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가 아니다. '수영장의 냄새'를 통해 알게 된 박윤선의 작품이다. 


소위 강남키드로 자라 서울대 미대를 나왔지만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가 프랑스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은 동글동글하고 귀엽기도 해서 그림만 보면 맑고 밝은 만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작풍은 매우 어둡고 어둡고 어둡다. 이 세상에 아이를 밀어낼 필요가 굳이 있느냐고 말하는 저자는 '누구 좋으라고 애를 낳아' 정도의 강렬함은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세상에 대한 희망이나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다. 늘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누구나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둡고 음습하고 우울한 이야기들. 그는 행복할까. 그곳에서?


+ 함께 빌려온 '개인간의 모험'은 읽지 않기로 했다. 친구는 '개인간의 모험을 나는 '아무튼 프랑스~'를 읽고 좋으면 서로 바꿔서 읽고 책에 대해 이야기 해 볼 생각이었지만 친구도 '개인간의~'을 읽고 기분이 나빠졌다고 한다.  이 작가는 뭔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차갑고 어떤 면에서 잔인한 것 같기도 하다. evil, provoking, dark, pessimistic, gloomy, weird, grotesque, strange 등등의 단어들로 이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지만 딱 들어맞는 것은 없다. 나는 evil이 가장 가까운 것 같고 친구는 dark가 가장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어둡다고 하기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뭔가 더 기분나쁜. 특이하다. 


++그래픽 노블이 많은 서구에서는 이런 류의 만화들이 많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아니 프랑스구나)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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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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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끝과 시작, 최성은 유김, 문학과지성사, 2016)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아무런 연습도, 아무런 훈련도,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나는 다음이 두렵지 않다. 두렵지만, 그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다음이 있다는 믿음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살아온 경험을 나는 믿는다. 두 번은 없다. 그러나다음이 있다. 다음은 있다. 그리고 분명, 다음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음이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10월 19일)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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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아이의 사진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었다. 저자의 아이 사진이 아닐까 했었는데 오은 시인은 미혼인 것 같았고 책을 읽고 보니 표지의 이 아이는 오은 시인 같았다. 


이 책은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다독여 주는 산문집이다. 최근들어 산문집만 주로 읽다보니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로 보이는 지경까지 가게 됐는데 이 산문집은 그렇지 않았다. 포근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책이다.


+ 옥의 티: p. 245 '힙입다'라고 소리내어 발음해본다. 무엇보다 힘을 옷처럼 입을 수 있다니...'힘입다'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한 글이었는데 이 글 속에 이런 오타가 있어서 참으로 아쉬웠다.  


++ 허수경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나도 이 책에 소개된 그의 유고집을 읽으려고 가지고 있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 책을 읽으면 밀려오는 슬픔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두렵다. 


+++ 저자가 인용한 비스와바 쉼보르카의 시 '두 번은 없다' 가 마음에 남는다. "..두 번은 없다. 그러나 다음이 있다. 다음은 있다. 그리고 분명, 다음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음이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두 번은 없다. 그러나 다음이 있다. 다음은 있다. 그리고 분명, 다음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음이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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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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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책. 작가들은 공저자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이런 재능기부는 늘 옳다. 우리도 반려동물의 권리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낯선이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많이 경험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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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뚜의 책은 내가 기존에 읽은 책들의 조합 같았다. 


젊은 여성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꾸고 강아지를 키우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각종 음료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 


에세이에 파묻혀 이것저것 보다보니 교보문고가 정한 작년 한 해의 출판계 키워드는 '에세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각종 독립출판사들이 차려지고 그에 따른 독립출판물이 다양하게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더이상 유명인의 에세이가 아닌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거기에 브런치 등등의 채널도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되었고.슛뚜는 반대로 유튜브에 올린 브이로그가 대박이 났기 때문에 책을 낸 사례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이지만 영화처럼 만들어진 그의 영상들에 사람들이 열광을 했고 결국 영화처럼 영상찍는 방법도 책으로 나왔다. 그랬더니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유튜브 소식도 책으로나 알게 되는 구시대인인 내가 뒤늦게 검색을 해 보니, 세계 각지로 여행다닌 것도 브이로그로 만들어 올리고. 강아지랑 노는 모습, 음료 만드는 모습, 그냥 하루를 집순이로 잘 지내는 모습, 일주일 동안의 프리랜서의 일상 등등을 담은 영상들이 검색이 되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영상을 보지 않았다. 그냥 영상 리스트만 봤다. 참고로 나는 유투브 영상 링크를 톡으로 보내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보내줘도 거의 열어보지 않는다.) 더불어 슛뚜 하고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슛뚜 제네시스 검색어도 떴다. 20대가 성공해 마련한 첫차라나..그래서 아이들의 장래희망 일순위가 유튜버겠지. 


내용은 이러저러한 책의 조합 같은데 제네시스로 보여지는 차이를 만들어낸 이유는 바로 영상 때문이었다. 자고로 너투브의 세상이라 그런 것. 격세지감이다. 독립서점은 망해가고 독립출판도 쉽지 않고 출판의 기회를 얻거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출판이 되어도 주목받기는 더 어렵고 인세는 고작 10퍼센트이고 그나마도 선인세를 받고 2쇄나 들어가야 인세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고..출판계의 상황은 쉽지 않은데 영상의 세계만은 승승장구한다. 물론 컨텐츠가 트렌디하고 시류를 잘 파악했고 영상기술도 좋았기 때문이겠지만 왠지 씁쓸한 이 느낌은 무엇때문일까. 그저 내가 구세대이기 때문일까. 출판계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그냥 알라딘에서처럼 책소개하는 알라디너 티비 정도로 시류에 맞춰가면 되는 것일까. 정말 한치앞도 못 내다보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 책들의 출간연도를 고려하니 슛뚜의 브이로그가 '최소취향~' 보다 더 먼저였겠다. 하지만 '최소취향~' 부류의 책은 그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잘 모르겠다. 혹시 그럼 슛뚜가 소재를 선점한 것이 성공비결이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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