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 개정판 청소년 모던 클래식 2
빅토르 위고 지음, 이찬규.박아르마 엮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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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는 프랑스에서 출간된 몇 권의 축약본들을 참조해서 줄거리를 요약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으나, 도중에 그것들을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고의 문장을 적당히 바꾸는 일은 내용을 축약하는 것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일임을 편역 작업 중에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1쪽


원전을 그대로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 우선 언어가 다르고 그 언어를 구성하는 사회와 역사를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발췌 번역을 하거나 이 둘을 적절하게 섞기도 한다. 구름서재의 레 미제라블은 청소년 모던 클래식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도록 가능한 덜 해치고 더 다듬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1815년 시월에 그는 석방되었다. 유리창 하나를 깨고 빵 하나를 취한 죄로 그가 수감되었던 해가 1796년이었다.


31쪽


19년이었다. 빵을 훔친 죗값 치고는 지나치게 무겁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악해지리라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글을 배웠으며 세상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였지만 진짜 세상을 마주하고서는 복수는커녕 주교의 은식기를 훔치다가 다시 잡힌다. 그는 늘 잡힌다. 탈옥을 하고 잡히고, 또 하고 또 잡히기를 반복했다. 석방되고 나서도 그는 잡혔다. 


마치 세상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그가 몽트뢰이에 온 지 오 년이 지난 1820년, 그가 지역에 공헌한 바가 너무나 눈부시고, 그 지방의 모든 사람들이 뜻이 한결같은지라, 국왕은 그를 시장으로 임명하였다.


65쪽


어감은 부정적이지만 제일 쉬운 말로 그의 '신분세탁'은 성공적이었다. 그만큼 허술한 시대이기도 했고, 그의 성정은 어떻게든 이렇게 드러나고야 말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는 계좌 잔고보다 지역사회에 기부한 금액이 더 크다는 설명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가 감옥에서 꿈꾸던 복수가 이런 것은 아니었을진대... 그도 이런 식으로 사회에 복수할 것이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 후 그는 스스로 이전의 도형수 임을 밝히면서 한 사람을 살렸고, 다시 죄수의 신분이 되었지만 탈영에 성공한다. 드디어. 게다가 이번 탈영은 죽음으로 위장되어 있었기에 아무도 그가 살아있으리라고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완벽했다. 자베르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후 스토리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탄탄한  짜임과 자연스러운 번역 덕분에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묘석 앞에서 함께 그를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는 잠들어 있다.


그의 운명이 무척 기구했지만 그는 삶을 영위했다.


그의 천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자 그는 죽었다.


그저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해가 지면 밤이 찾아오듯.



책 뒤에 첨부되어 있는 뮤지컬 QR은 아이와 함께 보기 너무 좋았다. 앤 헤서웨이의 짧은 머리도 머리지만 그녀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지 이전에는 몰랐었다. 그녀의 절절한 노래 덕분에 한동안 레미제라블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레 미제라블 뮤지컬을 꼭 관람해 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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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요괴 - 2017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밝은미래 그림책 51
마누엘 마르솔 그림, 카르멘 치카 글, 김정하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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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키가 엄청 크다. 그래서 주인공 아저씨가 앉아 있는 모습이 어째 더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림책을 볼 때 표지부터 면지, 속지와 면지의 어울림, 내용, 그림, 심지어 책등까지 엄청 꼼꼼하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표지부터 다르다. 약간... 정말 숲의 요괴를 만났을 때 손에 땀이 나서 책이 꽉 쥐어지는 축축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배달부 아저씨는 산 넘어 배달을 가다가 급한 마음에 산에서 볼 일을 보신다. 그리고... 그리고... 길을 잃으셨다. 어쩌지?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가 봤는데 아니더라는. 그래서 아저씨는 곰곰이 생각한다. 어느 쪽이었더라?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를 만난다. 아무도 없는 숲인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지 않았다. 숲이 있었다.


배달부 아저씨는 무언가를 만나면서 변신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아저씨가 변화하는 시작. 



누구나 이런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변화하는 그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이더라도 다른 이들에게는 큰일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건 바로 나. 나의 변화이다. 배달부 아저씨도 그랬다. 



'나'의 다른 모습들을 인식하고 즐기면서 색다른 시간을 보내는 그림책이다. 변화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어제 맡았던 가을의 냄새도 떠오른다. 나무마다 다른 냄새를 가지고 있었다. 각기 다른 모양새로 숲에 살지만 가을 안에서 어우러지는 단풍들처럼 우리네 삶이 제각각일지라도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며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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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습니다 밝은미래 그림책 50
알렉산드라 미르작 지음, 이지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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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출 사건!


고양이가 찾는 건지~ 고양이를 찾는 건지~


루마니아 작가가 그려낸 고양이 관점의 이야기다. 주제는 사랑 또는 그리움, 그리고 가족.



