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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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는 건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지만 그 빛에 눈이 멀기도 하니까요.


248쪽


눈이 멀 정도의 돈을 본 적이 있던가? 내 인생에 그럴 일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를 꿈꾸면서 읽는 것이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건너편 아파트의 초록빛을 길잡이 삼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개츠비』에 비하자면 연지의 남편이 말하는 집안 대대로 어쩔 수 없는 부자는 데이지겠고, 제이 강은 개츠비를 연상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제이 강은 개츠비보다 현실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암 진단 키트와 암호 화폐 등의 소재가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개연성이 가능성을 높였던 것 같다. 



환하게 빛나던 그들의 삶은 결국 잉걸불이 되어 우리 주변에 어른거리듯 이야기로 남았다. 위대한 그의 빛은 읽히고 읽혀 숯이 될까? 잉걸불이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건 마른 장작을 만났을 때다. 책을 덮으며 요즘 같아선 현실이 소설 같고 소설이 더 현실 같아서 누군가 규아와 연지와 재웅을 불붙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돈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눈이 멀까 걱정되어 적당한 빛이라도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나는 독자이면서 방관자로 남는 게 좋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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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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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뒤편 진열대를 정리하다가 전에는 못 보던 책상 하나를 발견했다. 사실은 못 봤다기보다 탁자로 쓰고 있어서 탁자인 줄 알았다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하다.(중략)

몇 주 후에 책꽂이가 필요해서 다른 진열대에 덮인 식탁보를 걷어냈더니 또 하나의 책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는 이전의 관리 책임자가 남긴 서류 더미가 그가 떠날 때의 상태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59~360쪽)



골동품 서점이니 이 정도의 세월과 기억 그리고 망각은 필수이던가... 물건에게 나이를 셀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이곳의 나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상상했다. 아마 지구가 생겨날 때보다 더 오래전이지 않을까. 공룡이 형님~ 하며 인사를 할 정도로 말이다.



예술과 외설(124쪽)의 경계에서 고객의 물건을 값을 매길 수 없을 때 서점 직원으로서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작가와 함께 고민하며 읽었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값이 매겨지기를 기다리며 점원 앞에 서 있던 내 모습과도 겹쳐졌다. 여하튼 우리 사이에는 책이 있었다. 또는 세월이 깃든 무언가가 다음 세대를 맞을 수 있을 건지 없을 건지 결정의 기로에 섰다. 



보관이 잘 되어 있다면 또는 보관이 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오케이! 쪽으로 속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가져가야만 한다. 내가 서점 직원이었다면 웬만하면 다 받아줬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중고서점 직원이 안 되었는지도.) 특히 오래된 책이라면 보관법까지 속속들이 공부해서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고민할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다. 책이 결국 필멸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 책을 금고에 넣어 단단히 잠그고 아무도 그 책을 감상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 책은 조금씩 먼지가 되어갈 것이다.

(180쪽)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골동품 책을 덮고 나의 책장에서 골동품이 되어가는 책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열 권씩 정리해 볼까? 아니면 스무 권? 얼마가 되더라도 시간을 막을 수 없다면 잘 흘려보내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에 책을 태워보내기로 결심했다.



#기묘한골동품서점

#RHK

#출판사가제공한책을읽고솔직하게작성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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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이문재 엮음 / 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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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시가 적혀 있는 책을 들고 다니면서 한 쪽씩 읽고 대론 옮겨 적기도 했다. 문장이 가슴을 울릴 때 가끔 따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들고 나니는 내내 이렇게 적기는 또 처음이다. 아마 요즘 내 마음에 기도가 필요해서 그런 것일까 돌아보았다.



언제나 기도가 필요한 나에게 이제야 이 책과 인연이 닿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기도는 필요하다. 기도는 희망이니까.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런 곳에 가고 싶다,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은 희망이고 그건 다른 말로 기도라는 걸 알았다.



[독자가 시를 이어 쓰게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책 날개에 쓰여 있는 문장을 보고 '그렇다면 나는 좋은 시를 읽은 것이구나' 라고 했다. 나는 기도와 희망을 묶었는데 작가는 기도와 시를 묶었으니 희망과 시도 손을 맞잡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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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한 뙤기>



권 정 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뙤기


논 한 뙤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뙤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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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제공한책을읽고솔직하게작성한글입니다

#이문재

#당신의그림자안에서빛나게하소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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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뒤집어지는 인간관찰기
이도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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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에세이라니... 에세이 중에 그런 에세이도 있구나 싶었다. 지하철이라는 이름이 낯설었던 이유는 대중교통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씩 타는 지하철은 탈 때마다 새롭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대학에 다닐 때는 지하철이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이었기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개 있다. 



2호선이 푹푹 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이 워낙 많이 걸어간다기보다는 인파에 쓸려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문이 열리면 몸을 열차 안쪽으로 막 밀어 넣어야 하는데 나름 조신한 여대생이었던지라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연거푸 두 대를 그냥 보낸 상태였다. 그나마 사람이 적다고 판단한 맨 앞 칸에 줄을 서 있었는데 옆에서 남자 두 분이 언성을 높이길래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기관사가 타고 있는 조그만 문을 열고 상체부터 밀어 넣다가 기관사는 나가라고 하고 아저씨는 타겠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거, 좀, 태워줘요. 늦었단 말이에요.


여기는 승객이 타는 곳이 아닙니다!


자리 있잖아요!


여기는 승객이 타는 곳이 아니라고요!


어쩌라고요!


여기 타시면 안 된다고요!



