다운 샛길을 놓쳐버리는 우리들.
남들이 좋다는 것을 좇느라 살면서 귀중한 걸 놓치고, 아름다운 것을 스쳐 지나친 적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이제는 조금 느리게,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야겠다.
삶의 고개마다 숨어 있는 작고 예쁜 샛길 찾아보며 슬렁슬렁 가야겠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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