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개리 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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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여 년 전에 절판되었다가 얼마 전 재출간되었다. ‘라이프해커 자청’이라는 유튜버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추천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재출간되자마자 판매량이 치솟았다.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어떤 책이기에 그런 놀라운 일이 벌어졌을까? 책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전적으로 ‘자청’의 추천 덕분이다. 그의 채널 구독자는 현재 71,105명(8월 12일 AM 06:35 기준)이다. 한 달 만에 6만 명의 구독자를 기록했다. 엄청난 수치다.

‘자청’은 질 좋은 콘텐츠로 자신의 채널을 채워나가고 있다(하지만 자신의 선의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과 악플들로 더 이상 유튜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단지 콘텐츠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그의 채널 구독자가 수직상승한 건 아니다. ‘연봉 10억’이라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콘셉트로, 그러한 연봉을 벌게 해준 노하우 공개로 구독자가 치솟은 것이다.

아무튼 자청 덕분에 『클루지』는 차트를 역주행했다. 10년 전 절판의 설움을 이기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인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랄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가령 집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집안 곳곳을 뒤지는 것이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특성을 다룬다. 기억, 신념, 선택, 언어 등 인간의 불완전한 심리상태를 클루지로 설명한다. 그 심리상태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개념이 있다. ‘진화의 관성’과 ‘반사 체계’ 그리고 ‘숙고 체계’이다. ‘진화의 관성’이란 정지된 물체는 영원히 정지한 채로 있으려 한다는 뉴턴의 ‘관성의 법칙’처럼 맨 처음부터 진화가 시작되기보다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며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진화의 관성’으로 인해 인간의 마음은 불완전한 클루지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클루지는 오래전 환경에서 진화되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반사 체계’와 최근에 진화하여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숙고 체계’의 간격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 책의 내용은 꽤 흥미롭다. 결정 장애와 실수,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 등 인간의 여러 마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불완전한 상태를 ‘진화의 관성’을 바탕으로 한 클루지로 설명하는 게 무척 신선하다. 개인적으로는 ‘진화의 관성’으로 인해 인간이 클루지스러움에 빠진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신 에필로그에서 제시한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은 취할 만 했다. 비록 13가지 해결책은 여느 자기개발서에 나올 법한, 전혀 색다른 거 없는 내용이지만, 본문에서 다룬 클루지에 대한 설명으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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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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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보다는 작가라는 말이 훨씬 더 어울리는 유시민 작가. 그가 쓴 책은 믿고 본다. 묻지 않고 읽는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의 글은 참으로 ‘대중적’이다. 그는 학자들처럼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지 않는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쓴다. 또한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가십거리와 정보, 지식을 적당히 뒤섞어 술술 읽게 만든다. 그는 참으로 노련한 작가이다. 자신이 자처한 대로 ‘지식소매상’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인문, 역사 분야에 둔 그. 그런데 이 책의 정체는 뭘까? 제목만 보면 그의 분야를 이탈한 것 같다. 여행 에세이처럼 보인다. 여행 에세이가 맞다. 하지만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대로 “뭐라 말하기 곤란한 책”이다. 여행 에세이도 되고, 관광 안내서, 도시의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보고서, 인문학 기행도 되니까. 이렇게 보면 내용이 정신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는 마치 냉장고 들어있는 남은 반찬들을 전부 끄집어내어 - 이름은 없지만 - 훌륭한 명요리를 만들듯이, 그 모든 내용을 골고루 섞어서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었다. 재료를 가공하고 조리하는 솜씨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

저자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의 주요 명소를 돌아다니며 본 것과 느낀 것 그리고 본 것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다. 본 것을 얼마나 세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지 마치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 같다. 저자가 본 유물 또는 명소와 것과 관련된 역사 서술은 소설을 읽듯이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단점으로 지적할 부분이 있다. 사진이 적다. 유물과 도시 경관 그리고 명소를 어찌 그리 생생하게 묘사하는지, 사진으로나마 실물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삽입된 사진이 적어서 유물과 명소를 인터넷으로 일일이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이것은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글을 잘 썼다는, 장점이기도 하다.

에세이와 역사가 잘 어우러진 책이다. 역시 유시민 작가라는 말을 내뱉을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책도 아닌데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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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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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겨울서점’을 작년에 알게 되었다. 독서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책 관련 유튜브를 찾았고, 관련 유튜브 채널 중에 가장 먼저 찾은 게 ‘겨울서점’이다. ‘겨울서점’을 발견하고 굉장히 기뻤다. 책 자체가 외면받고 있는 이 시대에,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로 ‘겨울서점’을 응원하게 되었다.

‘겨울서점’의 주인 김겨울님의 신간이 출간되서 읽을까 하다가 아예 전작 먼저 읽자 싶어서 우선 『독서의 기쁨』 을 읽었다.

