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명문장/여권통문
1898년에 발표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서로
문명 개화정치를 수행함에 여성들도 참여할 권리가 있으며, 여성들도 남성과 평등하게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고, 여성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였고 자연스럽게 여권운동으로 이어졌다.
2020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혹 이목구비와 사지오관(四肢五官)의 육체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처럼 사나이가 벌어주는 것만 앉아서 먹고 평생을 깊은 집에 있으면서남의 제어만 받으리오. 이왕에 우리보다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들을 보면 남녀평등권이 있는지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종 학문을 다 배워 이목을 넓히고,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의 의를 맺어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에게 조금도 압제를 받지 아니한다. 이처럼 후대를 받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학문과 지식이 사나이 못지않은 까닭에 그 권리도 일반과 같으니 이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 슬프도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사나이가 힘으로 여편네를 압제하려고 한갓 옛말을 빙자하여 "여자는 안에서 있어 바깥일을 말하지 말며, 오로지 술과 밥을 짓는 것이 마땅하다(居内而不言外, 惟酒食是議)" 고 하는지라. 어찌하여 사지육체가 사나이와 같거늘, 이 같은 억압을 받아 세상 형편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모양이 되리오, 이제는 옛 풍속을 모두 폐지하고 개명 진보하여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각기여자아이들을 보내어 각종 재주를 배워 이후에 여성 군자들이 되게 할 목적으로 지금 여학교를 창설하오니, 뜻을 가진 우리 동포 형제, 여러 여성 영웅호걸님들은 각기 분발하는 마음으로 귀한 여자아이들을 우리 여학교에 들여보내시려 하시거든, 바로 이름을 적어내시기 바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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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학문•철학/임나일본부

삼국 시대 때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진출했고 일부 지역을 직접 지배했다는 주장으로, ‘남선경영론‘이라고도 한다.
임나일본부설을 두고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다. 에도 막부(1603년~1867년) 때 만들어진 <일본서기>, <고사기> 같은 고전 문헌을 근거로 일부 학자들이 일본의 조선지배를 주장했고, 일제 강점기 때 각종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핵심은 일본이 변한의 소국 중 하나인 구야국, 다른 말로 임나가라를 점령하고 이곳을 기점으로 한반도 남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일본서기>의 기록을 주요 자료로 제시했으며 중국의 역사서는 물론 광개토대왕비문까지끌어들였다. 비문 내용 중에 왜, 백제, 신라 그리고 고구려의 전쟁을 다루는 내용이있는데 이를 ‘왜가 백제와 신라를 점령하고 조공을 받는다‘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 역사학자들의 반박이 이루어지면서 격렬한 학술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재일 역사학자 이진희는 일본군 장교가 광개토대왕 비문의 일부를 조작했다고 주장하여 한때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일본서기》는 실증성이 떨어지는문서이고, 임나일본부 관련 사료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4세기에서 6세기경에 삼국은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하며 격렬한 경쟁 관계로 발전하고 있던 반면 일본은 비로소 국가가 형성되는 단계였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지배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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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문화/태백산맥

천만 부가 팔린 <태백산맥》은 조정래가 쓴 대하소설로, 1948년부터 1953년까지를 다룬 장편 소설이다. 1948년은 분단이 확정된 해이고 1953년은 한국 전쟁 이후 분단이 고착화된 시절로, 작가는 이 시기를 정면으로 관통한다. 좌우 갈등, 분단 그리고 이념 전쟁을 벌이면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던 ‘민족사의 매몰 시대‘,
‘현대사의 실종 시대‘를 규명한 작품이다.

대하소설은 1980년~199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다. 박경리는 1897년부터1945년까지, 즉 구한말부터 해방까지를 1994년부터 20년간 집필하면서 20권의소설 《토지》로 풀어냈다. 황석영은 《장길산》이라는 의적 소설을 썼는데 일제 강점기 홍명희가 쓴 《임꺽정>을 잇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하소설의 특징은 단순히 우리 역사를 장구하게 풀어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민중의 질곡 어린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특색으로 하는데 고단한 한국 현대사에 대한 고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는 치열한 대안적 성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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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어느 길로 가든 당신은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충분히 오래 걷기만 한다면.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또다시 권위와 전통에 기대는 건 어리석다. 운명은 어느덧 선택이 되었다. 세상은 날로 복잡해지고 그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는 우리의 목을 옥죄고 있다.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의 완벽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삶을 아름답게 해 준다. 실행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으로 결정했음에도 바라지 않던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그저 선택일 뿐이다.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빨리 포기하면 된다. 인생은 어차피 지도 없이 하는 여행이며 애당초 ‘옳은 결정’이란 없었으니까. 과학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되 때로 과학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게 겸손의 미덕이다. 우리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답이 없는 문제 중 많은 것들이 우리의 심장을 벌렁대게 하거나 가슴을 아리게 만들 수 있다. 저 멀리 떨어진 미래라는 나라에 도착해 보기 전에는 어느 길이 최선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미래라는 나라는 오직 도착해 본 후에만 온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불안하니 결정을 미룬다.

어떻게 해야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특히나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손쉬운 전략은 이전에 겪어 보았고 해법을 아는 다른 어려운 문제들의 경우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다

모든 것은 대가가 있다고 배웠다. 뭐든 하나를 챙기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무한한 가치가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인생의 중대 결정들에 관한 한, 저런 원칙들이 오히려 우리가 길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고 믿게 되었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측정을 거부한다. 당신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나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어제는 맞았던 방법이 내일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다스려지지도, 길들지도 않으며 그때그때 저절로 생겨나고, 유기적이고, 복잡하다. 정해진 합리적 방법을 따라가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답이 있는 문제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답이 없는 이 어려운 문제들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측정하려고 노력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최선을 다해 계량화해 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게 좀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정답을 향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옳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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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유적•유물/승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민속 무용으로, 대표적인 무형 문화재다. 이름에 드러나듯 스님이 추는 춤 정도로 생각하는데 따져보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불교 예식에 승무가 포함돼 있지도 않을뿐더러 민간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춤 예술이기때문이다.
승무의 연원을 문헌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부처가 설법할 때 연꽃을 들자가섭존자가 그 뜻을 홀로 깨닫고 빙긋이 웃었다고 하는 ‘염화미소‘의 화두를 기원으로 보기도 하고, 황진이가 지족사를 유혹하기 위해 만든 춤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밖에 파계승이 번뇌를 잊기 위해 북을 두드린 데서 연원했다는설, 수도하는 승려가 스승의 모습을 흉내 내는 데서 기원했다는 설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정확한 연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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