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훈련은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나의 태도, 나의 대화법 등 인생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방법이 아니라 나의 방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남다른 비결이나 왕도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렇기에 묵묵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 P242

정원과 달리 자연에는 잡풀과 잡목이 따로 없습니다. 다 제각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이죠. 정원 안에서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은 뽑아내야 할 잡초에 불과하지만 더 넓은 자연에서는 그 어느 것도 잡풀, 잡목인 것이 없습니다. 제각각의 정원들이 자기들의 ‘진리‘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더 넓은 자연에서는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것, ‘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습니다. 그런 자연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때에야 비로소 진리는 진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그래야 그 자체로 복종할 수밖에 없는 "오보에디레 베리타티"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P251

우리 마음에는 철도의 선로와 같은 길이 놓여 있어요. 우리가 타인을 통해 자기 안의 약함을 확인할 때마다 마음속의 선로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모든 잘못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어떤 사람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때로는 마음에도 선로 전환기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로 인해 상처받았을 때, 그래서 내 안의 약함을볼 때 기차가 ‘내 마음의 역‘으로 향할 수 있도록 선로 전환기를 작동하는 것이죠. 이게 올바로 작동해서 상처를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깨달아야 하지 않을까요? - P258

이런 생각은 신체적, 물리적 나이가 해결해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르 어린 사람보다 꼭 상숙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사고의 폭이 좁은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쉽지 않지만 상처가 꼭 피해야 할 어떤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상처는 나의 약점이나 단점을 확인시켜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니까요. 마음의 분별, 마음의 선로 전환기,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때 우리는 무작정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 P259

지금의 고통과 절망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어디엔가 끝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마침표가 찍히기를 원하지만 야속하게도 그게 언제쯤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끝이 날 거라는 겁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그러니 오늘의절망을, 지금 당장 주저앉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끝 모를 분노를 내일로 잠시 미뤄두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 나를 괴롭혔던 그 순간이, 그 일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지나가버렸음을 알게 될 겁니다. - P274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기쁘고 행복한 그 순간에는 최대한 기뻐하고 행복을 누리되, 그것이 지나갈 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웃을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지금을 살면 됩니다. 힘든 순간에는 절망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분노를 잠시 내일로 미뤄두는 겁니다. 그 순간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보는 것이죠.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것이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지나가고 우리는 죽은 자가 간절히 바란 내일이었을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것들에 매이지 마세요. 우리조차도 유구한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갈 뿐입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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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가 없었을 때는 학교와 도서관을 가려면 하루에 몇 킬로미터 이상씩 걸어야만 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운동이 도움이 됐다는 것을요. 그런데 오토바이가 생긴 뒤로는 운동량이 줄어서인지 컨디션은 더 나빠졌습니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면 공부할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겠다고 여겼지만 건강을 잃고 유학 중에 병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운동도 공부하듯이 꾸준히 해야 건강을 지키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고요. - P203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잊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 P215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하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듣지 않게 될 겁니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스쳐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겁니다. 한순간 스치는 바람이나 어제와 오늘의 다른 꽃망울에도 우리는 인생을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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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것도, 과거에 매여 오늘을 보지 못하는 것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요? 10대청소년에게도, 20대 청년에게도, 40대 중년에게도, 70대 노인에게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때이고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이에요. 시인 호라티우스와 키팅 선생의 말은 내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고 그 시간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속삭임입니다.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산 사람의 내일이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카르페 디엠, 오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 P164

오래도록 스툴투스 에스로 남지 않으려면 멍청한 누군가가 겉으로 내뱉는 말 뒤에 숨은 가슴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 P171

우리도 이런 이탈리아 사람들의 나이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를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나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 무언가 큰 성취를 이루었을 때, 나는 그동안 뭐했나 싶은 생각을 하거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절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나 스스로를 미워하고 학대하는 것과 같아요. 사회로 나가면 언제든 대체로 내가 처한 상황은 불리합니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들보다 나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를 치켜세우려는 사람보다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더 많죠. 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서 나마저 나를 미워한다면 더 이상 누가 날 사랑하겠습니까? 나마저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무언가를 이뤘지만 나는 아직 눈에 띄게 이룬 것이 없다면, 그와 내가 걷는 걸음이 다르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나와 그가 가는 길이 다를 뿐이죠.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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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31 0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이 책의 저자 한동일 교수님의 방송을 보았어요. 강연 끝나고 책을 한 권씩 사인해서 선물로 주셨는데 이 책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읽은지 조금 되어서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억울한홍합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새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억울한홍합 2022-12-31 08:01   좋아요 2 | URL
제가 구입한 책도 친필 사인본입니당^^
어쩜 라틴어수업에 관한 도서를 이렇게 풀어가실 수 있는지 읽을수록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어젠 외동딸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고 마지막 날이라고 기념하고 싶었는지 단짝 친구와 집에서 파자마파티한다며 밤새 쫑알쫑알거리며 먹방을 하더니 아직 꿈나라고, 오늘은 시어머님 생신이라 마음은 부담이 되어요^^;
일면식도 없는 분들께 고운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건 책이라는 도구인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mini74 2022-12-31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 파자마파티라니 넘 귀여워요. 저희 아인 이젠 다 커서 좀 덜 귀엽습니다 ㅎㅎ 귀여울때 더 많이 예뻐해줄걸 싶은 맘도 들어요. ㅎㅎ 시어머님 생신 잘 치르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억울한홍합 2022-12-31 08:3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책이 너무 좋아서 게으름뱅이처럼 느리게 읽는다는 건 좀 억지같죠? 헤헤헤..
연말이라 약속도 자꾸만 생겨나고 시간을 쪼개서 읽는다고 하는데도 속도가 잘 안나는 건 제 성장이 더디기도 한 것 같아요~
나이를 이렇게나 먹고도 시댁 행사에 부담이 되고 어려운 건 왜 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어린 딸과 함께 열심히 커보겠습니다^^;;
미니님도 제 소중한 북플 친구님들 중 한분이신데 제가 초짜 북플러라 찾아가는 방법이 서툴러 인사를 못 드린 것 같아요~
남은 올해인 오늘도 시작과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오는 해에도 언제나처럼 건강과 복이 깃드시길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그대가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라는 로마인의 편지 인사말을 통해 생각해봅니다. 타인의 안부가 먼저 중요한, 그래서 ‘그대가 평안해야 나도 안녕하다‘는 그들의 인사가 문득 마음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내가 잘 살 수 있다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요즘 우리의 삶이 위태롭고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의 사고가 어느새 그렇게 변해버린 건 사람들의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낼 여유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 P144

‘함께‘cum ‘하고 ‘더불어cum‘하는 걸 즐거워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와 ‘더불어‘의 가치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함께‘하고 ‘더불어‘하는 일에 무심하고 귀찮아하지 않길 바랍니다. 내 작은 힘이나마 필요한 곳엔 ‘더불어‘ ‘함께‘ 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주위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삶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 지금보다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 P147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입니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입니다. - P152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할 겁니다. 인간은 그렇게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이제 거기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봅니다. 부모님이 남긴 향기는 제 안에 여전히 살아 있지만 그 다음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기억을 밑거름 삼아 내 삶의 향기를 만들어낼 수있도록 해야 합니다. - P156

가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제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담고 오늘을 살아가고자 하는 저를 통해 신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또한 그렇게 해서 제 삶은 어떤 기억으로, 어떤 향기로 남게 될까 하고요. 아마도 그것은 제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일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와 더불어 다음의 말 한 마디를 함께 떠올려봅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시 비스비탐, 파라 모르템.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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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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