잘 놀아주던 엄마와 아빠가 어느 순간부터 각자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야옹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지경이다. 누군가 그러던데... 집에서 가구처럼 살고 있다고. 야옹이는 가구와 같은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 가출을 한다. 더 소중한 인연을 찾아 나선 길은 낯설고 외로웠다. 붙박이장처럼 지내던 집에선 최소한 온기라도 느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처음엔 야옹이가 누군가를 찾아 나섰지만 나중에는 가족들이 야옹이를 찾았다. 다행이다. 둘이 서로 찾아서. 만나서.



힘들어 더 이상 걸을 수 없었고, 버려진 통조림으로 대강 배를 채운 후... 길에서 잠든 야옹이가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다. 친정에 있는 강아지 방울이는 내가 드나들 때마다 눈 맞추고 꼬리가 떨어져 나가도록 흔드는데 나는 방울이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었는지. 또는 우리 다섯 가족 중 누군가 가구처럼 존재하지는 않는지... 



언제나 있지만 항상 그렇진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루마니아 야옹이 덕분에 아이들과 남편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었고, 방울이와 산책하며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미세먼지가 없는 어제오늘 방울이와 나는 신나게 가을 논두렁을 달렸다.



가족이란 서로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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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눈물 단비어린이 문학
정해윤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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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아편이다!"


눈물을 비롯한 슬픔, 우울, 분노,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한 사회.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눈물 금지 주사'가 의무화된 사회.



아... 나는 어쩌나. 나는 일명 '울보 엄마'인데. 책을 읽을 때, 뉴스를 볼 때, 안타까운 지인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나는 왜 울까? 



'성냥팔이 소녀'를 읽을 때 나는 소녀가 되어 춥고 졸렸다. '플란다스의 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당사자들이 안타까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공감' 때문이다. 공감을 제거한 사회는 어떤 모양새일까?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리아네 가족은 언제부터인가 눈물 금지 주사를 맞지 않았고, 우울과 불안 등의 나쁜 감정에 노출되고 말았다. 그 결과 행복 지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건 잠재적 범죄자를 뜻했다.]]



아하. 나는 여기서 내 안의 우울과 불안이 차지하는 곳을 살펴보았다. 우울과 불안의 감정을 권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감정은 우리 삶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쯤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대형 참사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슬픔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 과거가 있었다. 그 암울한 과거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면서 맞춰야 할 초점은 팬데믹(pandemic) 을 보다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록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경제적 사정을 악화시켰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의 우울과 불안을 감싸줄 수 있는... 전보다 더 공감 지향적인 사회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어려운 얘기를 아이와 나눌 수 있는 단어들을 떠올려야겠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깨달은 것처럼 '웃음만큼 소중한 눈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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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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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고돈은 날 때부터 관찰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나는 날 때부터 무엇을 좋아했을까? 생각해 보니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너는 궁금한 게 뭐 그리 많냐~?


나는 날 때부터 질문하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늘 묻고 물었다. 어떤 때 엄마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시면서도 결국 답을 해 주셨다. (엄마 고마워!)



이 책은 잉그리드 고돈이 그림을 그린 후 톤 텔레헨이 짧은 글을 매칭했나 보다. 아... 글과 그림이 이렇게도 짝꿍이 될 수 있구나!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함께 작업한 이 책은 설명이 없었다면 한 사람이 작업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어울렸다. 단지 한결같이 무표정하고 가끔은 적대적이기까지 한 표정이라 섬뜩하기도 했다. 각자가 바라는 것도 평범하기보다는 약간 기괴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나도 가금 섬뜩한 표정을 지을 것이며, 기괴한 바람을 빌 때가 있다. 그래서 마냥 이 책이 이상하다고만은 못하겠다. 나도 가끔 그러니까.



나는 혼자였으면 좋겠어요. 아니에요, 그것도 여전히 많아요. 그냥 나는 아무것도 아니면 좋겠어요. 내가 방에 앉아 있고, 누군가 들어와서 방을 한 번 둘러보고 말하죠.


"아니, 여기 없는데. 아무도 없어."


그래도 한 사람에게만은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요. 잠시 후 들어와서 조용히 문을 닫는 그녀에게는요.


58쪽, 루이.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소원인지 우리는 모를 것 같다. 변신할 때까지.




내가 해야 한다면 세상을 구하겠어요. 누군가 내게 와서 "세상을 구해주겠어요?"라고 물으면 


"언제요?"


"지금요."


"지금요?"


"네. 지금 당장이요. 한시가 급해요!"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어떻게 구하는지 묻지도 않고 세상을 구할 거예요. 물어볼 시간도 없으니까요. 너무 까다롭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죠. 너무 어려우면 구하지 못할 것이고 세상은 망할 거예요.


87쪽


다른 이들이 이 바람을 희망으로 읽을지 절망으로 읽을지 궁금하다. 나는 절대적 희망과 의지로 읽었다. 어느 CF 카피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해준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바람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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