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라는 로마인의 편지 인사말을 통해 생각해봅니다. 타인의 안부가 먼저 중요한, 그래서 ‘그대가 평안해야 나도 안녕하다‘는 그들의 인사가 문득 마음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내가 잘 살 수 있다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요즘 우리의 삶이 위태롭고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의 사고가 어느새 그렇게 변해버린 건 사람들의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낼 여유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 P144
‘함께‘cum ‘하고 ‘더불어cum‘하는 걸 즐거워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와 ‘더불어‘의 가치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함께‘하고 ‘더불어‘하는 일에 무심하고 귀찮아하지 않길 바랍니다. 내 작은 힘이나마 필요한 곳엔 ‘더불어‘ ‘함께‘ 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주위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삶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 지금보다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 P147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입니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입니다. - P152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할 겁니다. 인간은 그렇게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이제 거기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봅니다. 부모님이 남긴 향기는 제 안에 여전히 살아 있지만 그 다음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기억을 밑거름 삼아 내 삶의 향기를 만들어낼 수있도록 해야 합니다. - P156
가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제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담고 오늘을 살아가고자 하는 저를 통해 신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또한 그렇게 해서 제 삶은 어떤 기억으로, 어떤 향기로 남게 될까 하고요. 아마도 그것은 제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일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와 더불어 다음의 말 한 마디를 함께 떠올려봅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시 비스비탐, 파라 모르템.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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