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포르투갈 -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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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향기 서포터즈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앞표지




앞표지 말이 이리도 멋질 수 있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나는 떠나기 보다 여기서 떠났던 이야기들을 읽는 독자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한효정의 『지금 여기, 포르투갈』은 '정말 떠나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선 등산하면서 몸을 좀 만들어 보자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심지어 오늘 등산을 정말 다녀오기까지 했다.


우리가 3층으로 잘못 알고 들어온 집은 2층에 있는 남의 집이었다. 유럽에서는 1층을 그라운드 플로어라고 하여 2층을 1층이라 부른다는 것을, 따라서 우리가 3층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2층이었다는 사실을,


17쪽



어디엔가 적어 놓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정말 산티아고에 가게 된다면 정말 부디 꼭 기억하려고. 



사진이 곁들여진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내가 마음이 움직였던 것은 한효정의 나이를 읽으면서부터였다. 예순한 번째 생일을 혼자 보내기 위해 떠나왔다는 그녀의 문장에서 나는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다. 나는 이제 혼자 어디로 떠나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아직까지 혼자 여행은커녕 혼자 영화를 본 적조차 없다. 아... 그러고 보니 혼자 살아본 적도 없구나.



고맙지만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83쪽


우와... 멋지심.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크고 굉장하게 느껴질 줄이야! '혼자'는 '홀로'와는 다른 것이었다. 완전히. 나 혼자 오롯이 설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거기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덕분에 오늘 등산을 하기는 했지만 인적이 드물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나는 진정한 겁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인해 길도 많이 미끄러웠고 산에 올랐을 때 비로소 비가 그치는 날씨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한효정의 '핑크 스네일'도 기억났다. 우비를 챙기지는 않았지만 아마 집에서 나설 때 '핑크 스네일'이 기억났었다면 분명 핑크색 우비가 있는지 찾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내 삶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111족


삶의 전성기란 특정한 시기가 아니고 내가 전성기라고 하면 전성기가 된다는 간단명료한 문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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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몽골 - 별, 사막, 호수 찾아 고비사막과 홉스골로 떠난 두 번의 몽골 여행,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신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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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에세이를 기획하고 쓰고 있는 중인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여행에 대한 서평 도서를 받았다. 와...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지. 책을 받기도 벌써 받았고, 읽기도 벌써 읽었는데 늦은 서평을 적는 이유는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읽자마자 적어야 하고, 다녀오자마자 써야 한다. 나는 둘 다 늦었다. 3월에 다녀온 여행을 지금에서야 쓰고 있으며, 이미 썼어야 할 리뷰는 지금 더듬고 있다.



여행 에세이인데 제일 색달랐던 건 맨 뒤 페이지의 [몽골여행 경비]였다. 사실 몽골에 대한 정보는 이 책이 아니더라도 접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몽골로 떠난 경유와 사람들을 모아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담을 수 있었던 신미영만의 글과 사진이 있기에 독보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여행경비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비용이라면 게다가 신미영의 말처럼 그렇게도 아름다운 하늘이라면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너른 들판에서 철푸덕 앉으면 혹시 똥밭일 지도 모르는 웃긴 상황도 상상했고, 꼬리꼬리 냄새나는 양고기를 먹는 상상도 했다. 살짝 코를 막긴 했지만. 밤하늘의 별이 쏟아지는 사진을 보면서 이건 과연 내가 상상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장관일 것 같았다. 몽골의 하늘이 아름답다는 글도 많이 봤고, 사진도 많이 봤는데 이건 간접 체험보다는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만이야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서울에서 비행기로 단 3시간밖에 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15쪽)



나는 왜 몽골에 갈 생각을 안 했던가... 



남는 시간에 호숫가에 돗자리 깔고 누워 책이나 읽을 생각이었는데,(199쪽)



여행지에서 이런 기분 정말 짱인데... 같은 책이라도 여행지에서 읽는 건 또 다른 경로로 내 마음에 들어온다. 나는 어쩌면 몽골에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을 들고 가 여기가 여기구나 하며 신미영을 뒤따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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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 은퇴 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당신을 위하여
한준호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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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에 대한 고민이라... 나는 부모님이 모두 농사를 지으셔서 은퇴라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따라서 은퇴 후 준비를 한다는 것도 다른 나라 말 같았다. 하지만 남편이 회사를 다닌 지 꽤 세월이 흘렀고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하니 벤치마킹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정성을 다해 읽었다. 



처음 의도는 뭐라도 따라 하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세컨하우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읽고 나니 과연 내가 따라 할 수 있을까 싶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골에서 잘 사는 방법이다.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의 기억과는 별개로 실전 경험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더 열심히 읽었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실전 경험이 많으니까.



