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태양 아라미 청소년문학 1
가브리엘레 클리마 지음, 최정윤 옮김 / 아라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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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이벤트 신청해서 한참 전에 받은 책인데 다른 책들에 깔려 있어서 뒤늦게 발견함. 


* 악! 너 여기 있었니?



"당연하죠. 얘는 장애인이지, 바보가 아니거든요."



사고뭉치 다리오가 학교에서 이번에 받은 벌은 장애인 친구의 도우미가 되는 것이다. 친구의 이름은 앤디인데 휠체어를 타며 나머지 일상생활도 혼자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면서 우연히... 정말 우연히 앤디와 함께 가출을 했다.



모든 설정이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다리오가 마약을 하는 것, 휠체어를 타는 친구를 데리고 가출을 하는 것,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는 것... 은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 어디선가 서성이고 있을 소외된 아이들과 장애인,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정은 매우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다리오는 앤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앙상하고 구부러진 작은 체구가 전혀 바보 같지 않았다.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미의 개념이라는 것이 참 이상했다. 각자 나름의 기준이 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76~77쪽


다리오... 다리오의 마음을 읽으며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강의를 진행했던 장애인복지관의 이용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할 수 있다. 



활짝 웃으며 손을 꽉 잡는 나*씨, '아!'라며 주변을 환기시키는 원*씨, 필통을 자글자글 접어 놓으신 형*씨, 적극적인 모범생 정*씨, 안 듣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듣고 계신 현*씨, 조용한 걸 좋아하시는 진*씨, 다가가기만 하면 활짝 웃어주는 경*씨, 해처럼 웃는 연*씨, 뉴욕의 면적을 물어본 승*씨. 보고 싶습니다.



부모의 생각은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식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 부모라면 언제나 자식이 그 생각을 헤아릴 수 있게 해야 하며, 자식 또한 부모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생각하는 것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부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생각의 기준점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78쪽


다리오는 아빠가 떠난 것이 본인 때문이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부모가 다투면 그걸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생각났다. 동서양의 구분 없이 아이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하나 보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고 행동에 옮길 때, 특히 그것이 아이와 관련된 것일 때 분명 당사자인 아이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뭐... 일방적인 합의일지라도 아이가 그 의도는 분명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리오와 앤디가 태양을 보면서 시작한 여행이 그 둘에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내 미래도 해피하게 전염되는 것 같아서 참 좋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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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밝은미래 그림책 52
린롄언 지음, 이선경 그림 / 밝은미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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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집을 읽었다. 나는 말장난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좋아졌다. 장난처럼 꾸며진 표지가 인상적이었고,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아! 감탄했다.



독특한 제본이었다. 집에 대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려나 궁금했던 마음이 표지에서 스르르 감동으로 바뀌었다. 이런 종이를 뭐라고 불렀더라...? 학생 때 만들기 재료로 사용했던 하드보드지 같은 이 종이가 옛날 그 갬성을 불러왔다. 


집은 그런 것이다. 스르르 마음이 풀리는 곳. 물리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하드보드지로 된 집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큰 의미다. 



먼 길을 떠나면 집이 그리워집니다. 


집에 돌아간다는 건 더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집이 있기에 우리는 고된 일도 견딜 수  있습니다.


뒤표지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초가삼간이어도 내 집이 최고라고 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100%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한... 90%쯤 동의할 수 있겠다. 초가삼간에는 벌레가 많을 것 같아서. ^^



코로나 확진자가 100여 명씩 발생할 때 우리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던 작년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 아무도 몰랐다. 그러면서 우리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었고, 가족들과 티격태격하며 집에서 살았다. 이전에 집이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이제 집은 머무르고, 만나고, 들락날락하는 거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립고, 행복하고, 따뜻한 집이 더 잘 읽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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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타르트가 아니야 단비어린이 문학
신은영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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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잘 다니던 학교에서 학폭위가 열린다고 연락이 온다면? 그게 나의 아이들 일이라면? 


오...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미나와 미나의 언니가 학교에서 겪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이다. 어쩌다 자매가 한꺼번에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미나는 언니를 보며 힘을 얻기도 하고 언니에게 다시 그 힘을 반사하기도 한다. (이래서 자매가 좋은 건가? ㅋㅋ)



친구들끼리의 사소한 오해. 그로 인해 토라지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다. 꼬여버린 감정을 얼른 풀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기에 미나도 수미도 다른 친구들도 누구 하나 먼저 손 내밀지 않았다. 다행히 수업 시간 중에 미나가 용기를 내었고 따돌림을 주도하던 루나에게 따돌림당하는 역할을 맡겼다.



역지사지. 아이들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화해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이 장면에서 예전에 학교 폭력에 대한 연수에 참여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특히 학교 폭력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책의 사례와는 경중이 다르겠지만 여하튼 이 글이 아이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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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 드로잉에 담은 도시의 시간들
이종욱 지음 / 뜨인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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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요즘 유행하는 어반 스케치를 권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했더니 요즘은 누구나 한다고 하면서 재차 권했다. 누구나 하지만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고 정중히 사양하고 나니 어반 스케치 책이 왔다.



책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나는 그림을 못 그리지만 보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 책은 서울을 그린 책이다. 정동과 서촌, 명동, 남산 아래 동자동과 후암동, 해방촌을 그렸다. 그리고 서울역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돌아 돌아 절두산까지 그렸다. 