『독서의 기쁨』은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의 물적 특성에서부터 책 읽는 법과 서평 등 책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내용은 별 거 없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한 독서가의 책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기에 ‘우와~’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말 잘하는’ 김겨울님의 또 다른 능력을 알게 되었다. ‘글도 잘 쓴다’는 사실이다. 책을 많이 읽은 분이라 그런지 글솜씨가 남달랐다. 부러울만큼 문장력이 출중했다. “맞아, 맞아”, “오~” 하게 되는 문장이 꽤 많아 문장 스크랩(전자책으로 읽어서)을 자주 해야 했다.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될 것이다. 공감 포인트를 여럿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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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질문 - 마침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진 블리스 지음, 강예진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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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통신 관련 문의사항이 있어 통신사에 전화했다. 예전 같았으면 단순 신호음이 들렸을 것이다. “엄마~ 아빠~” 아이 목소리와 함께 상담원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빠이니 폭언과 욕설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 나왔다. 참으로 짠했다. 욕설을 퍼붓는 고객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런 멘트가 흘러 나올까.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상담원들이 얼마나 답답하게 상담을 했으면 고객들이 폭언과 욕설까지 퍼부었을까?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자기 분에 못 이겨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상품 관련 문의나 여러 이유로 기업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무뚝뚝하고 무신경한 말투는 기본이고, 앵무새처럼 “안 된다”는 말만 앞세우기 일쑤였다. 상담원이 그렇게 반응하면 상담원이 아니라 그 기업에 정이 뚝 떨어지고, 다시는 그 기업 제품을 구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케터의 질문』


이 책은 그런 내게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마케팅에 대한 그동안의 관점을 뒤집는다. 모든 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마케팅 관련 책이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 혹은 고객에게 자사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법 등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완전히 다른 데에 집중한다. 고객을 ‘엄마’라고 생각하라 말한다. 엄마라니 쌩뚱 맞은 발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보면 수긍할 만하다.


고객을 엄마라고 생각하라는 말은 엄마에게도 그렇게 할 것인지 물으라는 말이다. 가령 어머니가 상담 전화를 걸었다 치자. 그러면 문제가 생기거나 잘 몰라서 불안해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고객을 어머니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대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고객을 대하고, 고객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이 취해야 할 변화를 제시한다. 기업이 어떻게 변하고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가장 먼저 인간미를 강조한다. 고객을 보살피는 직원을 보살피라는 것이다. 고객을 가장 가까이 대하는 직원에게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의 경험으로도 그렇고, 상담 직원들은 아무 권한이 없다. 그저 매뉴얼대로 고객을 응대할 권한밖에 없다. 그러니 안 된다는 말이나 죄송하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제안이다.


앞서 말했듯이 다른 책들은 고객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의 심리를 파고들어 상품과 기업 이미지를 고객의 머리속에 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라 말한다. 고객이 어떨 때 화를 내고, 어떨지 감동하는지 파악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고객 친화적이다. ‘불황에도 10배 이상 성장하는 32개 기업의 성공 사례 분석’이라는 카피가 수긍이 간다. 정말 이 책대로만 한다면, 많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카피대로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이야 말로 가장 확실하고 유용한 마케팅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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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 선명하고 바르고 오해받지 않는 글쓰기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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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다. 정체된 글쓰기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글쓰기 실력, 특히 문장력을 기르고 싶은데 문제가 있다. 참고할 만한 책이 많지 않다. 시중에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반면 문장에 관한 책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에 비해 볼 만한 책이 많지는 않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정도. 이 책은 이미 읽었다. 이 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서 다른 책을 찾던 차에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가 눈에 띄었다.

이 책은 10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전 편집자이자,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의 저자인 김은경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을 읽고 에세이 쓰기에 꽤 도움을 받았기에 이 책도 기대되었다.

결론으로 바로 들어가서, 이 책 덕분에 모르던 걸 알게 되었고, 흐릿하게 알고 있던 것은 선명히 알게 되었다. 아는 내용도 있었지만, 아는 내용이라도 복습하는 셈 치고 읽으니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 문법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글을 쓸 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수시로 참고하면 되니까. 초고를 쓴 후에 신경 써서 고치면 되니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실력이 늘어날 테니까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글을 못 쓰는 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이 옳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려면 연습해야 한다. 문법을 알면 글을 쓸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법을 알아도 글을 써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문법을 아는 것보다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다른 건 다 잊어도 된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저자가 한 말, 편집자들 사이에서 금언으로 통하는 이 말 한마디만 가슴 깊이 새기면, 이 책을 백 번 읽은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쓸데없는 것을 모두 삭제한다”

매우 공감되는 말이다. 글을 쓰는데 이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 복잡해지고 지저분해지는 이유는 쓸데없는 단어를 집어넣어서다. 문장을, 글을 잘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결하게 쓰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쓸데없는 것을 최대한 빼야 한다.

나와 같이 문장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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