시골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적응하는 건 아니라고 들었다.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세컨하우스에서 균형 있게 살아가는 매뉴얼과 같다. 더군다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장면이 곳곳에 있어 사랑이 넘치는 세컨하우스다. 나는 과연 이런 사랑으로 사람들과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이 책처럼? 여기처럼?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었다.



어쩌면 은퇴라는 것이 일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다른 일에 도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앞에서 말한 나의 부모님은 하던 일을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하실 것이다. 농사에는 은퇴가 없으니까. 하지만 세대가 달라졌으니 은퇴에 대한 분위기도 다르고 맞이하는 생각도 변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은퇴 후에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한준호 작가처럼 제빵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뭐가 되었든 세컨하우스로 출근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 책을 자꾸만 펼치게 된다. 배고 배우려고.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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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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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제목 짓는 기술이 참 부럽다. 어떤 지인은 멋진 제목을 보면 '훔쳐 오고 싶다'라는 마음을 솔직히 밝혔다. 나도 그렇다. 훔쳐지면 훔치겠다. 게다가 예쁘다고 하지 않는가!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도 어디 부딪혀 구겨질까 걱정했던 책이다. 예쁘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주머니 속에 사탕 꺼내 먹듯이 엘베 기다리면서 한 장, 빨간 신호에 한 장, 커피 마시면 서 두 장,,, 이렇게 읽었다.



이 책은 예쁠 뿐 아니라 젊었다. 풋풋한 젊은이의 냄새가 났다.


석사를 끝내고, 대기업에 취업해 정석대로 사는 친구에게서 "너도 이제 서른인데, 이제 돈도 모으고 해야 하지 않아? 노후에 고생하지 말고."라는 참견을 들었다. 성수기가 오기 전에 빨리 항공권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던진 후였다.

(252쪽)



제일 젊다고 또는 어리다고 느낀 장면이었다. 조언을 한 친구도 김지영 작가도 부러웠다. 김지영은 다시 시간을 되돌려 선택을 한다면 반드시 평범한 결정을 한다고 했다. 나는? 나의 시간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과연 조언을 한 친구 말고 김지영 작가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떠날 것인가?



답은 '아마도 아닐껄?'이다. 나는 안정지향적이고 정착형 인간이다. 돌아다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계획표에 없는 일이 일어나는 걸 심히 불안해 하는 피곤한 유형이다. 그렇다고 김지영이 틀렸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부럽다. 젊음이 부럽고 떠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나도 갖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충분히 했다. 앞으로 예쁜 것과 여행을 떠올리면 김지영의 많은 문장들이 부러움과 함께 계속 생각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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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한 이슈 2 - 내 자존감 내가 살린다 엄마를 위한 이슈 2
행복한 논술 편집부 지음 / 이태종NIE논술연구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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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통령 선거 때 우연히 중학교 여학생과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개표 방송을 보느라 밤을 새웠다고 했다.



저 어제 밤새워서 졸려요.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개표 방송 보느라고요.


엥? 정치에 관심이 많아?


아니요.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 궁금해서요.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요? 대통령인데.


지지하는 당이라도 있었어?


그럼요.


네가 선택한 기준이 뭐야?


공약이요. 특히 교육.



내가 이 대화를 기억하는 건 그 아이가 중학생이었고 본인이 학생이니 교육 정책을 보고 지지 후보를 정했다는 그 말이 너무 당연하지만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너 내 딸 하자!'라고 조를 뻔.


토론의 형식은 여러 가지다. 세다, 원탁, 두 마음, 피라미드... 절차와 진행 방식에 따라 나눠진다. 예전에 도서관 특강에서 배운 적이 있는데 안 써먹으니 다 잊어버렸다. 다만 토론을 해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다. 의견을 모으거나 상대방을 설득하여 좀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엄마를 위한 이슈』는 과학과 인문 사회 두 부류의 주제들을 각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과 찬반형 토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왜 그렇게 나누었을까 궁금해서 목차를 톺아보니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슈들은 전자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이슈들은 후자로 엮어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주쓰레기에 대한 이슈는 찬성과 반대를 논할 여지가 적다. 인공위성은 쏘아 올려야만 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이므로 우리가 고민하야 할 것은 처리 방법이다. 효율과 효과를 고민하여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아하!



찬반형 이슈의 예로는 소년 범죄 처벌 이슈가 있다. 촉법의 기준을 조정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있었지만 뜨거운 감자와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면 더더욱 안 되는 문제다. 그러므로 형사 처벌 가능 연령을 낮추는 데 있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물어 현안과 관련된 사항을 좀 더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뉴스를 멀리하고 있었다. 요즘 뉴스는 마음이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를 위한 이슈』를 읽으면서 너무 감정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내 입장을 정해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무지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현명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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