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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다윈의 시대 -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지음 / 세계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1859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책 한 권이 출간 되었다. 그 책은 바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다. '종의 기원'은 출간 되자마자 초판이 모두 판매 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 만큼이나 과학계는 물론 종교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종의 기원'의 출간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전에는 종교의 영향으로 신이 세상을 창조하였다는 전제하에 자연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이루어졌다. 신을 더 알기 위한 수단으로 철학과 자연과학 등이 발달하였다. 하지만 '종의 기원'으로 인해 사람들은 점차 신에게서 벗어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자연을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고, 변화하는 주체로 보았다. 인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제 인간을 신의 작품으로 보는 것을 거부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로써 자연의 객체, 자연선택에 의해 환경에 알맞은 형태로 변화하는 또다른 주체로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졌고, 끊임없는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난 지금,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과학은 매우 놀라운 진보를 이루었다. 신의 분노라 여기며 벌벌 떨던 자연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의 발생을 예측하고, 재해를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원자를 들여다 볼 수 있고,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놀라운 기술력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진보는 생명의 암호가 숨겨진 '게놈지도'의 완성일 것이다. 영원한 신비일 줄 알았던 DNA의 구조를 파악하여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99%나 밝혀내는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냈다. 이로 말미암아 생명 창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의 촉매는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진화론'은 생물학의 한 부분만을 차지 했다. 그러나 이제 '진화론'은 더 이상 작은 한 부분에 국한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의 바탕이 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진화'라는 개념은 이제 과학은 물론이고, 과학을 넘어 사회 전 분야와 인간의 의식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은 단연 종교에 대한, 종교와의 대립일 것이다.
'신과 다윈의 시대'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했던 '신과 다윈의 시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본문에서는 '진화론'과 '지적설계론', 그리고 '창조론', 그 각각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각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 주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본다. 무엇보다 세 주장 간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고, 합일점을 모색한다.
이 책의 결론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당연한 일이다. 세 주장의 대립은 당장에라도 터질 화산과 같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건들기라도 하면 심하게 물어 뜯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욱 심하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한 쪽을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가 양보하고 도울 수는 없는지, 중재자의 입장에서 결론을 맺는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를 한 책과 다큐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 책과 다큐의 조사와 노력에 큰 값을 매길 수 있다.
'진화론', '지적설계론', '창조론', 이 세 주장을 비교하며 살펴보고자 한다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한다.
'진화'의 개념이 역사에 도입 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감히 신을 부인하지 못했다. 단지 신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 주류 종교에서 말하는 신을 - 왜곡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그러나 (앞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진화'의 개념으로 인해 신은 먼 발치로 쫓겨나게 되었다. 이제 신의 자리를 '진화'가 넘보고 있다.
'과학'을 대변하는 - 아니 어쩌면 '인간'을 - '진화'와 '종교(신)'를 대변하는 '창조'는 '종의 기원' 출간 이후 한번도 쉬지 않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다. 서로 팽팽히 맞서 상대를 날카롭게 반박하고, 부인하고 있다. '과학'은 '창조'를 검증 불가능하다며 부인하고, '종교'는 '진화'를 신을 모독한다며 부인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원수가 없을 정도로 서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양보 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의사를 내비친다. '진화'와 '창조'는 대립 할 성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화'는 '이론'을, '창조'는 '믿음'을. 둘은 아예 다른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종교'가, '종교'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과학'이 설명하며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서로 양보와 화합이 가능할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논쟁의 당사자들도 예측 할 수 없다. 다만 지금 우리가 예상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얼마간 치열한 논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