그림도 너무 좋았지만 건물과 동네, 길과 길 사이에 있는 역사까지 자분자분 설명하시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고 있었다. 마치 자박자박 내가 걷는 것처럼.



워낙 촌사람이라 그런지, 서울이 너무 커서 그런지 아지 서울이 낯설다. 학교를 다니고 결혼식을 그렇게 다녔는데도 지금도 서울에 가면 어리숙하게 목적지만 겨우겨우 다녀온다. 하지만 이 책을 들고 간다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첫째 이유는 드로잉으로 내 마음이 서울에게 활짝 열렸으며, 건물과 길이 거기 그렇게 있는 이유를 너무나 잘 설명했기에 익숙하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비호감이 호감으로 전환되자 가장 먼저 궁금해진 것은 다름 아닌 서울역의 역사였다.


15쪽


내 말이~ 내 말이~! 


서울역의 처음 명칭이 남대문역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성역으로 새로 지어지면서 해방과 정쟁, 민주화 운동, 외환위기를 지나온 역사의 산물이라는 걸 알았다. 다시 만나는 순간에 나는 서울역에게 인사를 할 것이다. "안녕하세요~"라고.


















정동 로터리와 네 길에 자리한 건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건축물 외벽면의 재료, 붉은 벽돌이다.


33쪽














정동의 건물은 중국 상해 건설국에서 짓기로 했는데 마침 그때 붉은색 벽돌 마감이 유행했었다고 한다. 영국 공사관을 시작으로 그 뒤 지어진 건물들은 한결같이 적벽돌로 마감되었으며 서양 건축물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신식을 좋아하던 시대에 신식이 아닌 걸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알고 나니 다시 보이는 것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거기가 붉은색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구나!


오늘날 2000년대 이후는 이전 시대와 달리 다양한 방향성 사이에서 갈팡질팡,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앞서 걸어본 수많은 동네와 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구도심 속 역사, 평범한 동네가 갖고 있는 공동체, 오래된 건축이 품고 있는 도시 등의 시대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318쪽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울시장이 달라지면서 정책을 갈아타며 하던 걸 멈추고 새로 시작하다가 다시 뒤엎어 버리는 작태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단 뜻으로 읽혔다. 오히려 나무의 나이테처럼 흔적들로 남았고, 인간의 사유를 깊게 하는 풍경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한데... 책의 끄트머리에 다다를수록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원주민들의 팍팍한 삶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도시의 변화에 외곽으로 밀려난 사람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밀려난 분들이 도시의 역사로 포장되는 것 같아 약간 씁쓸하기도 했다. 작가님이 이 현상이 단지 속도가 다를 뿐이지 서울 어디서나 일어났다고 한 문장에서 특히 그랬다.



300쪽이 넘는 책이었고, 글도 많고 그림도 많았다. 서울의 역사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지나온 기록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뭐를 발췌해야 할까... 고민스러울 정도로 지나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2021년 연말에 이 책을 만난 것이 인연일까 싶다. 내년에 서울 둘레길을 걸어볼까 남편과 이야기했었는데 이 책의 지도를 보고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도시도 궁금해졌다. 분명 이 도시에 대한 책도 있을 것 같은 너낌적인 너낌. 내 시야를 넓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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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 가족의 일기 미래그래픽노블 8
베네딕트 모레 지음, 권지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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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한다. 특히 오늘처럼 분리수거하는 목요일에는 꼭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많다. 우리 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우리 집 같은 살림들이 모여 있으니 매주 목요일마다 어마어마하다. 



제일 많은 건 단연 플라스틱이다. 뉴스에도 많이 나왔듯이 시기가 시기니 만큼 일회용 용기들이 참 많다. 배달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그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걸 목도하게 된다. 우리 집은 배달 때문이 아니라 가족이 많아 먹는 양도 적지 않다. 대부분 대량 포장지인데 비닐과 플라스틱 재질이 대부분이라 배달 음식을 안 먹는 게 결코 자랑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생활방식을 바꿔보기로 결심한 가족이 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는 가족이 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은 건 알겠지만 당장 생활에 필요한 걸 사용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갈수록 늘어가는 양에 비례해서 마음이 불편한 나와 같은 생각의 작가님. 여기까지만 나와 같았고  이다음부터는 나와 완전히 다른 분이셨다.




바로 쓰레기를 안 만든다는... 오잉? 그게 가능하다고? 쓰레기를 어떻게 안 만든다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별난 사람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무엇보다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쓰레기 제로 가족이 되기 위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깨달은 건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치약을 산다고 생각해 봤을 때 칫솔에 묻히는 치약을 담고 있는 튜브, 튜브를 담고 있는 종이, 종이를 네다섯 개 단위로 감고 있는 비닐... 조금 더 상상을 해 보자면 비닐과 종이를 마트 쓰레기통에 버리고 올 수 있다. 하지만 튜브는 어쩐다? 어쩔 수 없는 쓰레기 발생!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 생활하면서 과정들을 블로그에 공유했고, 이렇게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쓰레기를 줄인다는 이 표현이 쉽지만 생활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쓰레기 ZERO'는 공감조차 어렵지 않을까? 그만큼 실현 불가능... 하지만 그걸 해내신 베네딕트 모레 작가님을 공유하며 나 또한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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