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마음이 초조해지는 게 마치 심장이 늙은 대추갈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 P62
비통한 마음에 될 대로 돼라 싫어 손잡이를 잡고 문을 흔들어보는데, 문이스르륵 열렸다. 열쇠구멍과 그토록 씨름을 했는데 애초부터 잠겨 있지도않았던 거다. 어라라! 그렇게 문을 빠끔 열고 조심스레 안을 보니 아뿔싸, 거기는 비상구였다. - P65
나는 여행자니까, 낯선 도시의 이방인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내게 다할줄 알았다. 존재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관광객으로 넘치는 그 도시에서, 나는 결코 중심부로 스며들 수 없는 외지인이자 희소성마저 상실한, 흔해빠진 이방인이었다. - P71
나는 뭔가를 ‘혼자‘ 해본 경험이 지독하게 부족했던 거다. - P77
언제나 이렇다. 내 책상은 늘 현실안주로 뒤덮여 있고, 내 가방을 집착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는 커녕, 짐 더미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 P29
배움이란 늘 소중한 거지만, 딱딱 부딪치는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한숨이 나왔다. 가장 나중에 배웠으면 했던 걸 배우다니 수순이 잘못됐잖아! - P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