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어느 길로 가든 당신은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충분히 오래 걷기만 한다면.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또다시 권위와 전통에 기대는 건 어리석다. 운명은 어느덧 선택이 되었다. 세상은 날로 복잡해지고 그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는 우리의 목을 옥죄고 있다.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의 완벽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삶을 아름답게 해 준다. 실행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으로 결정했음에도 바라지 않던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그저 선택일 뿐이다.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빨리 포기하면 된다. 인생은 어차피 지도 없이 하는 여행이며 애당초 ‘옳은 결정’이란 없었으니까. 과학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되 때로 과학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게 겸손의 미덕이다. 우리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답이 없는 문제 중 많은 것들이 우리의 심장을 벌렁대게 하거나 가슴을 아리게 만들 수 있다. 저 멀리 떨어진 미래라는 나라에 도착해 보기 전에는 어느 길이 최선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미래라는 나라는 오직 도착해 본 후에만 온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불안하니 결정을 미룬다.
어떻게 해야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특히나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손쉬운 전략은 이전에 겪어 보았고 해법을 아는 다른 어려운 문제들의 경우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다
모든 것은 대가가 있다고 배웠다. 뭐든 하나를 챙기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무한한 가치가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인생의 중대 결정들에 관한 한, 저런 원칙들이 오히려 우리가 길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고 믿게 되었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측정을 거부한다. 당신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나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어제는 맞았던 방법이 내일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다스려지지도, 길들지도 않으며 그때그때 저절로 생겨나고, 유기적이고, 복잡하다. 정해진 합리적 방법을 따라가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답이 있는 문제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답이 없는 이 어려운 문제들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측정하려고 노력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최선을 다해 계량화해 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게 좀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정답을 향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옳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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