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비루한 사람들은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무적의 방패 삼아 자신의 분노나 혐오, 질투 같은 감정들을 마구잡이로 배설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을 솔직하다고 소개하는 사람치고 진짜로 솔직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었다.

지저분한 마음에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덧댄다고 냄새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무례함과 솔직함의 차이 또한 거기에 있었다. 무례함은 타인을 상처 내는 데 쓰이지만 솔직함은 오히려 상처를 고백할 때 쓰였다.

솔직함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모두가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방패 삼아 타인을 상처 내고 자신의 상처는 치사하게 숨긴다. 또한 친절한 사람들을 보며 위선자, 겁쟁이, 진짜 속마음마저 숨기는 겁보라고 격하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타인을 상처 냄으로써 내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상처 따위는 오롯이 책임지며 웃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부러운 건 부럽고, 아픈 건 아프다고 세련되게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해서 청년들이 얻어야 했던 건 무엇일까. 행복일까. 단언컨대 아니었다. 이들은 단순히 행복한 삶이 아니라 ‘너보다’ ‘걔보다’, 혹은 ‘그보다’ 행복한 삶을 원했다. 우위가 없는 행복은 이들에게는 쓸모가 없었다. 그건 증명할 수가 없으니까.

분명 승리가 행복이라고 배워왔는데. 세상은 점점 더 승리를 불가능하게 바꿨다. 미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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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2-0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솔직함을 가장해서 상처주는 사람들이 실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굉장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