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사랑한다고 공공연히 밝힌 저입니다만 이런 습도와 결합한 땡볕까지 끌어안기란 쉽지 않습니다

불볕더위 속일수록 바지런히 뭔가를 하려 들 때면 용이 쓰이니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더위를 덜 느끼게 된다는 어른들의 말은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를 담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아이에게는 더 열받게 만드는 소리였죠

우리는 흥을 낼 기회가 쌀 한 톨만큼 주어져도 밥 한 솥을 지어내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잠들 땐 미처 알지 못했죠, 커튼 없는 그 방이 동향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 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무튼, 술』을 쓸 정도로 술을 좋아하지만 절대 없으면 안 되는 건 커피라면서요? 이 점은 저와 비슷하네요.

저는 혼비씨를 비롯해서 누구에게도 아직 ‘어른’으로 본을 보일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러 번의 여름을 보내고 나서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마~~~ 있다보면 1주일 뒤, 길어도 2주일 뒤에는 이렇게까지는 덥지 않게 된다는 것. 그러다보면 또 금세 바람이 서늘해진다는 것, 나뭇잎들이 초록을 잃어가다가 문득 여름의 선명함이 그리워진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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