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인물/정약용

정약용은 기존의 조선 성리학에 근본적인 이견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 그는 태극이나 이치 같은 성리학의 근본 개념을 단지 만물에 깃든 속성일뿐 실체가 아니라고 봤다.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창조자와 창조의 속성을 구분하면서 성리학의 이기론을 비판했는데, 상당히 영향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정약용은 인간의 선천적인 도덕성을 부정한다. 기존의 성리학자들은 사람안에 ‘사덕(德)‘이 있고 양명학자들도 ‘양지(知)‘가 있다고 했는데 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정약용은 인간을 ‘기적 존재‘로 보았다. 인간 안에 단지 ‘도덕적 욕구‘만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선하고자 하는 열망, 악을 미워하는 욕구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욕구‘라는 개념은 유학사에서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다. 이전까지 유학자들은 보통 ‘욕구‘를 ‘사욕‘과 거의 동의어로 인식하고 부정적으로 보았다. 하지만 정약용은 ‘욕구‘를 ‘도덕적 욕구‘로 해석했고 긍정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인간의 고유성으로 판단했다.
정약용은 ‘자유 의지‘를 강조한다. 이는 ‘자주지권‘이나 ‘권형‘, ‘권능‘ 등의 말로 쓰이는데 도덕적 욕구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도덕적 욕구를 실천하는 것은 현실에서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의지‘가 중요하다. 욕구만으로 실천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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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사건/나당전쟁
신라와 당나라의 전쟁으로 신라가 승리한다.

결국 삼국 중 유일하게 신라만이 살아남았고 두 배 이상의 영토를 확보하는 등 삼국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된다. 통일신라는 이후 적극적인 통합 정책을 펼쳐서 고구려와 백제 유민들을 포섭하고자 한다. 고구려 부흥군의 지도자 안승을 고구려왕으로 임명한다든지 백제 유민들에게 관직을 주는 등 여러 노력을 벌인다. 통일신라는 전국을 주로 나누어 ‘삼한이 일통‘ 했음을 강조했고 군대도 9서당으로 구분하여 백제인은 물론 고구려인과 말갈인까지 끌어들인다. 또 지방에 5소경을 설치해 수도 경주에 치우친 부분을 보완하고자 했다. 하지만 완전한 의미의 삼국 통일이 아니었다는 점, 결국 경주 진골귀족만을 위한 사회시스템이 유지됐다는 점 등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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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얄밉다’는 표현을 쓰는 많은 경우, 사실은 그 대상이 미웠던 것인데 미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밉다’ 앞에 ‘얄’ 자를 붙인다는 것을요. 미워하는 게 정당한 순간에도 ‘얄’ 자를 붙여 상황을 귀엽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대충 넘어갔고, ‘밉다’보다 한 단계 낮은 ‘얄밉다’로 감정의 수위를 낮춰 또 대충 넘어갔다는 것을요.

한 번에 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제 말 속에서 얄짤없이 ‘얄’ 자를 없애고, ‘얄’ 뒤에 숨어 있던 미움과 대면하면서, 미움을 미움 그대로 받아들여야 그 미움을 비로소 해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동안 충분히 해소될 수도 있던 미움들이 ‘얄’ 자에 막혀 오히려 쌓여가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미워할 용기는 미워하지 않을 용기, 나아가 사랑할 용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미움을 꼭 버려야 할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갖고 있으면 있는 만큼 저의 에너지와 감정을 소진시키는 건 분명하니까요. 꼭 품어야 할 미움만을 정확하게 골라내고 나머지는 계속 버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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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명문장/돛대와 헌 옷
명문장 그것으로 설명이 다 되었다.

선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배를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 재주를 노로 삼고 운명을 순풍으로 삼아야 편히 갈 수 있다. 재주와 운명이 좋아도 뜻이 낮으면, 배가 온전하고 바람이 순조롭더라도 뱃사공이 적임자가 아닌 것과 같다.
(・・・) 강과 바다가 크고 작은 것은 다르지만 배를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를 세우고 돛을 다는 것은 나아가기 위해서요, 닻줄을 매고 닻을 내리는 것은 멈추기 위해서다. 또 반드시 헌 옷가지가 있어야 배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의로움을 돛대로 삼고 신실함을 돛으로 삼으며, 예의 바름을 닻줄로 삼으며 공경하고 신중하고 청렴하고 부지런함을 헌 옷으로 삼는다면,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실을 수 있고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갈 수 있으며 아무리 통하지 않는 곳이라도 통할 수 있다.
- 이제현, <여한십가문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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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사랑한다고 공공연히 밝힌 저입니다만 이런 습도와 결합한 땡볕까지 끌어안기란 쉽지 않습니다

불볕더위 속일수록 바지런히 뭔가를 하려 들 때면 용이 쓰이니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더위를 덜 느끼게 된다는 어른들의 말은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를 담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아이에게는 더 열받게 만드는 소리였죠

우리는 흥을 낼 기회가 쌀 한 톨만큼 주어져도 밥 한 솥을 지어내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잠들 땐 미처 알지 못했죠, 커튼 없는 그 방이 동향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 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무튼, 술』을 쓸 정도로 술을 좋아하지만 절대 없으면 안 되는 건 커피라면서요? 이 점은 저와 비슷하네요.

저는 혼비씨를 비롯해서 누구에게도 아직 ‘어른’으로 본을 보일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러 번의 여름을 보내고 나서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마~~~ 있다보면 1주일 뒤, 길어도 2주일 뒤에는 이렇게까지는 덥지 않게 된다는 것. 그러다보면 또 금세 바람이 서늘해진다는 것, 나뭇잎들이 초록을 잃어가다가 문득 여름의 선명함이 그리워진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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