나는 양복 입은 아저씨가 술에 취한 줄 알았다. 거길 왜 탄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관사 한 명도 서 있기 좁은 곳인데 저길 왜 들어가겠다고 난리일까 싶었고, 열차는 곧 출발했다. 양복 아저씨는 씩씩 숨을 거칠게 내뱉으면서도 누구 하나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는걸 느꼈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그 기관사님은 굉장히 황당해하셨고 재차 밀어내며 위험하다고 경고하셨다. 이 책을 읽자마자 그 장면이 정확하게 떠올랐고 내가 느낀 것보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글에서 재미와 공감 그리고 '쟈철'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쟈철이 지하철을 뜻한다는 걸 검색해 보고 알았다. ㅋㅋㅋ 


마찬가지로 승객 여러분들은 지하철이 아닌 삶에서도 어떤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때가 있을 텐데, 그때도 포기하지 말고 찾아라. 누군가 우리처럼 당신의 것을 찾아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39쪽


이렇게 따진다면 나는 늘 기관사를 만난 셈이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주는 사람이 여럿이다. 다시 말해 나는 무언가를 흘리고 다닌다. 물건과 기억과 약속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 덕분에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는 정평이 나 있다. 허허. 주변에 기관사님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요즘 세대 차이가 심각하다지만 사실 세대 차이는 항상 문제였다. 베이비붐 세대, 86세대, X 세대, MZ 세대, 알파 세대...


새로운 세대는 끊임없이 나타났고, 기성세대들은 매번 당황했다. 그렇다면 이건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변해가는 과정 아닐까?


88쪽


 하기는. 2000년 전 소크라테스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불평했다고 하지 않던가! 그 과정에서 다른 게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와 외루의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쟈철 에세이 재밌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주인공이 있다면 그건 기관사가 아닐까? 그때 나는 기관사만이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114쪽


기관사, 관제사, 역무원, 운영 직원, 토목 직원, 경비 아저씨, 그리고 직원 직원 직원. 마지막으로 승객까지 모여야 지하철이 완성되는 일종의 퍼즐 같았다.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어우러지기 위함으로 쓰고 읽는 독자에게 이르는 모든 과정이 좋았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 더 눈여겨 읽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어우러지기 위한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 기관사는 잘 모르겠다. 시간 약속에 강박 관념에 그냥 역사에서 살 것 같아 피식 웃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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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번의 대화
다이앤 렘 지음, 황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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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따르면, 현재 건강한 상태 혹은 질병에 걸린 상태에서 생애 말기의 연명 의료를 원하지 않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사전 연명의료지향서로 민법상 성년인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먼 훗날 자신이 생의 말기에 들어섰을 때 의학적 처치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는 상황(혼수상태)을 대비해서 본인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문서다. 

둘째는 연명의료 계획서로 생의 말기에 직면한 상태는 아니지만 적극적인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의료 기관에서 자신을 담당한 의사와 함께 본인의 연명 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표명한 문서다. 


328쪽 해제 / 유성호



죽음에 대한 책이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표현보다 적극적으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 적절한 책이었다. 조금 더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구나! 왜냐하면 삶의 방향성이 확실할수록 마지막에 대한 의견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측면에 경의를 표할 줄 알고, 누군가가 자신이 집이 없다거나, 죽어가고 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거나, 더는 설 수 없다거나, 똑바로 걷지 못하거나, 분명하게 말하고 사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61쪽



누구나 본연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양보도 안 되고, 매매도 안 되며, 그냥 이유 없이 또는 세상의 모든 이유로 '나'는 소중하니까.




제 책은 사실 죽음에 대한 책이 아니에요. 삶에 대한 책이죠. 충실하게 살기, 의료 기술의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납치당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강탈당하고, 삶의 마지막에 당신이 제일 아끼는 것들이 내동댕이쳐지지 않게 만들기에 대한 책이요.


71쪽



그렇다면 죽음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이건 늘 느끼면서도 죽음만은 왠지 모르게 저쪽에 따로 떼어놓길 원한다. 죽음은 두렵고 음습한 어떤 존재라고 여기는 건 일종의 문화일까? 본능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알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만큼 나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기회가 있었어도 외면했는지도.




제가 생각하기에 '힘 있게 끝내기'에서 핵심요소 중 하나는 자녀, 부모, 사랑하는 이들, 친구들과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대화하는 거예요.


72쪽



그러니 피하지 말고 생각하고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적극 동의했다. 하지만 실천하려면 끝내기 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해서 아직 머뭇거리고 있다.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그러니 나는 먼저 나를 연구하는 것이 순서다.




죽음이 일상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여서요.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할아버지는 집에서 돌아가셨어요.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임종까지 보살폈고 돌아가신 뒤에는 시신까지 다뤘어요. 그런데 우리가 죽음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치워버린 거예요. 죽음을 벽장에서 꺼내 대화를 나누는 일은 중요해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을 긍정하는 실천일 수 있거든요.


94쪽



나의 할아버지도 비슷했다. 다만 집에서 돌아가신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까지 가족들이 보살폈고 안녕히 보내드리면서 애도했다. 가족과 헤어지는 경험이 적은지라 뭐라 비유할 만한 건 없지만 죽음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는 분명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맞다.



말기 돌봄에는 두 가지가 중요해요. 하나는 위안을 드리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분들의 바람을 존중하는 일이에요.


264쪽



마지막까지 삶의 소중함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배려해야 한다. 나는 나의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한 책이 그때는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했다. 



'때'가 과연 준비가 되는 것일까? 시간을 메우는 준비가 아니라 마음가짐이구나! 더하자면 나를 포함한 가족과 가까운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내 삶의 신념과 방향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인연을 꼽아 보며 그것으로 삶을 채워도 참 보기 좋겠구나 싶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채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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