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명문장/나라와 백성의 치욕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 나라와 백성의 치욕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우리의 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 속에서 진멸돼 갈 것이다. 무릇 살기를 구하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기약하는 자는 사는 법이니 제공들이 어찌 모르겠는가? 민영환은 마침내 한 번죽어 황상의 은혜에 우러러 보답하고 우리 이천만 형제 동포에게 사죄하노라. 영환은 죽어도 죽지 아니하여 구천 아래에서 제군을 도울 것이다. 바라옵건대 우리의 형제 동포들이 천만 배 더 분발하여 지기를 굳건히 하고 학문에 힘쓰며 마음을 묶고 힘을 모아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자는 마땅히 저승에서 기쁘게 웃으리라. 아! 조금도 실망하지 마라.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사별하며 고하노라.
1905년 을사조약에 분노하여 자결한 민영환의 유언이다. 민영환은 민씨 척족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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